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비즈엔터

[소녀시대 10주년①] 소녀, 시대를 열다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걸그룹 소녀시대(사진=SM엔터테인먼트)
▲걸그룹 소녀시대(사진=SM엔터테인먼트)

소녀, 시대. 걸그룹 소녀시대의 팀명은 돌이켜보면 실로 선언적이다. 시대란 시간의 퇴적만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는 것. 전후(前後) 세대와 구분되는 동시에 같은 세대와 널리 공유될 수 있는 특징을 발견할 때 우리는 비로소 ‘시대’라는 호칭을 허락한다. 그러니까 소녀시대의 탄생은 소녀들의 시대를 열겠다는, 그리고 그것을 주도하겠다는 선언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소녀시대가 데뷔 10주년을 맞는다. 7일 여섯 번째 정규음반 ‘홀리데이 나이트(Holiday Night)’를 발매한다. 음원은 지난 4일 오후 6시에 오픈됐고, 5일 팬미팅에서 신곡 무대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10년 동안 활동한 걸그룹, 더욱이 활동 기간의 대부분을 ‘톱’ 자리에서 보낸 걸그룹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보이그룹에 비해 팬덤의 응집력과 지구력이 약한 까닭에 걸그룹의 수명은 길지 못하다. 가장 인기 있는 걸그룹은 가장 최근에 데뷔한 걸그룹으로 교체되고, 걸그룹의 연차는 그들의 커리어가 아닌 나이 먹음의 증거로 취급되기 일쑤다. 오랜 시간 걸그룹의 정체성은 그들의 젊음이나 콘셉트로써 완성됐다. 걸그룹 자신이 아니라.

그래서 소녀시대의 10주년은 의미 있다. ‘소녀’라는 타이틀을 내세운 탓에 데뷔 초부터 나이와 관련된 별의별 비아냥거림을 들어야 했던 그들은, 그러나 멤버 전원이 20대 후반에 접어든 지금 누구에게도 ‘소녀’라는 호칭에 대해 ‘태클’을 받지 않는다. 팀명 ‘소녀시대’는 소녀성에 대한 상징을 넘어 하나의 고유명사,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의 소녀시대가 된 것이다.

▲소녀시대(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소녀시대(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이것은 어떤 순간의 어떤 선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를 통해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찬 소녀의 얼굴을 그려내고 “콧대 높던 내가 오빠를 사랑”(‘오!’)한다고 고백하던 시절을 지난 순간. ‘소녀성’을 내세우는 것이 더 이상의 경쟁력을 보장해주지 못하던 순간의 선택.

소녀시대의 선택은 ‘더 보이즈(The Boys)’였고, ‘미스터 미스터(Mr. Mr.)’였으며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이었다. ‘더 보이즈’에서 소녀시대는 ‘오빠’가 아닌 남자들에게 “가슴을 펴 봐라”고 외치고 ‘미스터 미스터’에서는 선택 받은 소녀가 되는 대신 “너 Mr. 나를 빛내줄 선택 받은 자”라고 말한다. 이성을 도발하는 내용처럼 보이는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결국 타인을 지운 화자의 자립으로 수렴한다.

20대 후반, 활동 7년 차를 넘긴 걸그룹의 미래에 대해 누구도 선례를 제시해주지 못했을 때 소녀시대는 자신의 길을 개척해 그것을 ‘10주년’이라는 지점까지 연장시켰다. 소녀의 얼굴을, 소녀의 무해함을 내세우지 않아도 소녀시대는 소녀시대로 우뚝 서 있다. 나이와 외모에 많은 것을 기대야 했던 걸그룹의 한계를 극복하고 오직 자신으로써 정체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소녀시대가 10주년을 향해 달려가던 최근 몇 년 간 걸그룹 여자친구로 대표되는 ‘포스트 소녀들’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10년 뒤, 과연 얼마나 많은 소녀들이 소녀시대처럼 남아 있을까.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보다는 많을 것이다. 소녀시대로 인해 열린 걸그룹의 새로운 시대 덕분에.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저작권자 © 비즈엔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press@bizenter.co.kr

실시간 관심기사

댓글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