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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後] ‘공각기동대’, 원작이 T.O.P라면 이건 그냥 커피

[비즈엔터 정시우 기자]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워쇼스키 자매에게 ‘매트릭스’의 영감을 주고, 뤽 베송 감독이 ‘제5원소’를 만들 때 참고했으며, 스티븐 스필버그가 긴 시간 실사화에 눈독을 들였고, 대학 철학과 수업의 단골 메뉴인 동시에, TV-게임 창작자들에게도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됐다는, 그 유명한 일본 사이버펑크 애니메이션의 고전. 1989년 일본에서 출간된 시로 마사무네의 만화 ‘공각기동대’다.

1995년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한 차례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던 ‘공각기동대’가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로 비로소 실사화 됐다. 그렇다면 이건 ‘원작 프리미엄’을 얹은 작품이 될까, 아니면 ‘잘해야 본전’인 싸움이 될까. 탄생에서부터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은 원작과의 비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운명을 짊어졌다.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희미해진 미래. 인간과 인공지능이 결합된 존재 메이저(스칼렛 요한슨)는 강력 범죄를 담당하는 특수부대 섹션 9을 이끈다. 섹션 9은 첨단 로봇 기술기업 한카 로보틱스를 파괴하려는 범죄 조직을 추적한다. 메이저는 사건의 실체에 근접할수록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그 자체로 SF 장르의 신격화된 텍스트인 만큼 실사화가 발표되자마자 우려와 기대가 복잡하게 교차했다. 주인공 메이저(원작에선 쿠사나기 소령) 역에 스칼렛 요한슨이 낙점되자 ‘화이트워싱’(캐릭터에 관계없이 백인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것) 논란이 일어난 것도, 팬들이 원작에 품고 있는 애착을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예다. 데카르트와 니체 등 동서고금의 잠언을 녹이며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진 철학적인 원작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비상한 관심 속에서 당도한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은 원작의 철학적 사고는 납작하게 압축하고, 이야기는 선악 구도로 단순화하고, 시각효과엔 과감하게 물량공세를 퍼부은 지극히 할리우드적인 결과물이다. 이는 어쩌면 루퍼트 샌더스 감독에게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제작사 파라마운트와 드림웍스가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으로 혹평 받은 루퍼트 샌더스를 기용한 것은 그의 이야기 구축 능력보다는 칸광고제에서 인정받은 스타일리시한 비주얼적 면모 때문일 테니.

그 지점이라면 루퍼트 샌더스는 자신의 몫을 충실히 이행했다. 메이저가 탄생하는 이미지부터 미래적인 도시의 비주얼 등이 내내 흥미롭게 스크린에서 일렁인다. 메이저가 고층빌딩 옥상에서 낙하하며 투명하게 변하는 장면, 투명한 상태로 물 위에서 벌이는 격투 등 원작의 시그니처 장면들도 헉 소리 나게 구현됐다.

그러나 깊이 있는 사유 대신, 단순한 선악구도의 대결을 취하면서 원작이 지니고 있던 매력은 요체인 주제의 깊이를 잃었다. ‘공각기동대’의 핵심을 누르고 완성된 영화는 그래서 일견 미완의 결과물이란 인상이 짙다. 여전히 시로 마사무네의 만화 ‘공각기동대’는 도전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느낌이랄까.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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