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욱이 길고도 길었던 투병 생활을 딛고 작가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아픈 만큼 더 성숙해진 그는 병마를 겪는 이들의 희망이 되고 싶다는 작은 바람도 덧붙였다.
22일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다산 북카페에서 배우 신동욱의 첫 장편소설 '씁니다, 우주일지'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신동욱은 과거 활동기와 전혀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는 세간의 우려와 달리 건강해보이는 모습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과학 소설이다. 인터스텔라나 마션 같은 내용의, 우주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보셔야 할 내용이다. 로맨스와 어드벤처 등이 담겼다"면서 "내가 읽어도 재밌다. 읽으시면 재밌으실 것"이라고 말문을 연 그는 기성작가와 다름 없는 모습이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애착을 갖는 모습이 돋보였다.
신동욱은 작가 데뷔의 이유로 팬과 병을 들었다. 신동욱은 "지난 2013년 팬들과 만나는 자리에 건강을 회복하고 뻔뻔하게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컨디션이 회복되지도 않고 언제를 기약할 수도 없기에 어떤 방법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생각해봤다"면서 "그때 떠오른 게 글쓰기였고, 그래서 소설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내가 아팠지 않나. 갑자기 나처럼 시련을 겪은 사람들이 삶의 의욕을 잃는 경우가 많다. 그런 분들에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라고, 하실 수 있다고 용기를 주고 싶었다. 스스로 시련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우에서 작가로 전향하는 건 쉽지만은 않았을 결정일 터. 더 좋은 글을 위해 신동욱은 자기 자신을 무섭도록 혹사시켰다. 신동욱은 "우주에 떠도는 사람의 심리를 표현하고 싶어서 1년 동안 내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전화도 안받고 TV도 안보고 산책도 안하고, 외부와 모든 걸 철저하게 통제했다. 사람들과 말하기 시작한 것도 한 달이 채 안됐다. 외로움이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책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도 말했다. 소설책을 굉장히 좋아했다고 말한 신동욱은 "크면 소설을 쓰겠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갖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꿈을 갖고 연기자 생활을 하게 되니 잊고 있었다"면서 "내가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했다. 하지만 용기를 냈다. 쓰다 보니 이것 저것 쓰고 싶은 욕심이 났다. 이렇게 끝까지 잘 맺어 다행이다"고 고백했다.

작가로 전향한 신동욱, 현재 건강 상태는 어떨까. 신동욱은 최근 건강상태에 대해 "운 좋게도 정말 많이 좋아진 상황이다. 초기 진료를 잘 받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과거 군대에서 갑작스러운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발병과 허리 협착증, 심장 부정맥으로 인한 뇌진탕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의병 제대를 명 받았다는 사실 또한 털어놨다.
그는 CRPS의 초기 대응을 확실히 했다고도 언급했다. 신동욱은 "재활 치료를 열심히 받아서 많이 좋아졌다. 왼쪽 손이 안 좋은데, 손 바닥 부분이 감각적으로 예민하다. 옛날엔 작은 자극에도 못 버텼는데 이젠 일상 생활이 상당 부분 가능해졌다. 물건을 잡고 만질 수 있는 정도까진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동욱은 이날 왼손에 장갑을 끼고 있었으며, 취재진 앞에서 장갑을 벗고 손의 상태를 설명하던 중 일시적인 고통에 휩싸여 주변의 우려를 받았다. 그는 "아직 추위에 대한 이질통을 극복 못 했다. 여름엔 많이 좋아져도 겨울엔 조금 힘들다. 내가 느끼는 감각을 예로 들자면, 커터칼 칼날을 쭉 뽑아 손을 슬라이스하는 느낌이다"고 언급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힘들었던 만큼, 신동욱은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재활에 힘썼다. 투병을 위해 사람들을 스스로 멀리 했다고 회상한 그는 "스스로 이겨내기 위해, 병하고 싸우기 위해, 위로받지 않기 위해 사람들을 피했다. 매니저도 제가 어떻게 사는지 몰랐고 친구들과도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잘 모를 거다. 사람들을 피하며 내 스스로를 응원하며 잘 이겨왔고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면 연기자로의 복귀 계획은 어떨까. 이에 대해 신동욱은 "연기를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싶지만, 약속을 하면 내 자신이 너무 무리할 것 같다. 내 자신도 잘 모르겠어서 약속 못 하겠다"면서 "좀 더 몸이 좋아지고 기회가 생기게 되면 꼭 좋은 작품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또 작가로서의 욕심도 드러냈다.
"글은 계속 쓰고 싶어요. 소재도 많아요. SF도 쓰고 싶고 판타지, 로맨스도 쓰고 싶어요. 경제 심리학 소설도 쓰고 싶고… 욕심이 많아요. 그리고, 저를 보며 아픈 분들이 조금이나마 힘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신동욱은 지난 2003년 KBS 20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슬픔이여 안녕', '소울메이트', '쩐의 전쟁', '별을 따다줘'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황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 2011년 국 복무 중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라는 희소성 판정을 받고 투병 중에 '씁니다, 우주일지'를 썼다.
소설 '씁니다, 우주일지'는 우주를 사랑하는 괴팍한 천재 사업가 맥 매커천과 이론물리학자 김안나 박사가 만나 사랑을 하게 되고, 우주 엘리베이터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면서 시작한다. 맥 매커천은 우주 엘리베이터 건설에 필요한 소행성을 포획하러 우주로 떠나지만, 조난을 당해 막막한 우주를 표류하게 된다. 그는 아내에게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겼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살아서 돌아가야 하는 그의 고군분투기를 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