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김윤석은 인사 대신, 사과를 했다. 90도로 허리를 꺾으며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반성하겠습니다.” 군더더기는 없었다. 회피도 없었다. 직접 사과라는 정공법. 김윤석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논란은 지난 1일 진행된 네이버 V앱 라이브 무비토크에서 시작됐다. 이날 김윤석은 특유의 입담을 과시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후배들도 독려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공약 선언을 하기 전까지는 적어도 그랬다. 김윤석은 흥행 공약을 묻는 질문에 “일정 수치 이상 넘는다면 여배우들의 무릎을 덮은 담요를 내려주겠다”고 답했다.
분명, 재미도 의미도 맥락도 없는 공약이었다.
김윤석의 답변이 적절하지 못했음을 느낀 건 당시 V앱을 시청하던 네티즌만은 아니었던 듯하다. 행사 마무리 인사에서 함께 자리했던 배우 김상호가 이렇게 말했다. “오늘 보시면서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면 사과드립니다.”
무비토크가 끝난 후, SNS에는 “김상호 배우님은 아는 걸, (당사자인) 김윤석은 왜 모르실까”라는 글이 퍼졌다. ‘#김윤석_사과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김윤석의 발언에 문제가 있었음을 제기하는 글들도 올라왔다.
논란은 일었지만 그럼에도 아주 크게 알려진 상황은 아니었다. 김윤석의 사과가 오히려 사건을 더욱 크게 알리게 되는 상황. 그럼에도 김윤석은 정공법을 택했다. 지난 5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기자간담회에서 고개를 숙였다.
“여러분께 사과의 자리가 필요할 것 같아 이렇게 말을 꺼내게 됐습니다. 최근 인터뷰에서 공약을 언급하면서 저의 경솔함으로 많은 불편함을 초래했습니다. 분노와 불편함을 느꼈던 모든 분들에게 깊이 사과하며 깊이 반성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날의 사과는 김윤석이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면서 이뤄졌다. 6일 롯데엔터테인먼트 측은 비즈엔터에 “김윤식 씨가 누가 시킨다고 (사과를) 하는 분은 아니지 않나. 스스로가 먼저 사과를 하고 싶다고 알려오셨다. 본인도 발언 후 많이 힘드셨던 것 같다. 사과를 하고 싶어 하셨는데, 어떤 창구를 통해야 할지 주말 내내 고민하신 것 같더라”고 말했다.
김윤석이 발 빠르게 사과를 한 데에는 스스로에 대한 뉘우침도 있지만,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 대한 미안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오랜 시간 영화를 위해 달린 많은 이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깔린 것이다.
김윤석의 공약은 앞에서 밝혔듯 ‘재미도 의미도 맥락도’ 없었다. 하지만 깔끔한 자기반성과 빠른 사과에는 의미와 맥락이 있었다. 특히 최근 문화계 전반에 여성 혐오 논란이 일고 있는 상태에서, 그의 대처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는 문제를 회피하고, 누군가는 억울하다 호소하는 ‘웃픈’ 현실 속에서 김윤석은 빠른 피드백으로 잘못을 시인했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속에서 김윤석은 시간여행을 통해 미래를 바꿨지만, 현실의 김윤석은 그럴 수 없다.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인한 비난은 응당 그의 몫.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그가 어떤 것을 느꼈고, 현재의 뉘우침이 그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일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