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에서 계속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 속 맹보람과 배우 이선빈은 닮은 구석이 많다. 우당탕탕 덤벙대는 성격부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마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태도까지 비슷하다. 맹보람의 순수함을 표현하는 데는 이선빈 자신의 성향도 도움이 됐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기보다 솔직하게 묻는 태도다.
"모르면 물어보면 되잖아요. 저는 모르는 게 부끄럽지 않아요. 모르는 걸 아는 척하는 것도 잘하지 못하고요. 맹보람도 모르는 것을 순수하게 피드백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런 텐션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면 캐릭터의 매력이 전달될 것 같았어요."
닮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맹보람은 학생들을 위해서라면 한참 선배인 출제위원들에게도 거침없이 맞서지만, 이선빈은 스스로 그런 용기가 부족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맹보람은 그에게 더욱 도전하고 싶은 인물이었다.
"저도 주어진 일을 해내기 위해 고민하는 마음은 맹보람과 비슷해요. 그런데 맹보람처럼 학생들을 위한 진심 하나로 무서운 사람들과 무대뽀로 싸울 수 있을까 생각하면 저는 그 정도는 아니에요. 민폐 끼치기 싫어하고 소심한 면도 있거든요. MBTI는 E(외향형)인데 정작 제 의견을 주장해야 할 때는 달팽이처럼 숨어들기도 해요. 제 것을 못 챙길 때도 있고요."

촬영 현장에서도 도전은 계속됐다. 이선빈은 유재명을 비롯한 선배 배우들과 팽팽하게 맞서는 장면을 소화해야 했다.
"처음에는 정말 어려웠어요. 제가 아무리 작품을 하면서 연습해도 선배님들이 대사를 한마디 툭 던지실 때 나오는 무게감이 있더라고요. 그건 제가 노력한다고 바로 따라갈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어떻게 하면 티가 나지 않게 잘 맞부딪힐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가장 아쉬움이 남은 장면으로는 유재명이 연기한 문주열과 숙소에서 맞붙는 신을 꼽았다.
"찍고 나니 이 정도 감정으로 끝낼 장면이 아니었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런데 영화는 정해진 기한과 예산 안에서 움직여야 하고 장소에 대한 제약도 있잖아요. 제가 먼저 다시 찍고 싶다는 말을 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때 유재명 선배님이 먼저 다시 해보자고 말씀해 주셨어요."

이선빈에게 유재명의 제안은 단순히 한 장면을 다시 찍을 기회 이상의 의미였다. 영화 전체를 생각하며 먼저 나서는 선배의 모습에서 든든함을 느꼈고, 자신도 언젠가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재촬영을 거친 장면에 대해서는 맹보람이 문주열에게 진심을 전하는 순간과 풍자적인 대사가 한층 자연스럽게 살아났다고 돌아봤다.
'수능, 출제의 비밀'은 이선빈에게 연기로 표현하는 성숙함과 배우 자체에서 우러나는 무게감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 작품이었다. 요즘 그는 진중하고 성숙한 톤으로 대사를 읽다 보면 오히려 '성숙한 척'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했다. 지금 연령대에도 진중한 역할은 연기할 수 있지만, 그 너머의 무게감은 또 다른 영역이라는 것이다.
"지금도 중저음 목소리라 톤을 낮춰서 말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목소리가 낮다고 무거워 보이는 건 아니잖아요. 단어 하나를 말해도 묵직하게 느껴지는 연기는 아직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이건 경험을 더 하고 연륜이 쌓여야 가능한 걸까 싶어요. 그래서 오히려 10년 후가 더 기대돼요. 그런데 10년 후에도 이러면 어떡하죠? 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