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가 비극적인 색채를 듬뿍 담아낸 열린 결말로 끝을 맺었다. 초반부 몇몇 출연진들의 '발연기' 논란에도 정극 느낌을 폴폴 내며 극을 '하드캐리'(잘 이끌고 갔다는 뜻의 신조어)한 인물들이 있었으니, 바로 이준기와 강하늘 되시겠다.
이준기의 경우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극본 조윤영, 연출 김규태)가 시작하기도 전부터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받았다. 3연속 사극 선택에 대한 우려가 지배적이었고 이준기 본인도 이에 대한 걱정은 갖고 있었다.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사극을 고수하는 이미지는 많이 고민도 되고, 많이 부담되는 부분이다"면서 "사극 중에서도 새로운 환경에서 그런 것들을 창조해낼 자신이 있는 작품만 고르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었고 현대극도 고민했지만, '이준기가 왜 이런 작품을 선택했는지'를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자신감을 표한 바 있다.

이준기의 자신감은 곧 현실이 됐다. 모델부터 아이돌까지 황자들 및 주요 출연진의 출신은 다양했다. 거기다가 김규태 감독이 의도적으로 초반의 생동감을 살리고자 지나치게 밝은 분위기를 끌고간 만큼, 극은 다소 가벼운 느낌마저 줬다. 하지만 여기에 이준기는 사극다운 무게감을 톡톡히 줬다.
감정이 절절하게 담기는 그의 눈빛은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가 비극으로 흘러가는 데 있어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광종의 미래를 보여준 장면은 그의 섬세한 표정연기만으로 완성됐다. 특히나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 정면을 바라보며 자신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 뒤, 시공간을 초월해 해수(아이유 분)를 만나러 가겠다는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왕소였고 납득이 갔다. 사극에 대한 우려를 이준기는 스스로 '감탄'으로 바꿔냈다. 역시 이준기의 사극은 옳았다는 걸, 이준기 스스로가 증명해낸 셈이다.
이준기에 비해 한참 후배이긴 하나, 강하늘 또한 제몫을 제대로 해냈다. 이준기와 연적으로 마주하게 된 그는 아이유를 두고 이준기와 긴장감 넘치는 눈빛을 주고 받는 장면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저력을 보였다. 이준기와 함께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의 비극적인 감정선을 가장 잘 끌고 가는 핵심 역할을 하기도 했다.

강하늘이 대중에 본격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한 건 tvN 드라마 '미생'의 장백기 역할을 통해서다. 물론, '사학루등'(사탄들의 학교에 루시퍼의 등장이라)이라는 명대사(?)를 남긴 '상속자들'이 있다지만, 그는 '미생'을 통해 초반부 장그래(임시완 분)에 대한 적대감부터 내면을 알 수 없는 눈빛, 이후에는 마음을 열고 허당 면모를 보이는 등의 복합적인 면면을 잘 표현해내며 안방극장에 강하늘이라는 배우의 진가를 알렸다.
다정한 왕욱(강하늘 분)이 후반부로 갈수록 해수에 대한 독점욕과 권력욕으로 인해 변해가는 모습은 어찌 보면 개연성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설정이었다. 특히나 배우가 연기력으로 납득을 시키지 못하면 그냥 원래부터 속이 시커먼 사람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강하늘은 진한 멜로 눈빛과 감정연기로 자신의 배역을 안방극장에 제대로 납득시켰다. 오직 강하늘이기에 가능했던 8황자였다. 비록 시청률은 낮았으나, 강하늘은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를 통해 그의 멜로 연기에 대한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