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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속말②] 다시 보자 권율, 또 보자 권율

[비즈엔터 김지혜 기자]

▲배우 권율(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배우 권율(사진=윤예진 기자 yoooon@)

'귓속말'은 많은 것을 남겼다. 시국과 맞닿아 있는 통쾌한 대사들, 권선징악의 승리, 그리고 권율의 연기.

23일 막을 내린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은 법률회사 태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여러 인물들의 권력과 욕망,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권율은 극중 금수저에 엘리트로, 권력을 위해 살아온 태백의 선임 변호사 강정일 역을 맡았다.

'귓속말' 강정일은 욕망덩어리 그 자체였다. 자신의 아버지 강유택(김홍파 분)을 지키기 위해 보국산업의 비리를 알게 된 김성식 기자를 살해했고, 이 사실을 숨기려 자신이 사랑하는 최수연(박세영 분)을 이동준(이상윤 분)과 결혼시켰다. 그러면서도 최수연과 만남을 가졌던 강정일은 자신의 살인 누명을 최수연에게 덮어 씌우려고 했다.

하지만 강유택이 최일환(김갑수 분)에게 살해당하고, 자신의 살해 사실이 공개될 위기에 처하자 다시 최수연에게 다가갔다. 최수연이 자신과 관련된 범죄혐의를 진술했다는 것을 알고는 거짓 눈물을 흘리며 최수연을 흔들어놓기도 했다. 강정일은 끝까지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모든 것이 밝혀지자 분노와 배신감, 무력감의 눈물을 쏟아냈다.

대외적으로 강정일은 청소 아줌마에게도 미소로 인사하고, 말단 여직원도 존댓말로 대하는 예의바르고 친철한 사람이다. 남들 눈에는 똑똑하고 잘생겼는데 다정하고 젠틀하기까지 한 남자였다. 하지만 이동준과 신영주 때문에 숨겨왔던 본색을 서서히 드러냈다.

(사진=SBS '귓속말')
(사진=SBS '귓속말')

때문에 권율은 욕망을 드러내는 강정일과 욕망을 숨기는 강정일 모두를 연기해야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권율은 배신과 배신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복마전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강정일을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권율은 호흡까지 절제하며 냉철한 포커페이스 강정일을 완성시켰다. 아버지를 잃은 순간에도 비로소 혼자 남을 때에야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고, 그러면서도 복수를 위해 금방 마음을 가다듬었다. 애써 분노를 참는 권율의 표정 연기는 시청자들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한 작품 안에서 부드러움과 잔인함이 공존하는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극의 흐름 전반을 지켜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캐릭터의 일부분이 조금만 어색해도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권율은 다시 봐야 하는 배우다. 연기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세심한 캐릭터까지 이질감 없이 소화할 줄은 몰랐다. 설득력 있는 권율의 캐릭터 해석력은 '귓속말'이 유종의 미를 거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김지혜 기자 jidorii@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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