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5년 차를 향해 가고 있는데도 아이러니하게 계속 데뷔하고 있어요. 하하."
2016년 프로젝트 그룹 아이오아이로 연예계에 입문한 김세정은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에서 그룹 구구단으로 다시 한번 데뷔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 싱글 '꽃길'로 솔로 가수로도 데뷔했으며, 지난 17일에는 데뷔 후 첫 번째 미니앨범을 발매했다. 약 5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계속해서 '데뷔한' 덕분에 김세정은 여전히 신인의 마음이다.
첫 번째 미니앨범 발표를 앞두고 비즈엔터와 만난 김세정은 자식을 세상에 떠나보내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타이틀곡 '화분'을 제외한 수록곡 4곡의 작사·작곡까지 참여했기 때문이었다.
"작사·작곡은 공부를 따로 해야 하는 줄 알고, 아예 생각을 안 하고 있었는데 이번 앨범에서 처음 해보게 됐어요. 마음만 살짝 바꾸면 되는 거더라고요. 제대로 작사·작곡을 공부한 게 아니다 보니 혼자 곡을 쓰기엔 한계가 있어 공동 작곡으로 이름을 올렸어요. 대중들이 어떻게 들어줄지 걱정도 되고, 기대도 돼요. 많은 분들이 제 노래를 통해 위로를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미니앨범의 타이틀곡 '화분'은 화분 속 작은 생명에게 받은 감정을 풀어낸 위로곡이다. 특히 '화분'은 자신만의 색깔이 가득한 음악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선우정아가 참여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김세정은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같이 협업하고 싶은 뮤지션으로 선우정아를 꼽았고,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고 전했다.
"선우정아 선배는 학창시절부터 좋아했던 뮤지션이었어요. 평소 노래를 들으면서 많이 배웠고,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떠올랐죠. 선우정아 선배도 흔쾌히 함께 해주셨고, 나를 위해 이전에 써놓은 곡이 아닌 새로운 곡을 써줬어요. 선우정아 선배를 좋아하길 잘했죠. 하하."
선우정아의 음악을 좋아했던 김세정에게 이번 협업은 배움의 연속이었다. 가사의 의미를 하나하나 생각하며 노래하는 법을 배웠고, 본격적으로 녹음하기 전 음정과 박자, 호흡까지도 완벽한 선우정아의 시범을 보고 노래 연습에 안일했던 스스로를 반성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선우정아 선배가 '화분'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은 '하루를 살아내고 다시 이만큼 또 자라있는'이라고 했어요. 아무리 힘든 하루를 보냈다고 해도, 사람은 모두 조금씩 자란다는 의미를 담고 있거든요. 그런 모두를 대변할 수 있는 노래가 됐으면 좋겠다고 선우정아 선배도 얘기했어요."
이번 앨범 가사집에는 김세정이 직접 쓴 짧은 에세이가 포함돼 있다. 앨범 수록곡과 동명의 에세이에는 방송이나 무대 위에선 드러나지 않았던 김세정의 속마음이 담겨있다. 그 중 '오늘은 괜찮아'에선 '긍정에 지쳤다'는 구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데뷔 때부터 언제나 밝은 웃음으로 대중들에게 사랑받아왔던 김세정이었기에 구절의 의미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긍정에 지쳤을 때 이 노래를 들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썼어요. 사실 저도 항상 긍정적일 수 없는데, 한때 웃지 않는 내 모습을 사람들이 싫어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한 적이 있었어요. 이제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고 해요. 웃으면서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어요. 잘못된 감정 컨트롤에 스스로 쓰러지면 안 되잖아요."
항상 최선을 다하는 '열정세정'으로, 그러면서도 주변을 챙기는 '갓세정'으로, 늘 웃음을 잃지 않는 '인간 비타민'으로 김세정은 데뷔 후 지금까지 다방면에서 쉬지 않고 부지런히 달렸다. 그의 왕성한 활동을 항상 반기는 팬들도 있지만, 행여 그가 지쳐 쓰러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팬들도 있다.
"번아웃을 걱정하는 팬들이 있는 걸 알아요. 하지만 힘들다 싶으면 항상 회사에 미리 이야기하고 쉬는 편이예요. 식상할 수 있지만 제가 계속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은 팬들의 사랑이예요. 팬들의 기다림에 응하고 싶고, 저를 잔뜩 기다리던 팬들이 '역시 세정이다'라고 말했을 때, 그 만족시키는 맛이 있거든요. 하하."
김세정은 이번 활동이 본인에게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김세정은 아직 사람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알리지 못한 것 같다며 첫 미니앨범 '화분'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확실히 알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꽃길' 말고는 아직 제 목소리를 알리지 못한 것 같아요. 김세정의 음색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고, 메시지를 전하는 가수가 되는 것이 목표예요. 예전에는 스스로 개성 있는 보컬이 아닌 것 같아 걱정이 많았거든요. 이제는 장르에 따라 각양각색의 보컬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제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대신 제 감정을 듣는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도록 노래를 불러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