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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둥이‧할배‧혜리는 왜 영혼을 잠식했나[배국남의 대중문화 읽기]

[비즈엔터 배국남 기자]봇물 이루는 관찰 예능과 리얼버라이어티의 현황과 문제는?

(사진=KBS)

뮤지컬 배우 홍지민은 배속에 있는 태아의 초음파 모습을 보이며 출산한뒤 아이를 보여준다. (KBS ‘엄마의 탄생’) 세 살인 대한, 민국, 만세 삼둥이가 만두를 기막히게 잘 먹는다(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매니저 역할을 수행하던 장동민은 김수미에게 온갖 구박과 욕설을 듣는다(KBS ‘나를 돌아봐’) 이경규(54)-이예림(20) 부녀가 하루 종일 함께 생활하면서 밥 먹을 때만 얼굴을 맞대고 서먹서먹하게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다.(SBS ‘아빠를 부탁해’) 이만기(51)가 장모를 골탕 먹이려 취 두부를 상위에 올려놓는다.(SBS ‘자기야’) 70대인 이순재 박근형 신구 백일섭이 자꾸만 걷는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다(tvN ‘꽃보다 할배’)…

그야말로 리얼리티쇼 프로그램 홍수다. 트루먼쇼가 안방을 점령한 것이다. KBS, MBC, SBS 등 지상파도, JTBC, tvN 등 종편과 케이블TV도 경쟁적으로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짐캐리)의 성장하는 과정부터 성인되기까지 삶과 생활이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으로 제작돼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상황을 담은 영화‘트루먼쇼’가 우리 TV에 넘쳐나고 있다. 그리고 시청자는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에 열광하고 있다.

영화 ‘트루먼쇼’에서 다룬 리얼리티쇼 범주에 속하는 프로그램은 KBS ‘엄마의 탄생’‘슈펀맨이 돌아왔다’, MBC ‘진짜 사나이’‘나혼자 산다’, SBS ‘정글의 법칙’‘자기야’‘아빠를 부탁해’ 등 KBS, MBC, SBS 지상파 3사 예능 프로그램 29개중 절반에 가까운 14개에 달한다. 또한 tvN‘삼시세끼’등 케이블, 종편에서 방송되는 것까지 합치면 90여개에 이른다.

미국 작가들의 파업이 계기가 돼 1987년 미국 NBC를 필두로 제작하기 시작한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은 다큐멘터리와 기존 오락성이 강한 장르인 드라마, 코미디, 쇼, 예능프로그램 등을 시청자의 구미에 맞게 혼합한 포맷이다. 리얼리티 현장화면, 재연, 감시화면, 사회자의 이야기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친근한 형태로 가공돼 다양하게 구성된 것이 바로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이다. 2000년대 초반 미국 CBS ‘서바이버’, ABC ‘누가 백만장자 되기를 원하는가’등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2000년대 후반 들어 한국 TV에서도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왜 TV에서 트루먼쇼 같은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사람들은 열광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변형과 합성 등 인위의 절정을 보여주는 디지털 시대의 도래가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의 성행을 가져왔다. 가공과 합성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현실과의 직접적 연관성을 잃어버리고 모사의 세계에서 헤매지만 그 반작용으로 가공되지 않는 날 것 그대로의 현실에 대한 강렬한 욕구들이 솟구친다. 그 욕구의 솟구침의 접점을 잘 포착한 것이 바로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이다. 날 것과 생생한 사실, 현실 그대로의 리얼리티에 대한 대중의 욕망을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이 잘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여기에 사회와 사람들이 합리와 세련, 진지함과 엄숙주의로 무장하면 할수록 현실적인 것, 탈권위적인 것에 대한 욕구도 커져 이를 만족시켜줄 리얼리티쇼 프로그램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리얼리티쇼 프로그램들이 자주 다루는 연예인과 일반인들의 일상, 생활, 사랑, 결혼, 육아, 성형, 섹스 등은 대중의 관음증적 욕구를 만족시키며 갈수록 인기를 더하고 있다. 또한 시청자와 대중이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을 보면서 자신이 못하는 것들에 대한 대리만족을 얻는 것도 리얼리티쇼 프로그램 인기와 증가의 이유다.

물론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의 범람은 방송적인 원인도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와 노력으로 안정적인 시청률 확보를 할 수 있다는 방송 제작의 이점이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의 급증을 가져왔다.

▲사진=tvN 꽃보다할배

하지만 TV에 넘쳐나는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의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인식상 사실성이 두드러진다고 생각되는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은 사람들에게 현실을 가장한 비현실을 사실화하고 일반화시키는 역기능을 하고 있다. 픽션인 드라마 경우에는 시청자들이 현실과 픽션을 구분해서 보려는 태도를 견지하지만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은 방송내용을 사실 그대로 믿는 경향이 강하다. 리얼리티쇼 프로그램 역시 현실을 재구성한 상징의 재현에 불과하다. 그 상징의 재현을 시청자는 현실로 인식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인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이 삶의 직접적인 경험, 정서 그리고 관계를 망각하도록 하고 더 나아가 삶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며 현실의 척도로 삼게 만든다.

그리고 자극성과 선정성, 폭력성 등으로 무장한 일부 리얼리티쇼 프로그램들은 사람들의 정서를 황폐화시키는 문제도 낳고 있다.

이 때문에 프랑스 국립범죄행동학교 연구원 올리비에 라작은 ‘텔레비전과 동물원’을 통해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은 TV에 전시되는 개인의 존엄성을 송두리째 앗아간다. 왜냐하면 출연자 그들을 인격체로서가 아니라 인체로 간주하기 때문이다”라고 비판한다. 이런 점 때문에 프랑스 등 유럽 미디어 학자 상당수는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을 ‘쓰레기통 TV(Tele-Poubelle)’라고 까지 명명한다. 출연자가 촬영도중 자살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벌어진 SBS ‘짝’은 이같은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의 병폐를 잘 드러냈다.

그렇다면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을 어떻게 봐야할까. 우리는 먼저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간에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이 조장하거나 구축한 세계가 재현된 상징이며 현실세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 사실의 깨달음과 실천은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의 상징세계에 의해 자신의 삶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진정성으로 삶을 디자인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트루먼쇼’의 주인공 트루먼이 끝내 자신의 삶이 리얼리티쇼에 불과하며 현실이 아니다 라는 것을 깨닫듯이 시청자들은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은 단지 재구성된 쇼일 뿐 이라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그것이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면서도 문제점을 피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배국남 기자 knba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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