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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출격] 윤종신X안성진, 25년의 추억과 ‘달램’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가수 윤종신(왼쪽)과 사진작가 안성진(사진=월간윤종신&테오)
▲가수 윤종신(왼쪽)과 사진작가 안성진(사진=월간윤종신&테오)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월간 윤종신 스튜디오에서 열린 ‘달램-안성진X윤종신’ 전시 현장. 기자의 눈길을 잡아당긴 건 벽면 맨 아랫줄 맨 오른쪽에 자리한 흑백 사진이었다. 1992년도에 찍은 것이라는 사진. 난생 처음 보는 윤종신의 얼굴이 담겨 있었다. 날카로웠고 예민해보였으며 심지어 비장함마저 흘렀다. 가수가 되고자 하는 대학생 윤종신의 결의 같은 것이 느껴졌다고 할까. 그의 치열한 20대가 사진에서 읽혀서 한참동안 그 앞을 서성거렸다.

“처음 만난 윤종신은 연예인 같지 않았어요. 체크남방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뭔가를 가르쳐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오프닝 리셉션에서 만난 안성진 작가는 윤종신과 첫 만남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뭔가를 만들려고 했던 적은 없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시간이 지나가면서 (윤종신이) 변해가는 걸 사진에 담아내는 거죠.”

중앙대학교에서 연극영화과에서 촬영을 전공한 뒤 음향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던 안성진 작가는 “(촬영을 전공했으니) 사진 한 번 찍어보라”는 지인의 권유에 카메라를 들게 됐다. 윤종신과는 지난 1992년 발매된 015B 라이브 음반 작업을 통해 처음 인연을 맺었다. “미사리, 천호대교 밑에서 찍은 사진(정규 2집 재킷 사진)이 저와 성진이 형의 첫 작업물이에요.”(윤종신)

전시장 입구에는 정규 4집 ‘공존’의 재킷 사진이 커다랗게 걸려 있다. 모자 그림자에 가려 윤종신의 얼굴은 거의 보이지 않지만, 평범함과 끈기, 고독함이 뒤엉킨 분위기가 퍽 인상적이다. 윤종신과 안성진 작가 모두 이 사진을 베스트컷으로 꼽았다. 안성진 작가는 “‘공존’ 데모 테이프를 들으면서 음악과 가사에 깊이 빠져들었다. 분위기와 무드에 맞게 진행했던 사진”이라고 설명했다.

▲윤종신이 안성진 작가와 함께 작업한 음반 재킷 사진(사진=음반 커버)
▲윤종신이 안성진 작가와 함께 작업한 음반 재킷 사진(사진=음반 커버)

이번 전시에서는 정규 2집 ‘소로우(Sorrow)(1992)’부터 마지막 필름 작업이었던 10집 ‘비하인드 더 스마일(Behind The Smile)’(2005)까지 총 9장의 음반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의 양은 인화지 박스 30개를 가득 채울 만큼 방대했지만, 작업을 할 때마다 마음에 뒀던 사진들이 있어서 전시작을 선정하는 데에는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이 걸렸단다.

미사리, 서귀포, 낙원동, 담양 등 국내에서부터 뉴질랜드 퀸즈타운, 일본 북해도, 말레이시아, 미국 뉴욕 등 해외까지 촬영 장소는 다양하다. 각 장소마다 추억이 그득하다. “뉴질랜드는 사기를 당해서 간 거예요. 스키 타러 가자고 해놓고 촬영을 시킨 거죠.”(안성진) “군대 가기 전 마지막으로 낸 음반 사진이에요. 콘셉트가 있는 장소는 아니었어요. 여행객 윤종신의 느낌입니다. 캬~ 그 때 퀸즈타운 진짜 좋았는데. 사람도 없고 정말 파릇파릇했거든요.”(윤종신)

‘모델’ 윤종신의 진화(?)를 지켜보는 것 또한 전시회를 즐기는 새로운 재미가 될 전망이다. 비장함이 감도는 데뷔 초 사진을 지나면 때로는 생활인 윤종신의 모습이, 때로는 남자 윤종신의 모습이 사진 속에서 튀어나온다.

“모델로서 윤종신, 매력적이죠. 비주얼적인 매력이라기보다는 음악적인 재능에서 나오는 매력이 있어요. 자기가 직접 쓴 곡을 부르잖아요. 그래서 이미지를 연출하는 능력이 탁월해요. 자기가 자기 얘길 표현하는 거니까.”(안성진)
“성진이 형은 섬세한 마초 같아요. 마초적인데 소녀 같은 면이 있어요. 이중적인 성격의 충돌이 이 형의 매력입니다. 이 사람의 앵글 안에 잡히면 제가 가진 남성성, 뾰족하고 와일드한 분위기가 나와요.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찍어도 ‘남자’ 윤종신을 가장 잘 캐치하는 느낌입니다.”(윤종신)

▲'달램' 전시 현장(사진=월간윤종신&테오)
▲'달램' 전시 현장(사진=월간윤종신&테오)

전시회명 ‘달램’은 안성진 작가가 제안한 이름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윤종신과의 작업이 안성진 작가에게 ‘달램’이었기 때문이다. 사진작가 대 가수로서 이뤄지던 달램은 어느 순간부터 인간과 인간 사이의 달램이 됐다.

“종신이의 음악을 듣고 함께 사진 작업을 하는 것은, 살면서 겪은 힘들고 슬프고 어려운 일들을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됐어요. (윤종신과 작업을 통해) 심적으로 위안을 얻고 달램이 이뤄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안성진)

현장에는 가수 장재인, 에디킴, 배우 이동휘, 모델 주우재 등 유명 연예인들은 물론, 과거 윤종신과 함께 일했던 스태프들이 발걸음 했다. 스피커에서는 옛날 노래가 흘러 나왔고, 벽면에는 옛날 사진이 붙어 있었으며,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옛날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누군가의 과거에 함께 끼어들어 있는 듯한 경험이었다. 기묘했다. 한편으로는 감동적이었다. 그들이 긴 시간을 살아내 왔다는 것 자체가.

“재킷만 봐도 그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는 세대들이 있겠죠. 윤종신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오래 전 그날’(1993), ‘공존’(1995) 세대와 ‘너에게 간다’(2005) 이후의 세대가 있더라고요. 전자는 1970년대 생들, 후자는 1980년대 생들일 텐데 지금은 다들 30대 이상이 됐을 거예요. 그 분들이 전시장에 많이 와줬으면 좋겠어요.”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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