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비즈엔터

[BZ시선] ‘무한도전’의 ‘아무 말 대잔치’, 그리고 시즌제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방송인 박명수(사진=MBC '무한도전')
▲방송인 박명수(사진=MBC '무한도전')

“이상순(가수 이효리의 남편이자 뮤지션), 걸리면 내가 가만 안 둬.” “뭐야. 난 한수민(방송인 박명수의 아내) 이길 수 있어.” 지난 17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한 장면. 박명수가 공격하자 이효리가 맞받아친다. 박명수는 금세 꼬리를 내린다. 다소곳하게 모아진 박명수의 두 손을 가리키며 하하가 말한다. “형! 이거 대기업 회장님 오실 때 하는 자세야.” 출연자들과 제작진의 웃음소리가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든다.

이효리가 ‘무한도전’에 출연했다. 지난 2014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특집 도중 ‘급만남’이 성사된 지 3년 만이고 ‘죄와 길’ 특집을 통해 정식 출연한 지는 7년 만이다. ‘죄와 길’ 특집 당시 이효리는 SBS ‘패밀리가 떴다’를 통해 S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뒤였다.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에 나올 적에는 제주도와 서울을 오가며 신혼과 방송활동(SBS ‘매직아이’)을 병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3년 동안 매일 요가로 정신을 수양한 덕에 스스로 스스럼없이 인정할 만큼 달라졌다.

하지만 ‘무한도전’이 이효리에게 기대하는 것은 3년 전 혹은 그 이전으로부터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녀가 과거 ‘죄와 길’ 특집에 출연해 “재석 오빠가 항상 진실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고 폭로했던 것처럼 다시 한 번 멤버들에게 독설을 해주길 기다린다. 적막한 일상을 보내다가도 솟구치는 흥을 주체하지 못해 “오빠. 나 서울 갈래”라고 말했던 것처럼 또 다시 ‘노는 언니’로 변신하길 바란다.

이효리의 변화를 받아들일 재간이 없으니 출연진들의 발언은 점점 무리해진다. “이효리를 만나자마자 3년만큼 늙었다고 말하겠다”는 박명수의 호언은 도무지 웃음의 맥락을 찾을 수 없어 당황스럽다. 흐른 시간만큼의 노화는 당연한 일이며 그것은 이효리뿐 아니라 박명수에게도 일어나는 일이다. 만약 이효리가 ‘섹시한 이미지의 여가수’이기 때문에 그녀에게 노화가 더욱 치명적인 공격이 될 것이라고 계산했다면 진부하고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가수 이효리(사진=MBC '무한도전')
▲가수 이효리(사진=MBC '무한도전')

박명수가 뜬금없는 ‘아무 말’로 이효리의 성질을 자극하고 시청자들의 정신을 흐리는 동안, 유재석은 뭉근하게 과거의 이효리를 소환한다. 그는 “나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즐거운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진정한 요가 아닐까 생각했다”는 이효리의 말에 “그냥 수행하다가 이제는 좀 답답해서, 웃기고 싶다(는 마음에 방송 출연을 결정한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이효리의 입에서 “잊힐까봐 좀 무서웠다”는 답변이 나온 뒤에야 만족스럽다는 듯이 “이효리 맞네”라고 말한다.

제작진은 멤버들의 영혼을 사정없이 털어버린다는 의미에서 이효리에게 ‘탈곡 디바’라는 자막을 붙여줬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약 30분에 걸쳐 보여준 것은 이효리의 ‘탈곡’ 능력이 아니라 이효리를 ‘탈곡 디바’로 연출하기 위한 멤버들의 숱한 ‘무리수’뿐이다.

‘무한도전’은 그동안 여러 차례 프로그램에 대본이 존재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리얼리즘과 순발력을 겸비한 대사로 예상치 못한 웃음 포인트를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이효리에게 나이 공격이나 해대고 남편 이름이나 거론해대는 정도라니, 그것도 지난 수 년 간 인생의 방향을 달리하고 돌아온 이효리에게. 실망스럽다.

그리고 23일, ‘효리와 함께 춤을’ 특집이 방영된 지 약 일주일 만에 ‘무한도전’ 폐지설이 불거졌다. 김태호PD가 최근 MBC에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새로운 시즌을 꾸리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MBC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금 ‘무한도전’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평균 이하를 자처하던 남자들은 이미 너무 거물이 됐고, 그래서 자신이 고수하던 방식을 조금도 의심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잘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히나 하나만 걸리라는 식의 ‘아무말’은, 이제 낡을 대로 낡았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저작권자 © 비즈엔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press@bizenter.co.kr

실시간 관심기사

댓글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