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홍선화 기자]
21일 방송되는 KBS1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는 숨 가쁘게 변화하는 마포구 공덕동, 아현동에서 굳건하게 옛 모습을 지키는 이웃들을 찾아 떠나본다.
한강과 길게 맞닿아 있어 예부터 서울로 들어오는 길목이자 수상교통의 요충지였던 마포. 세월이 흐르며 마포나루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여전히 마포는 서울을 찾는 수많은 발걸음이 지나가는 길목이자 서울 도심의 핵심 상권으로 손꼽힌다.
빌딩 숲과 고층 아파트가 어우러지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공덕, 아현동 일대. 그중 아직도 오래된 동네의 모습을 간직한 곳이 있다. 언덕배기를 따라 줄줄이 늘어선 집, 오래된 골목, 계단과 계단으로 이어진 오르막길이 있는 아현동. 그런데 최근 들어, 이 오래된 동네에 새로운 변화가 찾아왔다. 동네를 지키던 작은 슈퍼가,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 4관왕의 쾌거를 이룬 영화 '기생충'에 등장해 전 세계 관광객들의 방문 물결이 이어진다고. 우연히 마주한 특별한 명소에 기뻐하는 김영철. 덩달아 뿌듯한 마음으로 슈퍼를 지키는 노부부를 만나본다.
슈퍼에서 나와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니 담벼락 아래 정성스레 쌓여있는 갖가지 생활용품들이 김영철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곳은 김종철 씨가 집 앞에 만들어 놓은 작은 공간이다. 필요한 물건이 보면 이웃 주민들은 얼마든지 가져갈 수 있고, 필요 없는 물건은 이곳에 가져다 놓을 수 있어 주민들끼리 작은 물물교환이 이루어진다는데. 김종철 씨는 틈나는 대로 그릇을 깨끗하게 닦아놓고, 고장 난 물건은 다시 고쳐 진열해 놓는다고. 담벼락 따라 늘어진 물건들을 보며, 김영철은 동네에 아직 남아있는 따뜻한 이웃의 마음을 느낀다.
길을 걷다 들어선 주택가 골목에서 우연히 마주한 오래된 한옥. 이끌리듯 작은 문으로 들어갔더니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사장님이 김영철을 반갑게 맞이한다. 전국을 다니며 농산물을 연구했다는 사장님. 늘 좋은 재료를 쓰고 정성을 다해 만들어야 최상의 맛을 끌어낼 수 있다는 사장님의 신념은 음식에 고스란히 묻어나온다. 소백산 자락에서 추수한 콩으로 직접 두부를 만든다는 사장님. 두부를 만드는 방법도 남다른데, 간수를 최소화해 두부의 부드러운 식감과 영양분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사장님만의 비법이다. 도심 속 숨은 고수가 정성껏 만들어 내는 두부 젓국을 맛보는 김영철, 과연 그 맛은?
과거 살구나무가 많아 살구꽃이 많이 피었다는 아현동. 살구‘행’에 꽃‘화’를 붙여 행화 동으로도 불리었다는데. 동네의 옛 추억을 살려 ‘살구’를 응용한 음료를 파는 특별한 카페에 들어가 보는 김영철. 이 카페는 아현동에서 가장 오래된 목욕탕을 개조해 카페 겸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오랫동안 주민들의 사랑방이었던 곳이었던 만큼 주민들의 추억이 서려 있는 곳이라는데. 사장님은 목욕탕 벽면과 천장은 그대로 놔두고, 주문한 음료는 목욕탕 바구니에 넣어 손님들에게 내어준다. 동네의 역사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카페에 앉아 김영철은 옛 추억을 떠올린다.
서울 도심의 대표 오피스 상권인 공덕동. 출·퇴근 시간, 점심시간에 공덕 오거리는 바쁘게 움직이는 직장인들로 가득하다. 그 중,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만나 서울 창업 허브센터로 들어가 보는 김영철. 이곳은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사무실을 임대해주고, 창업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컨설팅을 해주는 등 다양한 혜택과 정보를 제공해 주는 곳이라는데. 창업을 꿈꾸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철공소와 목공소 등 공방들이 많았던 마포 일대. 이제는 마포에 유일하게 남은 은수저 공방에 방문해보는 김영철. 어린 나이부터 일을 배워 일찌감치 마포에 은수저 공방을 차렸다는 이윤희 씨. 7~80년대 은수저가 신혼부부의 단골 혼수품이었던 덕에 공방은 한때 호황을 누렸었다. 시간이 흐르며 은수저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며 동네에 몰려있던 은수저 공방들도 하나둘씩 떠나갔지만, 이윤희 씨는 아들과 함께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은수저 한 벌을 만드는데 수천 번의 망치질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윤희 씨. 기술이 발전하며, 힘을 덜어주는 좋은 기계들도 많이 나왔지만, 공방을 지키는 부자는 아직도 사람의 손이 닿아야 제대로 된 은수저가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오랜 동네 한켠에서 김영철은 은보다 반짝이는 부자를 만나본다.
골목에서 만난 또 다른 이웃, 좁은 공간에서 한가득 꽈배기를 만드는 부부가 김영철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어려웠던 젊은 시절, 배가 고파 시작한 꽈배기 장사로 가계를 일으키고, 자식들도 독립시켰다는데. 어느 날, 힘들어하는 자신을 위해 아내가 반죽 기계를 사 왔지만, 바로 고물 장수한테 다시 팔아버렸다며 웃어버리는 사장님. 그렇게 45년 동안 사장님은 손반죽만을 고수해왔다. 부부가 건네주는 꽈배기를 한입 먹어보는 김영철. 평소 먹었던 맛과는 달리 독특한 맛이 나는데.. 독특한 맛을 내는 사장님만의 특별한 비법은 무엇일까?
길을 걷다 책가방을 들고 걸어가는 할머니를 만나는 김영철. 올해 89세의 나이로 중학교 2학년이 된 김보부 할머니다. 할머니는 학교에서도 가장 최고령 학생이라는데. 한국전쟁 당시 가족을 잃고 남동생과 둘이 피난을 와서 생계를 건사하기 위해 할머니는 평생을 일만 했다고. 공부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뒤늦게 용기를 냈다는데. ‘열정을 1등, 공부는 꼴등이에요’라고 말하는 김보부 할머니는 뒤늦게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또 하나의 사연이 있다고 고백한다. 서툴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쓰여있는 글자 속에 담겨있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과거 마포나루가 번성했던 시절, 나루터에는 수백 척의 배가 줄을 지었고 사람들은 배를 타고 건너와 서울식 설렁탕과 해장국으로 주린 배를 채웠다. 세월이 흘러 뱃길은 사라졌지만 그 시절, 사람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 남아 있는 곳이 있다.
70년 전, 나루터에서 국밥을 팔던 시아버지에게 음식을 배워 그 손맛을 이어오고 있는 식당에 들어가는 김영철. 사장님은 사골육수에 직접 담근 집된장을 넣고, 우거지와 선지를 같이 삶아 내는 서울식 해장국을 내어준다. 시아버지에게 배운 방법 그대로 우직하게 만들어왔다는데. 나룻배 들어오던 시절부터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이 고마워 힘닿을 때까지 해장국을 만들겠다는 사장님을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