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김소연 기자]
Q: 지금까지 3달째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 이야기만 하고 있다. 앞으로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
이규연:이 사건을 정확하게 규정하는 건 박정희, 박근혜 부녀의 비자금 사건이 아닌가 싶다. 최씨 집안에 엄청난 돈이 있는데, 60년대만 해도 그들은 가난했다. 70년대 뭉칫돈이 그들에게 들어갔는데, 아직까지 그것이 제대로 파헤쳐지지 않고 있다. 아마 엄청난 재산이 나올꺼다. 지금은 부동산만 추적이 됐을 뿐이다. 현금과 예금은 하나도 안나오고 있다. 이 돈이 어디서 왔을까. 그걸 추적해야 한다.
Q: 왜 이 부분까지 찾아야 하는 건가.
이규연: 이 검은 돈이 또 어떻게 쓰이겠나. 최순실, 최순득,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 정유라, 장시호가 또 이름을 바꾸고, 얼굴을 바꾸면서 쓸 거다. 그 검은 돈으로 또 농단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그 고리를 찾고, 앞으로 그 농단에 쓰여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방송에서도 말한 적이 있는데, 최순실 법을 추진해야 이와 비슷한 일을 막을 수 있다.
Q: 박정희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들의 개인적인 재산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규연: 12.26 이후 통치 자금이 사라졌다. 당시 9억원으로 알려졌던 자금 중 3억 원 정도만 귀속됐다. 그러면 나머진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런 추적이 필요하다.
Q: 최순실 사태 이후 '스포트라이트'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이규연:시청률이 이렇게 계속 잘나오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노력도 했지만 운도 따른게 사실이다. 시사교양프로그램이 자리잡기까지 4~5년이 걸리는데, 우린 2년도 안됐다. 이걸 이어나가기 위해 더 재밌고 세련되게, 그러면서도 논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더욱 고민해봐야 할 거 같다.
Q:최순실 특집을 제외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방송은 무엇인가.
이규연: 세월호 잠수사에 대한 내용이었다. 김관홍 잠수사가 돌아가시기 전에 우리가 그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땐 지금처럼 시청률이 올라가진 않았지만, 그런 이야기를 꾸준히 담아왔기에 이번 같은 사안이 터졌을때 시청자들이 우리 프로그램을 찾아주신 것 같다.
Q: 실제로 '스포트라이트'가 첫 방송을 시작한지 1년 7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오랜 역사의 지상파 탐사보도프로그램보다 높은 시청률과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규연: 저는 이렇게 우리 프로그램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엔 2가지가 있다고 본다. 하나는 최순실 사태,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1년 7개월 동안 쌓아온 신뢰다. 세월호 뿐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3부작 연속으로 다뤄 상도 받았다. 시청률은 우리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가 쌓인 덕분에 만들어진 거 같다.
Q:프로그램을 전두지휘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 무엇이었을까.
이규연:외부보다는 내부가 어려웠다. JTBC엔 시사교양국이 따로 없다. 이 프로그램이 론칭되기 전엔 먹거리, 범죄위주로 하다가 문제가 생겨서 정리가 됐다고 하더라. 저는 원래 신문에 있었는데, 정통 탐사보도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고 왔다. 그런데 인프라가 없었다. 그걸 만들어가는게 쉽지 않았다. 1년7개월 잘 따라와 준 덕분에 이만큼 만들 수 있었던 거 같다.
Q: '스포트라이트'가 성장하면서 '그것이 알고싶다'와 비교를 많이 당한다.
이규연: 엄밀히 말하면 우린 '그것이 알고싶다'와 궤가 다르다. 우리는 'PD수첩', '시사기획 창', '추적60분' 등의 프로그램이 예전에 대단했던 그 때의 모습을 잇고 싶었다. 그래서 진행자도 연예인이 아닌 제작진이 직접 하는 거다. 물론 아직도 만듦세는 거칠다. 그렇지만 신속성, 취재력, 논리력 등은 상당한 수준 올라왔다고 본다. 그럼에도 지상파 탐사보도프로그램은 노하우와 노련미가 있기에 더욱 세련되게 배울 건 배워야 한다고 본다.
Q: 프로그램명도 그렇고, 직접 진행을 맡게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규연: '스포트라이트'라는 프로그램명은 제가 탐사프로그램을 하게 된다면 꼭 하고 싶었던 이름이었다. 워터게이트 이후 가장 폭발력이 있었던 보도라 평가받는 사제 성추행 문제를 터트린 보스턴 글로브 탐사보도팀 별칭이 스포트라이트였다. 그래서 '스포트라이트'라는 이름을 갖고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을 찾아갔는데, '내가 사장이니 프로그램명을 조금 고쳐도 되겠냐'고 하더라. 그러더니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라고 이름을 고쳐 적었고, 프로그램 팀원들이랑 회의를 하는데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인데 '이규연이 안나오면 어떻게 하냐'고 해서 떠밀려 하게됐다.
Q:직접 진행을 맡아보니 어떤가.
이규연:처음엔 버벅거리고 많이 헤맸다. 전 신문에서 탐사 보도를 오래했다. JTBC 개국 후 보도국장을 했지만, 그때에도 지금차럼 나서지 않았다. 그러다 다시 신문에서 논설위원을 하다 여기로 왔다. 솔직히 몸은 엄청나게 괴롭다. 논설위원 노동 강도의 2배 이상에 시달린다. 최순실 사태 이후 하루도 쉬어본 적이 없다. 다들 바쁘다 보니 원고도 제가 직접 쓴다. 그런데 재미 역시 2배 이상인거 같다. 방송만의 재미가 있다. 프로그램을 하나 꾸려서 운영을 하는게, 하나의 독립적인 매체를 운영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Q:'스포트라이트'가 앞으로 가야할 방향성은 어디에 있다고 보고 있나.
이규연:우리 프로그램 카피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우리가 몰랐던 세상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다. 이게 탐사보도의 정신이다. 탐사보도는 기본적으로 객관주의적인 보도 태도에 문제를 제기한다. 단순한 기획 보도와 다르다. 가치지향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이게 더 나은 세상을 위한다는 의미다. 탐사보도는 40년 전에도, 지금도, 그 후에도 이 틀에서 벗어나긴 어려울거다. 이걸 지켜나가고,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게끔 어떻게 세련되게 꾸며 가는 것이 숙제이자 방향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