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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시선] 한서희가 ‘갓서희’로 불리는 세상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한서희가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한서희 SNS)
▲한서희가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한서희 SNS)

MBC ‘위대한 탄생 시즌3’ 출신 한서희가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독특하다. 그는 그룹 빅뱅의 멤버 탑과 대마초를 흡연하다 적발돼 유명세를 탔다. 검찰은 그가 지난해 7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4회에 걸쳐 대마 9g를 구입하고 자택에서 7차례 말아 피우거나 액상으로 흡연했다고 조사했다. 재판부는 한서희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120시간, 추징금 87만 원을 명령했다.

긴 시간 침묵을 지키던 한서희는 매체와 만나 “탑이 내게 대마를 권유했다”고 폭로한 것을 시작으로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했다. SNS는 그에게 좋은 창구가 됐다. 한서희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차례로 공략하더니 28일 유튜브 채널까지 개설했다. 유튜브의 경우 주어진 절차를 거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조회수를 올리면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다.

매체를 통해 걸러지지 않은 한서희의 언행은 과격하다. 그는 자신이 재판 당시 입었던 옷의 브랜드가 알려지며 화제를 모으자 “가진 것들이 명품뿐인 걸 어쩌겠느냐. 여자는 명품만 입어도 난리가 벌어지고 남자새끼들은 뭘 입든 화젯거리도 안 되는 세상”이라고 일갈했다. 마약을 추천해달라는 누리꾼에게는 거친 욕설로 응수했다. 유죄를 선고받은 범죄자에게 마땅히 요구되는 태도와 거리가 멀다.

▲한서희(사진=SBS '본격연예한밤')
▲한서희(사진=SBS '본격연예한밤')

한서희는 스스로를 ‘1년 차 페미니스트’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비난에 대해 ‘반성하는 범죄자’의 모습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그가 ‘여성’인 것은 그가 저지른 ‘범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서희가 주창하는 페미니즘과 그가 저질렀던 마약 흡연 범죄는 전혀 다른, 별개의 사건으로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것은 또한 한서희가 페미니스트라는 사실이 그의 범죄 사실을 가려주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서희의 페미니즘 사고에 동의하고 지지를 보낼 수는 있어도 그것이 그의 마약 관련 범죄에 대한 면죄부로 작용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개인의 사상에 대한 지지는 개인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며, 그것은 개인의 과거에 대한 객관적이고 비판적 태도와 양립하기 매우 어렵다. 실제 한서희의 SNS 댓글은 그에 대한 찬양과 추종으로 뒤덮여 있다. 그는 이제 일부 급진적 성향의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누리꾼들)에게서 ‘갓서희’라고 불린다.

결국 지금의 ‘갓서희’ 열풍이 불러오는 것은 페미니즘에 대한 자각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무감이다. 물론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만으로 개인의 사상을 매도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개인이 가진 사상이 그의 범죄 사실을 없었던 것으로 만들어주지 않으며 정당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일은 더더욱 없어야 한다. 지금 ‘갓서희’의 세계에서는 ‘미러링(Mirroring)’이라는 이름으로 ‘여자가 마약을 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미러링’의 주체들은 그것을 ‘위악’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일베’와 동일한 논리다. 외부자의 시선에서는 ‘위악’도 결국 ‘악’으로 보일뿐이다. 그리고 ‘위악’과 ‘악’의 경계에서 또 다른 분열과 혐오가 시작된다.

한 가지 더. 한서희와 그의 팬들은 외국인 팬들을 ‘외퀴’(외국인+바퀴벌레)라고 부르며 배척한다. 개인의 힘으로 선택할 수 없는 인종 혹은 국적을 근거로 그를 혐오하고 배제하는 것이 여성 혐오와 어떻게 다른가. 이 또한 아직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은 1년 차 페미니스트이기에 용서 받아 마땅한 일인가.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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