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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증인' 좋은 사람, 정우성

[비즈엔터 이주희 기자]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증인’(감독 이한)의 주인공 순호(정우성 분)는 과거 민변이었지만 지금은 대형 로펌에서 기득권을 위해 일한다. 그는 이제 보통 사람들처럼 흘러가는 대로 살기로 한다. 소신보다는 돈이 더 중요하다. 그러다가 만난 한 자폐아 소녀(김향기 분)가 묻는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냐고. 늘 마음속에 불편함을 가지고 있던 순호는 결국 소신을 지키고야만다. 좋은 사람이 된다.

착한 목소리를 내는 영화 ‘증인’의 이야기가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소신 있는 주인공 순호의 모습이 정우성의 실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다른 연예인처럼 조용히 입을 다물고 살지 않았기 때문에 정우성의 영화는 개봉하면 작품과 관련이 없는 내용의 댓글이 더 많이 달린다. 하지만 삶이란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는 잘 살아낼 수 없을 것이다. 흘러가는 인생을 살지 않고 소신을 지키고자 하는 정우성을 최근 비즈엔터가 만났다.

<정우성과 일문일답>

Q. ‘증인’의 순호는 실리를 쫓지만 밑바탕은 선하다. 범인을 변호할 때도 나쁜 마음으로 변호를 하는 건 아니다. 순호를 어떻게 보았나?

A. 바람직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그런 여지를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순호의 직업(변호사)은 재밌다. 분명히 개인의 직업이긴 하지만 사회가 요구하는 공공성이 있다. 의뢰인이 말하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직업인지, 아니면 사실을 찾아야 하는 직업인지, 변호사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이런 직업이 이 사회에서 어떤 순기능을 하는지 다시 한 번 질문해볼 수 있었다.

Q. ‘똥개’도 있었지만 ‘증인’처럼 소시민적 캐릭터를 맡은 건 오랜만이다. 최근 ‘아수라’ ‘강철비’에 출연한 것처럼 정우성 하면 강렬한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은데.

A. 내가 입고 있는 옷과 맞는 옷은 분명 다를 거다. 분명 잘 어울릴 거라 생각하고 들어가긴 하지만 안 맞을 수도 있고, 아무 생각 없이 입었는데 잘 어울릴 수도 있다. ‘똥개’를 찍었을 때 ‘똥개’를 찍는 정우성을 관객들은 바라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징징거리고 김치를 무치는 철민이를 관객이 원하지 않았고, 나 또한 온전히 잘 전달할 수 없었을 수도 있다. 연기라는 게 외형적인 이미지가 캐릭터를 받아들이는데 첫 번째 요소가 되는 것이 맞다. 그게 때로는 허들이 된다. 그걸 깨서 캐릭터의 본질을 관객에게 잘 전달하는 게 배우의 일인 것 같다.

Q. 그런 의미에서 소시민적인 캐릭터를 맡는 건 정우성에게 어떤 느낌인가?

A. 나는 일상의 가치를 충분히 알고 있다. 늘 추구하고, 그 안에 담겨 있고 싶은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일상의 찬란함에 대한 결핍과 애증이 있기 때문에 더 갈구하고 더 소중하게 느낀다. 그래서 영화 안에서 이런 캐릭터가 주어지면 마치 어린아이처럼 신나게 연기를 하는 거 같다. ‘증인’은 단단하지만 따뜻한 시나리오 때문에 선택했다. 설정된 공간이나 아버지와의 관계 등이 일상적이었기 준비되지 않은 리액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다. 편안함을 넘어 자유로웠다. 모든 리액션이 준비되지 않은 것이었다. 정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늘 재미있었다. 그래서 항상 촬영장에 빨리 가고 싶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Q. 정우성과 순호가 겹쳐 보이는 장면도 있다. 아버지(박근형 분)가 아들 순호에게 결혼 문제로 타박하는 모습은 실제 정우성을 두고 하는 이야기 같아서 웃음이 난다.

A. 결혼은 순호나 나나 마찬가지다. 극중 순호가 결혼 안 한다고 말하는데, 그건 귀찮아서 그렇게 말한 거다. 실제론 얼마나 고민이 많겠나.(웃음)

Q. 해당 장면을 촬영하면서 웃기지는 않았나?

A. 찍으면서는 나는 진지했다. 당사자인데 웃겨서 빵빵 터지겠나.(웃음) 순호가 나와 실제로 같은 나이인 46세다. 뼈 저린다. 외면하고 싶다. 실제로라면 방으로 들어가고 싶었을 거다.(웃음)

(아래의 기사에는 영화 ‘증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Q. 순호는 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 소신을 잠시 버려둔다. 순호에게 공감 가는 부분이 있었나?

A. 다행히 현실에서 나는 원하지 않는 타협을 할 일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순호가 나에게는 색다른 역할이었고, 순호의 고민이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타협의 정당성을 찾거나 질문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순호의 모습에 있었다.

Q. 순호는 과거 민변이었다가 현재 대형 로펌으로 왔다. 선택의 기로에 있는 인물로, 극중 대형 로펌의 상사가 순호에게 “때 좀 묻혀야겠다”고 말하는데, 그 대사는 ‘더킹’에서 정우성이 연기했던 한강식 검사를 떠올리게 한다. 만약 순호가 끝까지 대형로펌에 있었다면 한강식 같은 인물이 되지 않았을까?

A. 맞다. 인생은 사소한 선택으로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때 정당한지 생각해야 한다. 내가 속해있는 조직 안에서 정당함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Q. 고민하는 순호에게 지우(김향기 분)가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질문을 한다. 이 질문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A. 지우가 뜬금없이 가벼운 말을 하는데 따지고 보면 무거운 말이다. 그때 촬영을 하면서도 울컥했다. 늘 할 수 있는 질문인데 현실에선 안 하고 살지 않나. 그 질문을 받았을 때 ‘내가 당당하게 답변할 수 있을까?’ 싶었다. 긴 세월을 살아간 어른으로서 스스로에게 다시 물어볼 수 있어 좋았다. 게다가 지우가 마지막에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라고 평가를 해주지 않나. 하지만 순호는 그걸 온전히 받지 못 한다. 노력하려는 자세를 만들어주는 질문인 거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Q. 앞서 난민 이야기를 하면서 영화 ‘인랑’ 개봉 당시 불필요한 구설수에 올랐다.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A.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해야 될 말을 하는 것은 내가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기 때문에 하는 거다. 좋고 나쁨이 아니다. 지탄하는 것도 나빠서 지탄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해 관점의 차이일 뿐이다. 반대 이야기가 있을 때 (내가) 도망가려 하지 않는 게 정당성을 지키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좋을 수는 없다. 관계란 상대적인 것이고, 좋고 나쁨은 관계 안에서 만들어지는 거니까. 나와의 관계, 사회와의 관계, 책임 안에서의 관계가 다양하기 때문에 ‘그게 정당한 것이냐’에 대한 대답은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증인’ 또한 상대방에게 강요하거나 설득하는 게 아니라 담담히 얘기하면서 관조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스스로 대입할 수 있는 관계 설정을 하는 거다. (자폐아의) 결핍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사회의 태도가 문제이지 않나.

Q. ‘증인’도 편견과 소통에 관한 이야기다. 정우성 역시 대중에게 해명이 아니라 소통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A. 긴 시간 동안 편견이 있었고, 온전한 나로 봐주길 노력했던 것 같다. 무의식중에 모든 대상에게 편견을 가질 수 있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이라 자기만의 편견을 생각하니까 그게 얼마나 위험한지 모른다. 나는 한 명이고, 다른 사람은 다수이기 때문에 내가 다른 것을 편견으로 대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에게서 내가 편견을 당하는 일이 더 많은데도 말이다. 나에게 돌아올 상처가 더 큰 것이다.

Q. 결국은 소신을 지키는 순호의 모습은 실제 정우성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누군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만 한다면 갈등이 없겠지만, 자기 소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부딪쳐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후자에 가까운 정우성이 그런 생활을 하면서 힘든 부분은 없나?

A. 나의 경우는 힘든 부분이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다.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소신의 문제인 것 같다. 소신이라는 건 어릴 적부터의 자아 확립을 할 수 있느냐인데, 그런 환경이 없었다면 ‘튀지 말아야지’ ‘다수가 이끄는 대로 조용히 잘 가는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착하지 않은 착함’을 따르게 되는 의지가 생기는 게 아닐까.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Q. 후배 배우들을 잘 챙긴다는 이야기가 많다. 후배들 밥이 나오지 않자 자신의 것보다 더 빨리 챙겨달라고 했다는 소소한 에피소드도 있다.

A. 식당 주인이 나에 대한 배려로 먼저 가져다 줄 수 있지만, 사실 먼저 온 사람에게 더 빨리 주는 게 맞지 않나. 당연히 가져야 할 생각이다. 그리고 현장에서 나는 배우가 아닌 동료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다. 다른 스태프들이 궁금하고 내가 현장에서 즐겁게 일하는 만큼 다른 사람도 즐거움과 행복을 공유했으면 좋겠다. 내가 소외됐던 아이여서 그런지 현장에서 다른 사람들과 교감할 때 나는 더 안정적이 된다.

Q. 왜 자신을 소외됐다고 표현하나?

A. 어린 시절에 가난하고 산동네 철거촌 아이였다. 세상에 대한 동경과 부러움만 가지고 있었고, 학교도 빨리 그만 뒀다. 늘 혼자 있었다.

Q. 순호가 직업이나 인생관에서 딜레마를 겪는데, 그 과정에서 한 소녀를 만나면서 좋은 사람으로 살겠다는 인생관을 결정하게 된다. 실제로 자신의 인생관을 확신하게 된 순간이 있었나?

A. 깨우침이 불현 듯 나타날 수 있지만, 아주 사소한 일들이 계속해서 이뤄질 때도 만들어질 수 있다. 세상에서 내가 어떤 존재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해왔다. 방금 ‘왜 소외되었냐’고 물어보실 때처럼, 나 혼자서 나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청소년기를 지내다 보니까 그런 생각이 일상화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Q. 개인적인 소확행은 무엇인가?

A. 내가 라떼를 좋아하는데 라떼 마시고 싶을 때 한 모금 마실 때 행복하다. 그리고 얼마 전 주지훈이 ‘킹덤’ 시사 잘 했나 해서 연락했더니 반갑게 받을 때. 그 순간 행복했다.(일동 폭소) 행복은 선택이다. 특별하게 주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떤 것에 감사를 하고 만족하느냐가 소확행의 빈도수를 높이게 한다.

Q. 차기작도 기대가 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는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을까?

A. 또 다른 재미다. 거기선 지질하다. 지질의 극치를 보여줄 거다.(웃음)

이주희 기자 jhymay@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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