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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용하지만 분명한, ‘당신의 부탁’ 윤찬영

[비즈엔터 이주희 기자]

▲윤찬영(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윤찬영(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잔잔하지만 울림이 큰 영화가 있고, 조용하지만 강한 배우가 있다. 영화 ‘당신의 부탁’과 배우 윤찬영이 그렇다. ‘당신의 부탁’의 16살 소년 종욱은 아빠가 돌아가신 후 새엄마인 효진(임수정 분)과 살게 되는 상황과 맞닥뜨린다. ‘남’으로도 볼 수 있는 두 사람은 점차 연대를 쌓아가다가 ‘가족’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윤찬영이 연기한 종욱은 극적인 변화가 없는 인물로, 분명 연기하기 쉬운 캐릭터는 아니다. 하지만 윤찬영은 조용하지만 분명한 눈빛으로 어느 샌가 관객을 극에 끌고 들어온다.

“기존에 했던 연기 스타일과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내가 힘줘서 할 부분이 없어서 고민했다. 잔잔하게 계속 가되 약간의 변화가 필요했다. 다행히 현장에서 임수정 선배님과 맞춰가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잘 따라갔던 것 같다.”

효진이 극중 종욱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대답 좀 해라”다. 사춘기 소년 특유의 반발심을 가지고 있는 종욱은 살가운 행동을 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쉽게 내비치지 않는다. 얄미운 소리를 일부러 하기도 한다.

“종욱은 억울한 상황에서 못 참고 티를 낸다. 종욱이는 혼자 살라고 하면 혼자 살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어른들 결정대로 이곳저곳 보내진다. 그래서 툭툭대는데 그게 반항심처럼 보이는 것 같다.”

▲윤찬영(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윤찬영(사진=고아라 기자 iknow@)

‘당신의 부탁’은 ‘엄마들’에 관한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그리고 영화를 촬영한 배우들에게도 ‘우리의 엄마의 인생은 어땠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자식은 엄마 인생 중간에 들어온 거지 않나. 가끔 엄마와 엄마의 어린 시절에 대해 얘기할 때가 있는데 내가 전혀 모르던 일들이 많아서 신기하기도 하다. 중2 때까지는 촬영도 엄마와 함께 다녔는데 이제는 같이 다니진 않는다. 최근엔 ‘당신의 부탁’ 시사회 때 엄마가 와서 보셨는데, 아마 엄마 눈에는 영화 흐름보다는 내가 더 눈에 들어오셨을 거다. 별 말씀은 안 하시는데 뿌듯해하시는 것 같다.”

극중 윤찬영의 엄마는 임수정이 맡았다. 앞서 윤찬영은 드라마 ‘마마’에서 송윤아, 영화 ‘중2라도 괜찮아’에서는 장서희를 엄마로 두는 등 많은 엄마들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다만 ‘당신의 부탁’은 임수정의 첫 엄마 역할로 주목을 받은 영화이기에 임수정의 첫 아들이 된 윤찬영의 소감 또한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극중 임수정 선배의 나이가 서른둘이다. 내게 서른둘은 형, 누나 느낌이다. 임수정은 지금까지 호흡을 맞췄던 엄마들 중 가장 젊은 엄마였고, 이건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 같다. 호칭은 여전히 없다. 어떤 호칭이 어울리는지 생각해 봤는데, 나도 모르고 선배님도 모르겠다고 해서 딱히 정하지 않았다. 선배님이라고 하면 거리감도 느껴지고 애매해서 이대로가 좋은 것 같다. 요새 홍보차 계속 함께 다니는데 잘 해주신다. 사실 내가 아직 학생이라 그런지 어른들과 친해지는 일이 나 스스로 어렵게 느껴진다. 예의를 많이 지키고 싶은데 혹시나 실수할까봐 걱정된다. 아직 연습이 많이 필요한 거 같다.”

▲윤찬영(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윤찬영(사진=고아라 기자 iknow@)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했기에 또래 친구들과 남다른 걱정거리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친구들과 있을 때 그는 여전히 18세 개구쟁이 소년이다. ‘당신의 부탁’ 속 종욱과도 전혀 다른 모습이다.

“밖에서 활동할 때는 성숙하다는 소리를 듣는데, 친구들과 있을 때는 그런 모습이 거의 없다. 실제 나는 엄청 잘 웃고, 말도 많고 활기차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앞장서는 스타일이다. 평소 친구들과는 지난 밤 본 축구 경기 얘기를 많이 한다. 친구가 응원하는 팀이 졌을 때 많이 놀린다.(웃음) 연예인이기 때문에 처음엔 나를 다르게 보는 시선들도 있었는데, 지내다 보니까 다른 친구들과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다들 응원해준다. 가끔 내 인터뷰나 영상을 보면 놀릴 때도 있다. 얼마 전 ‘의문의 일승’ 찍었을 때 ‘누울래. 뽀뽀 할래?’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한 일주일 정도 ‘찬영아. 밥먹으러 갈래, 뽀뽀할래?”라고 놀리더라.(웃음)”

아역배우가 성인이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아역배우에서 성인배우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윤찬영은 여진구를 비롯해 학교 선배 김유정 등을 잇는 ‘잘 자란 아역’ 중 한 명으로 꼽히지만, 그들과 비교되는 것보다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2년 후면 성인이 된다. 곧 다가올 일이라고 생각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좋은 방향으로 잘 됐으면 좋겠다. 선배 배우들이 있지만 그분들과 나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처럼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스스로 방법을 찾아가려고 생각한다.”

윤찬영은 11살에 취미로 연기를 시작, 벌써 8년차가 됐다. 배우 윤찬영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까.

“연기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조금 알았다 싶으면 다시 하얘진다. 연기를 한다는 건 아주 많은 부분을 동시에 신경 써야하는 것 같다. 신경 쓸 게 새로 생기다 보니까 그만큼 놓치는 부분도 생기는 것 같아서 어렵다. 어릴 때는 취미로 생각했고, 작품에 들어가면서는 연습한 것을 열심히 보여드렸는데, 직업으로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 후부터는 더 깊이 생각하려고 한다.”

윤찬영은 향후 포부도 밝혔다.

“지금까지 서정적인 분위기를 많이 연기 해왔다면 이젠 에너지 넘치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다. 잘 할 수 있는 연기뿐만 아니라 못하는 부분도 부딪치려고 한다. 실패를 할 수도 있지만, 결과가 좋든 안 좋든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시청자분들과 관객분들에게 많은 느낌을 드리고 싶다.”

이주희 기자 jhymay@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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