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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소나무' 교통사고로 누워있는 아들 보살피는 아흔 아버지의 소원

[비즈엔터 홍선화 기자]

▲MBN '소나무'(사진제공=MBN)
▲MBN '소나무'(사진제공=MBN)
MBN '소나무' 26년째 이어지는 90대 아버지의 소원을 만나본다.

5일 방송되는 MBN '소나무'에서는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성치 못한 몸으로 교통사고로 인해 누워있는 아들을 보살피는 아빠의 가슴 아픈 사연이 소개된다.

동도 트지 않은 새벽, 오늘도 종권(89) 씨는 잘 펴지지 않는 허리를 일으켜 세운다. 허리와 마찬가지로 89년의 세월을 종권 씨와 함께한 다리 역시 다 낡았다. 삐걱대는 몸으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아들 호제(50) 씨의 식사를 챙기는 것이다. 아흔을 앞둔 나이에 장성한 자식에게 식사까지 차려준다니. 여느 가정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호제 씨는 힘들게 달려온 인생에 지쳤는지 언젠가부터 매일 누워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호제 씨가 살아가고 있다는 말보다, 종권 씨가 아들을 살아가고 있게 만들고 있다는 말이 더 맞는 것도 같다. 오늘도 초점 없는 눈으로 멀뚱멀뚱 천장만을 바라보고 있는 아들을 보던 종권 씨는 나지막이 속삭인다. “오래 누워있었잖아. 이제 일어날 때가 됐어...” 오늘도 호제 씨는 대답이 없다. 종권 씨의 무너지는 마음을 감히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요?

호제 씨가 청년이었던 시절, 그러니까 지금부터 약 26년 정도 전이지요. 해군부사관으로 입대한 호제 씨는 조국을 지킨다는 게 가슴 떨리도록 뿌듯했다. 부대 내에서도 누구보다 건강하고 똑똑했던 호제 씨는 기술 연수를 받기 위해 바다 건너 미국까지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종권 씨가 문득 아들에게 전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의 감이란 그런 것일까? 아들에게 전화해 차를 사지 말라고, 사고가 참 무서운 것이라고 경고를 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호제 씨는 차를 사버렸다.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한 대가는 어마어마했다. 가족의 곁을 떠나 외로이 지내던 호제 씨는 결국 낯선 그곳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말도 쉬이 통하지 않는 그곳에서 간신히 목숨만 부지하던 호제 씨는 1년이 지나서야 우리나라, 우리 땅을 밟을 수 있었다. 그렇게 호제 씨는 호흡도, 식사도 전부 얇은 호스에 맡긴 채 만 26년을 누워 쉬고 있다.

사실 종권 씨의 가정은 남부럽지 않게 화목했다. 작은 잡지사를 운영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곤 했다. 사람들이 나의 책을 읽는 모습은 나를 더욱더 열심히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듣게 된 막내아들의 사고 소식은, 정말이지 종권 씨에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아들이 저렇게 누워있으니, 돈을 벌어도 벌어도 구멍 난 독에 물 붓는 격이었다. 결국 종권 씨는 본인의 전부였던 잡지사를 눈물과 함께 보내고 말았다. 그런데 왜 불행은 한꺼번에 닥치는 것일까. 치매와 유방암을 앓던 아내가 무엇이 그렇게 급했는지 종권 씨보다 빠르게 세상을 등지고 만 것이다. 아내가 떠난 후, 그녀를 대신해 막내아들을 참이나 헌신적으로 보살폈다. 매일같이 주물러 주고, 말도 걸어보고, 식사와 물까지 빼놓지 않고 챙긴다. 그런데 요즘 종권 씨의 몸이 예전 같지 않다. 자꾸만 숨이 가쁘고 기침이 난다. 지팡이를 짚어도 후들거리는 다리와 저릿저릿 아픈 엉덩이는 ‘그만하면 됐다’고, ‘이제 나의 곁으로 와도 된다’고 하늘에서 부르는 아내의 신호 같다.

이런 종권 씨를 도와주는 둘째 아들 용주(58) 씨도 또래보다는 어린 느낌이다. 왜냐하면 둘째 아들 역시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머리를 다쳤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자동차라면 이제 지긋지긋한 종권 씨이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세상을 원망하고 있을 수는 없다. 종권 씨가 눈을 감으면 누워있는 막내를 챙길 사람은 세상 아래 하나뿐인 핏줄인 형 용주 씨이다. 하나씩 둘째에게 막내에게 해줘야 하는 것들을 알려 주는 종권 씨는 감히 내가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까 가슴이 아려온다. 종권 씨는 밤에도 가만히 잠에 들지 못하고 몇 번이고 눈물을 훔치곤 한다. 기적을 믿지 않던 종권 씨가, 이제는 기적을 꿈꾸는 사람이 되었다. 막내의 목소리로 ‘아버지’라는 단어를 들을 그 날 만을 기다리는 종권 씨에게 과연 기적이 찾아올까?

홍선화 기자 cherry31@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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