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에서 계속
차갑고 낯선 얼굴 뒤에 원망과 상처를 품은 '실낙원'의 선우가 완성되기까지 엄마 소영 역 김현주와의 호흡, 연상호 감독과의 재회가 있었다.
선우의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는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중요했다. 김현주와는 촬영 전 한 차례밖에 만나지 못했다. 배현성은 오히려 충분히 가까워질 시간이 많지 않았던 점이 극 중 두 사람의 낯설고 불편한 관계를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봤다.
"선배님과 감정적인 장면을 많이 촬영했어요. 현주 선배님이 소영으로 완전히 들어오셔서 저도 자연스럽게 선우가 됐어요. 리허설을 하면서 선배님의 눈빛을 보는데, 그 안에 9년 치 감정이 다 담겨 있는 것 같았어요. 그게 저한테도 전달이 됐고요."

배현성은 소영과 선우가 오므라이스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촬영 기간은 길지 않았지만, 감정적으로 부딪히는 장면을 함께 겪으며 오히려 더 가까워졌다고 했다.
"오므라이스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더 슬프게 우셨는데, 저도 그 감정에 동요되면서 선우의 이야기를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촬영 기간은 짧았지만 감정적으로 부딪히는 장면이 많아서 더 돈독해진 것 같아요."
눈빛 이야기는 AI 배우에 대한 생각으로도 이어졌다. 배현성은 사람마다 다른 눈빛과 안광이 연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봤다.
"연기할 때 눈으로 말하는 걸 좋아해요. 눈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게 굉장히 많다고 느껴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눈빛과 생명력이 있는데, 그런 부분이 연기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은 각자 가지고 있는 눈, 안광이 있는데 AI 배우들은 아직 그런 표현이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기술이 발전하면 달라질 수도 있겠죠."

연상호 감독과의 작업도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였다. 배현성은 드라마 '지옥'에서 감독과 처음 만났다. 하루 촬영에 그친 것이 아쉬워 더 길게 작업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실낙원' 대본을 받았다.
"연상호 감독님 작품은 내용 자체가 신선하고 재미있어요. '실낙원' 대본을 읽었을 때 어둡고 심연이 가득한 내용이 매력적이었고, 선우라는 캐릭터도 좋았어요. 지금까지 보여드린 모습과는 다른 연기를 해보고 싶어서 바로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첫 스크린 주연작으로 토론토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를 경험한 일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특히 토론토에서는 관객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사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며 문화에 따라 작품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새롭게 느꼈다고 했다.

배현성은 장르보다 캐릭터의 매력과 이전 작품과의 차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선우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것처럼, 앞으로도 다양한 인물로 관객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다.
"전에 했던 역할과 차이를 둘 수 있는 캐릭터를 선택하고, 그걸 더 활용하는 편이에요. 배우로서는 영화를 보신 분들이 '저런 역할도 잘 어울리네', '배현성이었어?'라고 말씀해 주시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실낙원'은 저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작품이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