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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시선] 쌈디의 여혐, 송민호의 태도, 타블로의 해명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힙합그룹 에픽하이(사진=YG엔터테인먼트)
▲힙합그룹 에픽하이(사진=YG엔터테인먼트)
의도가 없으면 효과도 없을까. 여성 혐오를 의도하지 않았다는 해명은 여성 혐오에 대한 의심을 거두는 충분히 논리적이고 타당한 근거가 될 수 있을까.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신곡 ‘노땡큐’는 정말 여성 혐오에 무관한 노래일까.

24일 발표된 에픽하이의 아홉 번째 정규 음반 ‘위브 던 섬씽 원더풀(WE’VE DONE SOMETHING WONDERFUL)’의 수록곡 ‘노땡큐’가 ‘여혐’ 논란에 휩싸였다. 피처링에 참여한 그룹 위너의 송민호와 힙합 가수 사이먼 도미닉의 가사가 문제가 됐다. 송민호는 “‘마더퍼X’만 써도 이젠 혐(嫌)이라 하는 시대”라는 가사를 썼다가 호되게 비판 받았고, 사이먼 도미닉은 “네 오빠 똥X나 긁어줘”라는 가사로 여혐 논란에 시달리는 중이다.

두 사람을 향한 비판을 분리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사이먼 도미닉의 가사는 여성 혐오의 경계 안에서 논의돼야 하고 송민호의 가사는 혐오 지적을 상대하는 그의 태도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우선 사이먼 도미닉부터. 그가 쓴 가사는 충분히 여성 혐오적이다. 사이먼 도미닉은 자신의 헤이터(Hater)를 여성으로 설정하고 그들에게 성(性)적인 뉘앙스의 디스를 퍼붓는다. 실제 사건이나 사실과 관계없이 여성을 적대적인 캐릭터로 설정하는 태도는 힙합 안에서 자주 발견되던 여성 혐오 가사의 전형이다.

타블로는 일련의 논란에 대해 “절대 그런 걸(여성 혐오를)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의도하지 않고도 다시 말해 무의식적으로나 관습적으로 여성 혐오적 내용의 가사를 쓴다는 것이 진짜 문제다. 여성 혐오 논란을 벗고 싶다면 “의도가 없었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사이먼 도미닉이 왜 ‘돈도 안 되는데 네거티브(negative)’하는 ‘너희’를 ‘여성’으로 설정했는지를 설명해줄 수 있는 타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룹 위너 송민호(사진=YG엔터테인먼트)
▲그룹 위너 송민호(사진=YG엔터테인먼트)

송민호의 가사는 이견의 여지가 많다. 그는 “‘마더퍼X’만 써도 이제 혐이라 하는 시대”를 향해 “Shit!”이라고 외친다. 노래가 공개된 이후 누리꾼 사이에서는 ‘마더퍼X’가 여성 혐오적 단어냐 그렇지 않느냐를 둘러싼 설전이 벌어졌다. 어원을 따지자니 여성 혐오가 맞는데 단어의 용례를 보자니 여성 혐오로 분류하기가 애매한 것이다.

하지만 단어의 성격에 앞서 논쟁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은 여성 혐오 논란을 대하는 송민호의 태도다. 그는 과거 Mnet ‘쇼미더머니4’에 출연해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가사를 썼다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의료 행위를 성적인 맥락으로 표현했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송민호는 사과했고 “더 좋은 음악으로 만회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그 사이 여성 혐오와 여성주의는 대중문화에서 더욱 중요한 화두가 됐다. 대중의 젠더의식은 더욱 섬세해졌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이제 페미니즘을 공부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하지만 송민호는, 심지어 같은 노래 안에서 당위성 없는 여성 혐오 가사가 버젓이 등장하는 와중에도 “‘마더퍼X’만 써도 혐이라 하는 시대”를 지적한다. 이것은 과거 그가 올린 사과문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과 동시에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타블로는 ‘노땡큐’에 대해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에 의해 무분별하게 판단되는 세태를 풍자하고 자신의 자아를 찾자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라고 설명했다. ‘타진요’에 의해 과거를 부정당한 경험이 있는 타블로가 “내 걱정은 세상에서 제일 쓸 데 없는 짓”이라며 “역경이 상대역인데 웃으며 환영”한다고 말하는 것이나, 실력에 대한 논쟁에 시달렸던 미쓰라 진이 “날 한 방 먹일 생각이면 좀 더 고민”하라고 응수하는 것은 분명 통쾌하다. 뮤지션의 자의식 또한 엿보인다. 그러나 사이먼 도미닉이 쓴 여성 혐오적 가사나 여성 혐오에 무감한 송민호의 태도는 자신의 커리어에 오점을 남기고 그들의 스웨그에 고개를 젓게 만든다.

타블로가 풍자하려고 했던 “주관적인 잣대에 의해 판단되는 행태”(비록 판단이 ‘무분별’하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 없지만)는 가치 판단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가 존재하지 않는 문화예술의 숙명이다. 그리고 대중의 판단에 귀를 기울일지 혹은 “나는 정신 나간 마더퍼커(I’m a groot motherfucker)”라고 답할지는 뮤지션 개인의 선택에 달렸다. 하지만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 역시 뮤지션 자신이다. ‘노땡큐’에 대한 대중의 답은 이제 충분한 것 같다. 남은 것은 다음 선택이다. 피드백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또 한 번 정신 나간 ‘마더퍼커’를 자처할 것인가 하는.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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