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화젯거리도 많던 2016년 연말 가요제들이 막을 내렸다. 270여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인원을 동원한 SBS ‘가요대전’과 안정적인 진행을 자랑한 KBS ‘가요대축제’, 가장 먼저 진행된 ‘멜론뮤직어워드’ 시상식 등 다양한 가요제들이 열렸고, 눈에 띄는 장면들이 여럿 탄생됐다. 돋보였던, 때로는 아쉬웠던 순간들도 물론 존재했다. 연말 가요제를 정리하는 가요제의 시상식, 비즈엔터가 다양한 장면들을 꼽아봤다.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

개척자상 비와이X유아인
올해 ‘MAMA’ 3부는 가수들의 공연 무대가 아닌 배우 유아인의 아트 필름 ‘프레자일(Fragile)’로 포문을 열었다. “우주는 내게 미지의 공간이었고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지금은 여러 아티스트들과 우주 프로젝트를 통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던 유아인은 이내 “도전하기를 거리지 않았던 또 한 사람이 있다”는 멘트로 비와이를 소개했다. 물론 ‘협업’이 반드시 듀엣 혹은 피처링의 형태로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프로젝트 홍보와 끼워 맞추기 식의 소개가 ‘협업’이란 표현으로 설명되는 것은 분명 이례적인 일. “오감을 만족시키는 아트 컬래보레이션으로 콜라보 무대의 정점을 찍었다”는 제작진의 설명이 다소 민망하게 느껴지기는 해도, 어쨌든 컬레보레이션의 신대륙을 개척한 것은 분명하기에 수상을 결정했다.

‘아무 말’상 박기웅
“방송 직전까지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있는 팬 분들이 연결해서 투표를 받았으니, 정말 대단한 커넥션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16 MAMA’ 베스트 아시안 스타일상일상을 시상하러 나온 배우 박기웅은 사뭇 놀랍다는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SNS 해시태그 수를 통해 집계되는 투표 방식은 이미 수많은 순위프로그램에서 활용하고 있는 방식일뿐더러,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연결’을 느껴야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올해 ‘커넥션’을 콘셉트로 내세운 ‘MAMA’는 시상자의 멘트를 통해 거듭 ‘연결’을 강조했지만, 정작 진짜 ‘커넥션’이 이뤄져야 할 무대에서는 어색한 눈빛으로 파트너를 바라보거나(팀발랜드), 컬래보레이션 불발 후 파트너를 ‘저격’하는 뉘앙스의 글을 올려(위즈칼리파) 그 의미를 퇴색시켰다. 지난해 전신에 금박지를 두른 듯한 비주얼의 진행요원을 세워두고 “‘테크 아트’ 콘셉트를 형상화시켰다”고 말했던 ‘MAMA’의 두 번째 헛발질. 그저 제작진이 써준 대본을 읽었을 뿐인 박기웅에게 이런 불명예스러운 상을 안기게 되어 유감스러운 바다.
베스트커넥션상 관객들
올해 ‘MAMA’ 최고의 순간은 여러모로 제작진의 예상을 벗어나는 지점에서 발생했다. 위즈 칼리파의 ‘시 유 어게인(See you again)’ 무대가 바로 그것이다. 당초 ‘MAMA’ 측은 태연과 위즈 칼리파의 합동 무대를 계획했으나 공연 몇 시간 전 무산됐고(그리고 그 배경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 결국 위즈 칼리파는 후렴구의 노래를 관객들에게 넘겼다. 임기응변에 가까운 무대였으나, 공연의 메인 콘셉트인 ‘커넥션’을 가장 잘 보여준 무대이기도 했다. 나이와 성별, 국적을 가로지른 관객들의 ‘떼창’은 팬덤 위주로 굴러가는 K팝에게 새로운 과제를 남겼다. 결국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음악 축제’는 팬덤의 규모나 응집력이 아닌 훌륭한 음악 그 자체로 완성된다는 것 말이다.
MBC 가요대제전
베스트커플상 신화 이민우‧신혜성
멤버들이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했다시피 그룹 신화의 신곡 ‘터치(Touch)’의 무대는 전과 다른 볼거리로 풍성하다. 속도나 파워에 전력을 쏟지는 않지만 무대가 이어지는 내내 긴장감이 유지된다. 특히 이민우의 독무가 등장하기 직전, 신혜성에서 이민우로 파트가 넘어가는 구간에서는 노래의 텐션이 최고조를 향해 달려가는데, 신혜성의 날카로운 춤선과 이민우의 남성적인 섹시미의 조화가 무척이나 오묘하다. 코를 킁킁대면 금방이라도 ‘쿨 워터’ 향이 날 것 같다고나 할까. 1월 중반부터 본격적인 방송 활동을 시작한다고 하니, 두 사람의 ‘케미’를 주목하시라.
여우주연상 에이핑크 보미‧남주
노래와 퍼포먼스는 연기의 연장선이다. 그러니까 걸그룹 에이핑크 보미와 남주에게 수여하는 여우주연상은 베스트 노래상과 베스트 퍼포먼스상을 모두 아우르는 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룹 비투비의 이창섭, 서은광과 함께 룰라 ‘날개 잃은 천사’ 커버 무대를 꾸민 두 사람은 고도로 계산된 ‘망가짐’으로 90년대 룰라를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예컨대 은광에게 따귀를 날리는 듯한 보미의 퍼포먼스는 다소 과격하고 심지어 우악스러워 보이기까지 하지만, 그래서 장면의 맛이 더욱 산다. 남주의 웨이브는 또 어떤가. 그는 치밀하게 계산된 각도로 몸을 꺾으며 ‘병맛’을 완성한다. 가히 본받을만한 프로 정신이다.
KBS 가요대축제
베스트포즈상 갓세븐 뱀뱀
보이그룹의 걸그룹 퍼포먼스는 매해 연말 가요제에서 반복되는, 우리고 우려 뼈도 안 남은 ‘사골’같은 무대다. 심지어 여장 무대도 나오는 마당에 춤 하나 바꿔 추는 게 얼마나 임팩트 있겠…어라? 그런데 그룹 갓세븐 뱀뱀, 비투비 민혁, B.A.P 영재, 몬스타엑스 민혁이 보여준 ‘배드걸 굿걸(BAD GIRL GOOD GIRL)’은 연말 가요제 무대 중 단연 흥미로웠다. 잔뜩 풀어헤친 비투비 민혁의 가슴팍이나, 몬스타엑스 민혁의 아찔한 눈화장, 1초에도 몇 번씩 변하는 영재의 표정도 충분히 매혹적이었으나 압권은 뱀뱀의 포즈. 영재의 손에 자신의 손을 얹은 채 도도하게 등장해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더니, 호리호리한 몸매를 강조한 의상과 모델 뺨치는 엔딩 포즈로 라스트 어택을 날렸다. 때때로 네 사람의 얼굴에 ‘여긴 어디? 나는 누구?’라고 말하는 듯한 자조적인 미소가 스치곤 했지만, 괜찮다. 내년에 더 센 팀이 나오겠지.
공로상 전인권
2016년은 ‘걱정말아요 그대’로 시작해 ‘걱정말아요 그대’로 끝난 해였다. 연초 이적의 목소리로 불려 널리 사랑받았을 당시만 하더라도, 노래는 개인적 아픔을 보듬어주는 ‘힐링송’으로 존재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아마도 전인권이 광화문 광장 무대에 올랐던 그 날부터, 노래는 다른 힘을 갖기 시작했다. 시민들을 하나로 묶는 화합과 연대의 힘. ‘가요대축제’ 출연진 전원이 ‘걱정말아요 그대’를 함께 불렀던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의미가 깊다. 노(老)세대와 신세대의 화해와 하나 됨. 그리고 64세의 노장 전인권은 ‘가요대축제’ 방송 다음날인 12월 31일, 다시 한 번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음악의 가치를 쓸모로 재단할 수는 없지만 ‘걱정말아요 그대’는 지난해 가장 쓸모 있게 불린 노래일 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