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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수지김 아닌 보통 여성 김옥분, 안기부 조작의 피해자

[비즈엔터 홍지훈 기자]

▲안기부 소행 수지김 사건을 듣는 송은이(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이야기' 방송화면 캡처)
▲안기부 소행 수지김 사건을 듣는 송은이(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이야기' 방송화면 캡처)

평범한 여성 '김옥분'이 안기부와 남편 윤 씨의 공작에 간첩 수지김으로 둔갑했던 '암호명 마카로니-수지 김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이야기'가 전했다.

최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1회에서는 장도연, 장성규, 장항준이 자신의 친구들에게 1987년 납북 미수사건 일명 '수지 김 사건'을 전하는 모습이 그려져다.

1987년 1월 9일, 한 남자가 공항해 등장해 자신이 싱가포르에서 납치 당해 납북될 뻔 했으나 가까스로 탈출해 한국에 돌아왔다고 밝혔다. 남자는 그를 납북하려 했던 범인으로 아내 수지김(김옥분)을 지목했다. 남자는 아내가 먼저 평양으로 향했고, 아내를 따라 스위스에서 정치 망명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자는 북한공작원들에게서 극적으로 탈출했다고 전했다.

17일 후, 홍콩의 어느 아파트 침대 밑에서 수지김의 시신이 발견됐다. 당시 언론에선 동료 공작원들이 한 소행이라고 추측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14년 후, 벤처사업가로 승승장구하던 남편 윤 씨는 수지김 살해 혐의로 구속됐다.

모든 것이 남편의 거짓말이었다. 윤 씨는 증언했던 것과 다르게 아내 수지김을 먼저 살해하고 월북을 결심했다. 하지만 북한대사관에서 반응이 좋지 않자 실제 일어나지도 않았던 '납북 미수 사건'을 조작했다.

안기부는 윤 씨가 거짓말을 했고, 북한에 자진망명을 기도했단 사실도 알고 있었다. 윤 씨는 공항에 도착했을 때 자신의 거짓말이 탄로난 것을 모르고 있었다. 이후 윤 씨는 남산 안기부 조사실로 끌려가고, 이틀 만에 모든 걸 자백했다. 수지김 시신이 발견되기 15일 전이었다.

당시 장세동 안기부장은 수사 담당관에게 사건을 은폐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여기에 윤 씨가 기자회견을 할 때 야당 거물급 인사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언급하라고 했다. 1987년에 민주화의 열기가 전국으로 퍼져서 군사정권이 휘청될 때였던 당시의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한 카드로 사용했다.

안기부는 비밀이 새어나가지 않게 작전명 '마카로니'를 세웠다. 마카로니는 수지김을 부르는 암호였다. 신일구는 윤 씨의 암호명. 윤 씨는 3개월 동안 세뇌당한 후 안기부에서 풀려난 후 계속 감시당했다. 안기부는 홍콩 경찰의 수사 협조 요청을 거절하고, 국내 언론을 조종했다. 수지김 가족을 간첩사건인양 수사하는 모습을 보이라고도 했다. 수지김의 남은 가족들은 이 사건으로 인해 파탄에 이르렀다. 수지김은 원래 '김옥분'으로, 가족들에게 살뜰하던 평범한 여성이었다.

윤 씨는 징역 15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안기부 관련 인물들은 처벌을 받지 않았다. 직무유기, 직권남용 공소시효가 만료됐기 때문이었다.

홍지훈 기자 hjh@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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