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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시빌워①]이것이 진정한 ‘팀웍’, 그리고 ‘팀킬’

[비즈엔터 정시우 기자]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누가 예상했을까.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이하 ‘시빌워’)를 견제할 숙명의 라이벌로 꼽혔던 DC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마블의 위상을 확인시키는 계기의 영화가 될 줄. DC 슈퍼히어로계의 양대 산맥이 맞붙었던 ‘배트맨 대 슈퍼맨’의 대결은 흡사 지난해 5월 치러진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김빠진 복싱경기와 같았다. 영화는 두 복싱 챔피언의 경기처럼 기대만 잔뜩 부풀려놓고는 싱겁게 끝났다.

팀끼리 때로 맞붙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더비 경기인 엘클라시코의 치열한 경기에 비견될 만 할 것이다. ‘먹튀논란’까지 일으켰던 앞의 경기와 달리, ‘시빌워’는 경기의 흥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 ‘시빌워’는 마블이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의 최전선에 있음을 우렁차게 선언하는 영화다.

‘시빌워’는 캐릭터 자체가 드라마로 읽히는 영화다. 성조기가 그려진 쫄쫄이 코스튬을 입고 국가 홍보모델로까지 활약했던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는 이름 그대로 미국을 상징하는 인물이다.(실제로 캡틴 아메리카는 마블 코믹스의 전신인 타임리 퍼블리케이션이 1941년 나치와의 전쟁이 한창일 때 내놓은 영웅. 미국인들은 전쟁의 공포를 그의 활약을 보며 달랬다) 군 입대를 위해 불법 전입신고까지 불사했던 그에게 국가는, 불러주기 전에 먼저 달려가는 곳이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반면 막대를 부를 등에 업고 ‘폼생폼사’ 인생을 걸어 온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은, 수트를 국가에 귀속시키라는 정부의 압박마저도 가볍게 거부해 온 인물이다. 그런 두 사람이 절체절명의 순간, 의외의 선택을 한다. 캡틴 아메리카는 국제연합 산하기구가 슈퍼히어로를 관리하는 ‘소코비아 협정’에 반대하고, 아이언맨이 국가기구의 관리체계를 옹호하고 나선다. 그리고 히어로들은 각자의 신념에 따라, 캡틴 옹호파와 아이언맨 옹호파로 나뉜다. 시빌워 내전의 시작. 영화는 두 주축 인물의 기존 캐릭터를 비틀어 다양하고도 흥미로운 해석의 여지를 제공한다.

‘시빌워’는 히어로들을 다루는 방식이 절묘한 영화다. 어벤져스 멤버들뿐 아니라, 새로운 히어로들이 대거 출동하는 이 영화의 관건 중 하나는 ‘독고다이’ 영웅들을 어떻게 규합해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다. 개성 강한 주연급 캐릭터들을 데려다가 출연 분량을 쪼개고 누구 하나 섭섭하지 않게 비슷한 무게감을 부여하는 작업. 그 어려운 일은 마블은 또 해낸다.

개별 멤버들 사이에 형성되는 복잡 미묘한 감정들도 풍성하다. 캡틴 아메리키와 아이언맨의 정치적 갈등, 비전(폴 베타니)과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 사이에서 감지되는 연정,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와 호크 아이(제레미 레너)의 아슬아슬한 우정, 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만)의 윈터 솔저(세바스찬 스탠)를 향한 복수심 등 영화는 다양한 함수 관계 속에 놓인 캐릭터들의 감정을 쌓아 올리며 드라마의 결을 풍성하게 한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무엇보다 이 영화는 팀플레이가 훌륭한데, ‘팀 캡틴’과 ‘팀 아이언맨’의 대결이 본격적으로 그려지는 공항액션 시퀀스에는 관객들이 히어로 오락영화에 기대 하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액션의 아이디어가 창의적일 뿐 아니라, 각 캐릭터들의 매력이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치돼 흥을 돋운다. 이 시퀀스에서 특히 빛나는 캐릭터는 스파이더맨(톰 홀랜드)과 앤트맨(폴 러드)이다. 쉴 새 없이 재잘거리는 수다쟁이 스파이더맨과 B급 캐릭터 DNA를 품은 앤트맨은, 아이언맨의 유머가 빠진 빈자리의 아쉬움을 달랜다.

단점이 없는 영화는 아니다. 대의에서 시작한 일들이 개인의 사적 복수로 귀결되면서, 내전의 크기를 스스로 축소시키는 한계를 드러낸다. 마블 세계 입문자들에게 가차 없이 냉정하다는 약점도 지니고 있다. 이 영화의 갈등과 인물관계와 죄의식 등은 모두 전작들과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시빌워’를 100% 즐기기 위해 기존 마블영화의 예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전작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저’에서 조&안소니 루소 형제 감독이 선보였던 솜씨 좋은 봉합술은 이번에도 여전히 믿음직하게 발휘된다. 스펙터클의 성찬도 푸짐하다. 그리고 ‘시빌워’를 통해 등장한 블랙 팬서와 스파이더맨의 향후 단독 영화에 대한 호기심도 충분히 충족시킨다. 그러니까 ‘시빌워’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3단계를 여는 작품으로서 제 소임을 다하는 알짜배기 영화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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