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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콘] “저기 나의 영웅이 온다네” 리암갤러거·푸파이터스 내한 공연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미국 록 밴드 푸 파이터스(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미국 록 밴드 푸 파이터스(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저기 나의 영웅이 떠나네. 그가 떠나는 모습을 봐. 저기 내 영웅이 떠나. 그는 평범한 사람이었어.”(푸 파이터스 ‘마이 히어로’ 중) 어둠이 짙게 깔린 22일 오후 7시 잠실벌에 8000 여 명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앞서 몇 번이고 ‘로큰롤을 좋아하느냐’고 묻던 데이브 그롤은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더욱 거세게 관객들을 몰아붙였다.

록의 영웅들이 한국을 찾았다. 브리티쉬 록의 살아있는 전설 리암 갤러거와 미국 그런지 록의, 마찬가지로 살아있는 전설인 푸 파이터스가 주인공이다.

여기에 한국 인디 록의 자존심 모노톤즈가 가세해 ‘리브 포에버 롱(Live Forever Long)’ 콘서트를 완성했다. 밴드 노브레인, 문샤이너스를 거치며 한국 홍대 신의 부흥기를 이끈 차승우가 만든 팀이건만, 30년 가까이 음악을 쓰고 만든 ‘형님’들 앞에서 모노톤즈 막내를 자처했다.

“뒤에 지금 영국에서 온 형님(리암 갤러거)도 계시고 미국에서 온 형님(푸 파이터스)도 계신데, 여기서 막내가 재롱 좀 부리겠습니다.” 보컬 훈조의 익살로 시작된 모노톤즈의 공연은 짧고 굵게 마무리됐다.

“리암스럽게 해볼까, 데이브 그롤스럽게 해볼까 고민하다가 그냥 모노톤즈스럽게 하기로 했다”면서 팔을 크게 휘두르며 기타를 울려 댔다.

▲영국 록 가수 리암 갤러거(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영국 록 가수 리암 갤러거(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리암 갤러거는 과거 “명백히 클래식하다”고 평가했던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등장했다. 노래의 후렴구에서는 리암 갤러거가 말춤을 타고 등장하는 모습을 잠깐 상상했지만 아쉽게도 상상에서 그쳤다. 대신 그는 시크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팬들을 맞았다. 뒷짐을 지고 노래를 부르는 습관은 여전했다. 이따금씩 겉옷의 모자를 눌러쓸 때면 ‘간디 작살’이라는 환호가 절로 터져 나왔다.

리암 갤러거는 자신의 솔로곡과 오아시스, 비디아이의 노래를 고루 섞어 들려줬다. 한 때 오아시스의 노래를 전혀 부르지 않았던 그는 “얼마나 (힘들게) 일해서 그 돈으로 네 공연에 왔는데 넌 오아시스 노래로 공연하지 않는다는 말이냐”는 한 팬의 울음 섞인 항의에 마음을 고쳐 먹었단다. 덕분에 ‘락앤롤 스타(Rock ‘n’ Roll Star)’, ‘슬라이드 어웨이(Slide Away)’, ‘모닝 글로리(Morning Glory)’ 등의 명곡을 직접 라이브로 듣는 호사를 누렸다. 앙코르곡 ‘원더월(Wonderwall)’을 함께 부를 때에는 황홀한 기분마저 들었다.

푸 파이터스는 이날 오후 9시 20분을 조금 넘긴 시각에 등장했다. 무대 구성부터 비장했다. 리암 갤러거가 공간을 열어놓고 노래를 부른 것과 달리 푸 파이터스는 무대 양 쪽에 조명을 설치해 실내 공연장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데이브 그롤은 첫 곡 ‘올 마이 라이프(All My Life)’부터 힘차게 뛰며 무대 양 쪽을 가로질렀다.

데이브 그롤은 ‘런 투 플라이(Learn To Fly)’, ‘더 프리텐더(The Pretender)’, ‘마이 히어로(My Hero)’를 연달아 부른 뒤에야 관객들을 놔줬다.

“신사 숙녀 여러분. 오늘은 우리가 두번째로 한국에 온 날입니다. 우리의 첫 내한을 기억해요. 난 여러분이 세계 최고의 관객이라는 걸 미처 몰랐어요.”

▲푸 파이터스의 프런트맨 데이브 그롤(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푸 파이터스의 프런트맨 데이브 그롤(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사납게 그로울링(Growling)하던 록커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달콤한 밀어를 속삭이는 중년의 남성이 나타났다.

“처음 우리가 한국에 왔을 땐 우리가 서로를 진짜 만난 것 같지 않았어요. 난 심지어 걷지도 못했었다고요.(2015년 내한 당시 데이브 그롤은 다리 부상 탓에 의자에 앉아 공연했다). 하지만 오늘은” 잠시 말을 흐린 데이브 그롤은 의기양양하게 몸을 흔들며 춤을 췄다. “우리가 한국에 다시 온 이유는, 여러분들이 퍼킹 어메이징하기 때문이에요.”

첫 음반에 수록된 ‘빅 미(Big Me)’와 가장 최근 발매한 신곡 ‘런(Run)’이 연달아 연주됐다. 푸 파이터스는 본격적으로 그런지 록의 세계를 펼쳐 보였다. 데이브 그롤이 기세 좋게 기타 연주 속도를 높이면 드러머 테일러 호킨스가 호전적으로 따라 붙었다. 키보드 앞에 선 래미 재피는 푸 파이터스의 새 음반명 ‘콘크리트 앤드 골드(Concrete and Gold)’가 적힌 깃발을 요염한 자태로 흔들어댔다.

한껏 연주에 몰두해 있던 푸 파이터스는 관객들의 급격한 체력 저하를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이제 춤을 출 수 있는 노래들을 들려주겠다”는 말과 함께 ‘워크(Walk)’, ‘몽키 렌치(Monkey Wrench)’, ‘베스트 오브 유(Best Of You)’를 연달아 들려줬다. 시간은 밤 11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마지막 곡입니다. 작별인사는 하고 싶지 않군요. ‘굿바이’라는 말 대신 이 노래를.” 그럴듯한 끝 인사와 함께 다음 곡을 연주하려던 데이브 그롤은 그러나 첫 마디 연주에서부터 실수를 하며 웃음을 안겼다. “신이시여, 이번엔 제발 틀리지 말아야 할 텐데. 난 이 곡을 1000번이나 연주했다고요.”

다행히 두 번째 연주는 멋지게 성공했다. 공연명과도 일치하는 ‘에버롱(Everlong)’이었다. 비장하면서도 희망적이고 때론 서정미마저 느껴지는 노래다. 연주를 듣고 있자니 90분의 공연 동안 푸 파이터스와 깊고 진한 우정을 쌓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다시 한국에 오면 여러분도 우릴 보러 다시 와줄래요? 그 땐 저 스타디움에서 더 긴 공연을 보여 줄게요.”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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