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맹선미 기자]
25일 방송되는 KBS1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는 두메산골 속 정이 깃든 동네, 경북 영양을 굽이굽이 걸어본다.
영양 일월산에서 발원한 영양의 젖줄 반변천. 반변천은 영양군 일대를 굽이쳐 흐르며 수많은 절경을 만들어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선바위’와 ‘남이포’다. 거대한 촛대를 세워놓은 것 같은 바위산인 ‘선바위’와 절벽을 끼고 흐르는 물줄기가 큰 강을 이루는 ‘남이포’의 모습은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절경이다. 푸르른 초여름의 선바위 공원을 거닐다가, 어린 손자를 데리고 산책 중인 노부부를 만나 고향 자랑을 듣는다. 석문교에서 맑은 반변천 물줄기를 굽어보며, 동네 한 바퀴 경북 영양편을 연다.
동래 정씨의 집성촌인 입암면 연당리. 고즈넉한 한옥들이 가득한 마을을 걷다가, 서석지로 걸음을 옮긴다. 영양 서석지는 담양의 소쇄원, 보길도 세연정과 함께 3대 민간정원으로, 조선시대 민가의 대표적인 연못의 형태를 지녔다. 자연을 품은 전통 정원의 정취를 만끽하며 걸음을 잠시 쉬어간다.
서석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동네를 걷던 김영철은 한옥 카페를 발견한다. 고풍스러운 120년 된 고택을 개조해 만든 카페에서 경기도 고양 출신의 젊은 남매를 만난다. 누나 진희씨는 직장생활에 지칠 때면 영양에 있는 친척 집에서 쉬어가다 영양에 정착하게 됐다. 카페를 열며 진희 씨는 지역 농가와의 상생을 위해 영양 특산물을 활용하여 다양한 메뉴들을 개발했다. 대표 메뉴는 산나물을 활용한 스콘과 표고와 송이버섯을 개량한 착한 송이버섯을 활용한 착한송이라떼다.
영양군 청기면 산기슭을 걷다가 잔뜩 쌓여있는 신발을 발견한다. 알고 보니 이 낡은 신발들은 화가의 작품 재료라고. 강혁 씨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은퇴했다. 평생 직장생활을 했으니 여생은 경치 좋은 곳에서 맘껏 그림 그리며 사는 게 꿈이었단다. 그렇게 전국 각지를 돌아보다가 3년 전 자연이 깨끗한 영양에 마음이 끌려 정착하게 되었다. 서울에서 전철로 출퇴근을 하며 사람들의 신발을 유심히 보다가 인간의 삶과 신발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고, 스스로 연구하고 발견한 기법을 낡은 신발들에 적용해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쳐가고 있다. 교회를 개조해 만든 작업실 한켠에서 뒤늦은 꿈을 펼쳐가고 있는 강혁 씨 부부를 만나, 진정한 삶의 의미를 들어본다.
영양 읍내의 유일한 파스타 가게. 고등학생 때부터 요리사를 꿈꿨던 남편 허영달 씨가 5년 전 문을 연 곳이다. 영달 씨는 서울 강남의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일하다 아내 자운 씨를 만났다. 그러던 중, 도시 생활에 지친 아내와 함께 장인 장모가 귀농해 살고 있던 영양으로 내려왔다. 인구가 적은 지역이니 장사가 아주 잘될 거란 기대는 없었지만 가진 기술이 요리뿐이라 식당을 오픈했다. 영양고추를 활용해 매콤한 국물이 일품인 영양고추 파스타와 지인이 농사지은 사과로 만든 사과피자가 메인 메뉴이다. 지금은 점심시간이면 만석일 정도로 영양 읍내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영양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수비면. 면 소재지인 발리리를 걷다가 한눈에 봐도 세월이 내려앉은 가게 하나를 발견한다. 그 옛날 점방 풍경을 간직한 ‘오케-사’라는 이 가게는 도장도 파고, 시계도 고치고, 담배와 카세트테이프, 건전지, 홍삼까지 파는 만물 잡화상. 주인장 권오경 어르신은 젊은 서울에서 시계 고치는 기술과 도장 파는 기술을 배워와 55년째 하루도 빼놓지 않고 가게 문을 열고 있다. 수비면에 5일장이 열리던 20여 년 전만 해도 벌이가 꽤 괜찮았지만, 이제는 이따금 시계 약을 갈러 오는 사람들이 전부다. 2년 전 항상 함께하던 아내마저 세상을 뜨고 홀로 남았지만 여전히 가게 문을 여는 이유는, 이 가게라도 없으면 어쩌다 필요할 때 아쉬울 동네 사람들을 위해서이다. 평생의 삶이 고여있는 가게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으로 어르신은 오늘도 낡은 가게를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