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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後] ‘루시드 드림’, 설계도는 좋으나 시공은 허술한 ‘부실공사’

[비즈엔터 정시우 기자]

(사진=NEW 제공)
(사진=NEW 제공)

시나리오 단계에서 NEW가 일찌감치 라인업으로 내세울 정도로 입소문을 탔다는 ‘루시드 드림’의 기본 설계도는 흥미롭다. 스스로 꿈을 꾸고 있다고 자각하는 ‘자각몽’(루시드 드림) 뿐 아니라, 타인의 꿈에 침투하는 ‘공유몽’ 개념을 끌어와 흥미를 유발한다. 구축만 잘 하면, 근사한 영화 한 편이 나올 수 있으리란 기대. 그러나 아쉽게도 이 영화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감당하지 못하고 내내 휘청거린다.

아이가 사라졌다. 대기업 비리 고발 전문기자 대호(고수)는 그날 이후 사라진 아이 찾기에 모든 걸 건다. 그렇게 3년. 우연히 자각몽의 존재를 알게 된 대호는 과거의 단서를 찾기 위해 자각몽 속으로 들어간다. 친구인 정신과 의사 소현(강혜정)과 형사인 방섭(설경구)이 대호의 아들 찾기를 돕는다. 그런 대호의 꿈에 의문에 남자(박유천)가 나타나고, 이를 통해 대호는 공유몽과도 접속한다.

한마지로 외관은 화려하나 자재들이 부실해 빈틈을 드러내는 ‘부실공사’ 같은 영화다. 상상의 자유가 거대하게 허락 된 ‘꿈’이라는 소재를 취하고 있으나, 이를 구체화시키는 아이디어는 납작하다. 꿈과 현실을 오가는 이 영화의 주요 관건 중 하나는, 그 사이에서 파생되는 긴장감과 서스펜스일텐데 그것이 놀라운 정도로 무미건조하게 느껴진다. 신과 신 사이의 이음새가 엉성하고, 결말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짠 탓에 캐릭터 운신의 폭이 적은 탓이다.

여러 자리에서 김준성 감독은 이번 영화에 영향을 준 작품으로 ‘더 셀’(2000) ‘소스코드’(2001) 등을 언급했다. 실제로 누군가의 무의식으로 들어가 유괴된 아이의 행방을 찾는 다는 것은 ‘더 셀’을, 시간 제약이 있는 과거로 돌아간다는 점은 ‘소스코드’를 떠올린다. 조금 더 보태자면, 과거를 반복한다는 설정에서 ‘사랑은 블랙홀’(1993)도 불러 세울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자각몽’은 국내에서 시도됐다는 의미에서 새롭긴 하지만, SF 장르 팬들에겐 아주 신선한 소재는 아니고, 그럼에도 여전히 다양하게 활용되며 사랑받는 아이템이다. 기존 영화와 차별화되는 지점만 잘 파고들면 승산 있는 게임이란 의미다.

이러한 차별점을 위해 ‘루시드 드림’이 선택한 것은 부성애.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차별화를 위해 넣은 부성애 코드가 이 영화가 지니고 있는 개성을 뭉개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왕 ‘할리우드 형’으로 호기롭게 기획ㆍ도전을 했다면, 전개에서도 한국적인 것이 아닌 장르적 아이디어로 승부를 했으면 좋을 뻔 했다. 소재는 독특한데 부성애 코드가 너무 진부하게 그려지다 보니 정작 ‘루시드 드림’을 보고 나서 연상되는 영화는 ‘더 셀’이나 ‘소스코드’가 아니라, ‘그놈 목소리’ ‘용서는 없다’(두 영화 모두 설경구가 출연한다는 점에서 더욱 강한 오버랩이 인다)와 같은 한국 영화다.

배우 고수는 아이 잃은 아빠의 심리를 보다 짙게 표현하게 위해 급격한 체중 증가ㆍ감량으로 스스로를 혹독히 단련했지만, 영화 자체가 지나친 우연과 신파에 기대어 있는 탓에 빛이 바랬다. 설경구는 뭔가 태엽을 감은 듯한 연기를 보여준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기시감이 주는 약점이 있다는 말이 적합할 듯하다.

많은 이들이 ‘루시드 드림’을 ‘인셥션’과 비교한다. 감독 역시 “처음 ‘루시드 드림’을 소재로 택해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인셉션’과 비교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피할 생각은 없었다.”고 말할 정도니 이 영화에서 ‘인셉션’을 떠올리지 않기란 힘들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 어차피 관객은 할리우드 대자본으로 만들어진 ‘인셉션’의 완성도를 바라고 ‘루시드 드림’을 보지는 않는다. ‘인셉션’과 닮았든 닮지 않았든 ‘루시드 드림’만의 개성을 보여주면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어느 정도는 돼 있을 터. ‘루시드 드림’의 패착은 결코 ‘인셉션’과의 비교가 아니라, 그 자신이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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