[비즈엔터 맹선미 기자]
9일 방송되는 KBS 1TV '동네한바퀴'에서는 천년의 차(茶)향과 수백 년의 소리가 퍼지는 경상남도 하동으로 떠난다.
섬진강 모래사장과 300년 역사의 소나무 숲이 펼쳐진 하동 송림. 영조 21년(1745년), 당시 도호부사였던 전천상이 강바람으로부터 하동읍을 지키기 위해 방풍림으로 지었던 이곳은 200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하동의 명소이다. 쓰러진 소나무도 향토 공예가와 목공예 작가의 작품으로 재탄생시켜 강인한 생명력을 담아낸 이곳에서 이색적인 음색이 들려온다. 하동 송림의 그림 같은 풍경과 팬플루트가 내는 천상의 소리에 반해 버스킹 공연을 시작했다는 정두환 씨의 연주 소리가 그것. 음악을 통해 마음의 치유를 얻는다는 그의 팬플루트 연주를 들어본다.
섬진강과 남해안은 오랜 시간 하동 주민들에게 영양과 맛이 풍부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곳간이었다. 하동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들 덕분에 하동의 향토 음식은 그야말로 별미이다. 섬진강의 최고 특산품인 참게를 통째로 갈아 만든 참게가리장과 하동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재첩회무침, 그리고 남해안에 분포하여 달큼한 맛이 특징인 능성어를 하동의 방식으로 말려내 쫄깃한 식감을 살린 능시배다구까지. 식당 운영 40년 경력의 장모님과 그 뒤를 잇는 사위가 차려내는 하동 한 상을 맛본다.
하동 차의 역사는 그 명성만큼 깊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 김대령이 당나라에서 차 씨를 가져와 심은 후 하동은 최초의 차 시배지가 되었다. 현재에도 하동은 전국의 녹차 재배 면적의 약 23%를 차지하며 1200여 년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하동의 특색을 살린 ‘다숙(茶宿)’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다숙이란, 차밭을 거닐고 소풍을 즐기면서 차향 가득한 하룻밤을 보내는 하동의 민박 체험이다. 우수한 하동의 차를 활용한 다숙은 한국관광공사가 지원하여 각 지역의 새로운 관광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DMO(지역관광추진조직) 사업에 공모되어 활발히 운영 중이다. 체류형 관광객들을 유치하여 지역 인구를 높이는 데에 보탬이 된 다숙의 매력을 만나 본다.
산지가 평탄하고 토지가 비옥하여 육질이 단단한 밤이 생산되는 하동 양보면에 위치한 인적 드문 산골 마을에 그림처럼 지어진 빵집이 있다. 그곳에는 도시 생활에 지쳐 아버지의 고향 집으로 들어온 딸과 딸을 돕기 위해 고향 집을 개조하여 함께 빵집을 운영하는 가족의 이야기가 있다. 온 가족이 함께 농사지은 하동 밤으로 손수 밤빵을 구워내는 그들의 정겨운 이야기를 들어본다.
일제강점기, 몰락해 가는 지주 최참판댁의 비극적 이야기와 격변기 속 민중의 고초를 생생히 그려내 한국 문학에 한 획을 그은 『토지』. 하동에는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인 평사리 들판이 펼쳐져 있다. 경상도에서 만석꾼이 갖고 있을 만한 넓은 땅을 찾던 박경리는 우연히 발견한 평사리의 들판에 사로잡혀 배경으로 삼았다. 평사리에는 지금도 박경리의 혼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토지』의 무대를 실제로 재현한 ‘최참판댁’, 그 내부에 위치한 ‘박경리문학관’에서는 그가 남긴 작품과 그의 손때가 묻은 유물들을 통해 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그곳에서 문학의 대가, 박경리가 바라본 농민의 삶을 만나 본다.
◆낮에는 농사 밤에는 소리꾼, 하동에 울려 퍼지는 달빛소리
달빛 비치는 밤, 하동의 대표 관광지인 최참판댁에서 특별한 공연이 열린다. 지역관광추진조직(DMO) 공모에 선정된 사업으로 동편제 판소리, 국악기 연주, 국악 무용 등을 선보이는 야간 행사, ‘달빛소리’이다. 관광객을 늘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획된 달빛소리는 공연자 대부분이 하동 지역민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민요동아리인 ‘악양아라리’엔 하동 악양면의 여성 농민들이 공연을 펼친다.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함께 민요 연습을 하며 피로도 풀고 삶의 활기를 찾는다고. 하동 주민들의 흥이 담긴 달빛소리 무대를 통해 하동의 아름다운 밤을 만나 본다.
지리산 자락 최남단에 위치한 최고봉인 형제봉, 그 아래 위치한 작은 마을에 하동 예술인에게 놀이터가 되어 준 막걸리 주막이 있다. 구판장이었던 곳을 직접 수리하여 주막으로 만든 송영복 사장님은 호텔리어로서 직장 생활을 하다 횟집, 호프집 등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IMF로 실패를 겪은 후, 아픔을 뒤로하고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 30년간의 타향살이를 끝내고 하동으로 귀향하여 주막을 차렸다. 그 덕에 마음을 내려놓고 위안을 얻었다는데. 사장님과 손님 모두에게 안식처가 되어 준 주막을 찾아가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본다.
형제봉과 아미산 사이에 위치하여 서쪽으로 섬진강이 흘러가는 하동군 악양면의 대봉감마을. 이곳은 일제강점기 때에 우리나라에서 토질과 환경이 가장 좋은 지역으로 선정되어 대봉감나무가 심어졌다. 자연 친화적 유기농법을 통해 수확한 품질 좋은 감을 감말랭이, 곶감 등으로 활용하여 민가 소득을 올렸다고. 오랜 세월 마을을 지킨 대봉감에는 주민들의 이야기 또한 담겨 있다. 감을 친구 삼아 유년 시절을 보내고, 감 농사를 지어 자녀들을 키워낸 어머니들에게 대봉감이란 어떤 의미로 남아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