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종일 불안함에 시달리면서도 불안함의 실체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종일 머리를 감싸 쥐며 고민하고 있지만 무엇이 고민스러운지도 모르는 채 흘러가는 시간들. 그 청춘의 순간을 밴드 혁오가 포착했다.
혁오는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디뮤지엄에서 첫 번째 정규음반 ‘23’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를 열고 취재진을 만났다. 특유의 어눌한 말투로 “이런 자리가 처음이라 긴장된다. 잘 부탁드린다”고 운을 뗀 멤버들은 음악 얘기가 나오자 진지한 얼굴로 돌변해 설명을 이어갔다.
‘23’은 혁오가 지난 2014년 9월 데뷔한 이후 처음으로 발표하는 정규음반이다. 더블 타이틀곡 ‘톰보이(Tomboy)’, ‘가죽자켓’을 비롯해 총 12개의 트랙이 실린다.
앞서 ‘20’, ‘22’ 등의 EP 음반에서 우울하면서도 시니컬한 무드의 음악으로 사랑받았던 혁오는 첫 정규음반 ‘23’에서 더욱 극단적으로 염세적인 태도를 취했다. 실제 각 트랙의 탄생 비화를 적어둔 프레스 키트에는 ‘후회’, ‘슬럼프’, ‘허무’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오혁은 “앞선 두 장의 EP 음반에서부터 이어져오던 염세적인 기조를 똑같이 담았다. 첫 정규음반이라서 음악적으로 마침표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흘러가는 순간을 보면서 불안해하고 방황하며,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 놓인 게 청춘의 또 다른 의미라고 생각했다. 그것에 기초해 작업한 음반”이라고 설명했다.
MBC ‘무한도전’ 출연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손에 넣은 이후 발표하는 첫 정식 음반. 오혁은 “대중성을 맞춰가려고도 해봤지만 방법을 몰라 실패했다”면서 “이번 음반을 작업하면서도 ‘어떤 분들이 우리 음악을 좋아할까’ 생각해봤는데 모르겠더라”고 털어놨다.
결국 혁오가 집중한 것은 청춘을 지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 그 자체다. 오혁은 “‘23’을 관통할 수 있는 노래를 꼽자면, 수록곡 전부가 될 것 같다”면서 “노래를 살펴보면 모두 상황만 나열돼 있지 결론을 내지는 않았다. 나도 그 상황 안에 끼어 있는 사람이다. 음반을 작업할 당시에도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고, 그냥 흘러가는 중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예술 분야 전반에서 ‘청춘’은 매력적인 소재로 활용돼 왔다. 청춘이 갖고 있는 방황 혹은 열정의 이미지는 아이돌 그룹의 음악 안에서도 자주 콘셉트화됐다. 하지만 혁오가 들고 나온 청춘, “나도 아직 왜 불안한지 잘 모르겠다”, “고민하는 것이 또 하나의 고민이 됐다”는 고백은 그 어느 아티스트가 보여줬던 청춘의 단면보다 더욱 솔직하게 느껴졌다.
불안과 방황의 소용돌이, 그 안에서의 표류 자체를 적나라하게 담아낸 음반 ‘23’. 혁오는 이날 오후 6시 음반 발매에 이어 오는 6월 3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