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맹선미 기자]
26일 방송되는 KBS 1TV '동네 한 바퀴' 292회에서는 새로운 문화, 새로운 문물을 적극 수용했던 오랜 전통 속에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한계를 딛고 일어서, 흥미진진하고 즐거운 인생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동네 경북 칠곡을 방문한다.
야트막한 산등성이 푸른 초지에 한가하게 풀을 뜯어 먹는 양 떼를 만날 수 있는 목장이 칠곡에 있다. 면양과 산양, 사슴과 말까지 300여 마리 동물들이 마치 스위스 알프스를 연관시키는 목장에서 자라고 있다. 목장주 김소섭 씨는 박사학위까지 딴 소 전문 수의사. 건강한 소를 키워보고 싶어 목장을 만들었으나 2008년 구제역 파동을 겪으며 실패하고 10년 전 양을 키우고 양떼목장으로 다시 도전했다. 양들의 보호자이자 의사인 그는 산양젖을 이용한 우유, 요구르트, 치즈까지 만들고 체험시설을 갖춰 아이들에게 자연 놀이터를 제공한다.
그가 이렇게 목장을 가꿀 수 있었던 것은 든든한 아내 덕분이다. 은행원이었던 아내는 주말부부로 지내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남편을 지지했고 퇴직 후에는 목장 일을 돕는다. 매일 새벽 5시부터 목장을 관리하는 부지런한 양떼목장 지기를 만나본다.
◆왜관에서 44년, 어머니의 맛을 잇는 딸의 사모곡
1960년 왜관읍에 들어선 미군부대 캠프 캐롤은 당시 아시아 최대 미군 보급부대로 거리를 이국적으로 바꿔 놓았다. 미군을 위한 환전소, 옷 가게, 부동산이 즐비한 거리에 44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가스와 햄버거 식당이 있다. 처음 문을 연 것은 1980년. 2대 사장 유경미 씨는 바로 이 식당 2층에서 자랐다. 서울에서 사업 실패 후 칠곡에 내려와 미군 대상의 식당을 연 부모님은 휴일 한번 없이 일 년 365일 식당 일에 몰두했다. 유경미 씨는 열 살 때부터 가족들의 밥을 차리며 일을 도와야 했다. ‘절대 엄마처럼 식당 일을 하며 살지 않겠다’는 다짐은 12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무너져 내렸다. 암 투병 중에도 딸에게 식당 일을 전수해 준 어머니의 뜻을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식당 손님들이 미군에서 한국인으로 바뀌어도 어머니의 레시피로, 어머니의 식당 경영 철학을 이어받은 딸의 사모곡을 들어본다.
55일간의 치열했던 다부동전투로 유명한 한국전쟁 격전지. 그 마을에 추억을 재현하는 미니어처 공방이 있다. 어린 시절 즐겨 찾던 만화방, 스무 살 아버지와 같이 갔던 첫 번째 술집 등 추억을 소환하는 공간을 재현하기도 하고, 남편이 소망하는 서재, 딸이 꿈꾸는 공주님 방 등 상상 속의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미니어처 장인 박소연 씨가 최근 집중하는 것은 제사상과 납골당으로 작은 공간에 맞게 손바닥만 한 상에 밥과 국, 과일 등을 생생하게 미니어처로 만들어 올린다. 사회복지사로 일했던 그녀가 미니어처를 만들게 된 건 희귀병 때문. 루푸스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우울증과 공황 장애까지 겹쳐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던 그녀는 이제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보다 선명하게 추억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박소현 씨의 미니어처를 만나본다.
동네 골목에 화려한 과자집처럼 보이는 떡집이 있다. 모양도 색도 일반적인 떡과 다르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쌀떡이 진열돼 있다. 주경옥 씨는 두 딸에게 줄 건강하고 맛있는 간식을 만들다 새로운 떡의 세계를 알게 됐고, 남편의 적극적인 지지로 5년 전 떡집의 차리게 됐다. 지금은 대기업에 다니던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고 합류할 정도로 인기 만점. 알록달록, 형형색색, 귀여운 동물 캐릭터에서 왕사탕떡, 하트떡 등 아기자기한 모양으로 재탄생한 떡의 변신이 놀랍다.
칠곡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지천면 낙화담과 저수지 앞. 농가맛집 식당이 있다. 손제순, 이태보 부부가 운영하는 이 식당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대구에서 택시회사를 운영하던 남편 손제순 씨는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에 지쳐 18년 전 고향 칠곡으로 돌아왔는데 요리를 좋아하고 솜씨가 뛰어난 아내 덕분에 식당을 차리게 됐다. 대표 메뉴는 해계탕. 술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닭과 해산물을 넣어 만들어주던 보양식을 이젠 손님들의 상에 올린다. 칠곡 특산물로 만든 참외장아찌, 벌꿀닭갈비찜도 아내가 연구하고 실험해 보고 만들어낸 메뉴다. 돈을 많이 벌기보다 건강하고 즐거운 일상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은 유쾌한 부부를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