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3년 데뷔곡 ‘모놀로그(Monologue)’를 들고 가요계에 등장한 버즈는 초창기 ‘꽃미남 밴드’로 이름을 알리며 뭇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굵직한 히트곡들의 탄생 뒤에는 노래방에서 마이크 깨나 잡는다는 남성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는 사실. 덕분에 버즈에게는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노래방 대통령’이라는, 재치 있고 친근한 별명이.
지난 17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버즈의 단독 콘서트 ‘더 밴드(The Band)’는 버즈를 향한 남성 팬들의 열렬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일전에 한 관계자로부터 “버즈 콘서트에서는 여성 관객들도 제대로 헤드뱅잉을 즐긴다”는 귀띔을 들은 바 있지만, 기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촉촉한 눈망울로 버즈를 바라보는 남성 관객들이었다. 걸그룹 콘서트가 아니고서야 남성 관객 대부분이 연인의 손에 이끌려 억지로 자리를 지키고 있기 마련인데, 버즈의 콘서트에서는 통상적인 남녀의 모습이 역전된 듯한 풍경도 왕왕 보였다.

화려한 조명, 웅장한 드럼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버즈는 ‘그림자’와 ‘히어로(Hero)’를 연달아 연주하며 단숨에 공연장의 온도를 데워놓았다. 두 곡 모두 대중적인 히트를 기록한 노래는 아니지만 ‘밴드’로서 버즈의 색깔을 보여주기에는 더없이 좋은 곡이었다. 민경훈은 “‘히어로’는 드라마 ‘스파이’의 OST인데, 드라마가 잘 안 돼서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공연에서는 자주 부르지 않았던 노래”라고 농을 쳤다.
‘공연에서 자주 부르지 않았던 노래’는 ‘히어로’ 이후에도 줄줄이 등장했다. 대히트를 기록했던 정규 2집 수록곡 ‘1st’, ‘거짓말’은 물론, 가장 최근 발매된 음반인 정규 4집 수록곡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멤버들은 ‘나무’, ‘그대여’, ‘스타(Star)’, ‘트레인(Train)’ 등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곡을 꼽고 그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며 팬들과 교감했다.
리더 김예준이 ‘최애(最愛)’ 곡으로 꼽은 ‘스타’의 무대가 특히 아름다웠다. 무대 위에 내려진 거대한 장막은 순식간에 관객들을 우주 한복판으로 데려갔다. 관객들은 야광봉을 소등하고 장막 위에서 반짝거리는 별들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김예준은 “가사 내용이 정말 좋다. 아픈 사람들을 위해 희망을 노래하는 내용인데, 곡 분위기도 따뜻해서 굉장히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가시’, ‘겁쟁이’, ‘남자를 몰라’,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등의 히트곡 무대에서는 어김없이 ‘떼창’이 터져 나왔다. 재밌는 것은 관객들의 태도였다. 흥취에 빠져 전곡을 내내 따라 부르는 관객들이 태반일 거라 예상했는데, 웬걸. 사람들 대부분 마이크가 객석으로 넘어오고 나서야 목청을 높였다. 민경훈이 다시 노래를 시작하면 조용한 경청의 시간이 다시 시작됐다. 찰떡같은 호흡이었다.
이날 버즈는 ‘비망록’을 마지막으로 150분간의 공연을 마무리했다. ‘비망록’은 멤버들이 20대 초반에 접어들었을 무렵 발표했던 노래. 앳된 얼굴의 소년들은 제법 무게감 있는 어른들로 성장했지만, “오직 나만의 길을 가고 싶다”는 패기만큼은 여전히 뜨거웠다.
한편, 버즈의 단독 콘서트 ‘더 밴드’는 오는 24-25일 대구, 30-31일 일산, 내년 1월 7-8일 전주, 1월 21-22일 창원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