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홍선화 기자]
2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방송의 날을 맞아, 오랫동안 음식을 통해 소통하며 추억과 위로가 되어준 TV 속 음식들, 카메라 뒤에 숨어있는 맛의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KBS 일일드라마 ‘속아도 꿈결’ 제작 현장, ‘컷’ 소리와 함께 촬영이 끝나면, 배우들의 본격적인 먹방이 시작된다. 다양한 메뉴와 맛으로 배우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드라마 소품 음식들. 속아도 꿈결을 비롯해 ‘빨강구두’ ‘오케이 광자매’등 KBS 드라마 속 밥상을 책임지는 드라마 조리팀에겐 화면에 담기는 색과 모양, 대사에 방해가 되지 않는 조리법, 국수가 불지 않도록 시간을 맞추는 노하우 등, 특별한 숙제가 주어진다.
1961년 KBS 개국과 함께 시작된 TV 방송 시대, 흑백에서 컬러TV로 바뀌던 1981년KBS ‘가정요리’와 함께 본격적인 요리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당시 ‘가정요리’ 진행자로 이름을 알렸던 박희지 요리연구가는 1세대 요리연구가로 유명했던 하선정 요리연구가의 딸이기도 하다. 지금도 여전히 직접 담든 된장과 장아찌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는 칠순의 요리연구가. 모든 게 어려웠던 시절, 평범한 재료도 더 맛있고 영양가 높은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소개하는 요리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겐 솜씨 좋은 어머니같은 존재였다.
KBS ‘가정요리’와 함께 아침 방송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누렸던 MBC ‘오늘의 요리’ 진행자 이종임 씨는 박희지 씨와 이종사촌자매다. 하선정 하숙정, 1세대 요리계를 이끌던 자매의 손맛이 2대까지 이어졌고, 딸 박보경 씨까지, 3대째 요리연구가의 길을 걷고 있다. 음식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매체가 TV가 전부였던 80년대, 방송이 끝나고 나면, 소개된 식재료가 시장에서 동이 나기도 했고, 요리연구가들이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한국인의 밥상의 애청자라는 김동건 아나운서가 방송에서 처음으로 오랜 친구인 최불암 배우와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남산 KBS 시절 추억의 산길다방과 매일 값싼 분식으로 허기진 속을 채우던 추억의 장소를 지나, 40년 단골이라는 서울의 한 오래된 노포를 찾았다. 좁은 골목길, 간판도 없이 마당과 툇마루가 정겨운 옛집, 주인과 가족처럼 지낸다는 김동건 아나운서에겐 고향 집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곳이다.
닭을 삶아 기름기를 빼고 국물없이 담아낸 다음, 데친 부추와 함께 먹는 이북식 찜닭과 김치가 아닌 절인 배추와 부추, 기름기 없는 살코기만으로 맛을 낸 담백하고 슴슴한 평양만두는 실향민인 김동건 아나운서에겐 두고 온 고향과 그리운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다.
늘 한국인의 밥상을 통해, 고향과 가족, 가난했던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는 김동건 아나운서에게, 잊혀지지 않는 TV속 음식은 광부의 아내가 남편을 위해 정성껏 싸주던 소박한 도시락. 막장에서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남편과 함께 들려오던 빈 도시락의 달그락 소리는 음식에 간절한 마음을 담았던 아내의 기도처럼 느껴졌다고 말한다. 음식이란 누군가에게 추억이고, 간절한 마음임을 다시 생각하는 시간, 음식의 소중함과 가치를 담는 음식방송의 역할과 의미를 돌아본다.
한편 김동건 아나운서는 1939년생으로 올해 나이 83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