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김세훈 기자]
3일 방송되는 KBS1 '동행'에서는 힘든 엄마, 아빠의 수고를 덜고 싶은 마음이 예쁜 형제의 이야기를 전한다.
시내로 가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려면 자전거를 타고 한참을 나가야 하는 경남 창녕의 시골 마을. 이곳의 유일한 아이들인 15살 다운이와 9살 승건이는 마을 어르신들에겐 보배다. 만물상을 차려놓은 듯 하나 둘 모아온 공구들을 가지고 동네 재활용 분리수거함을 만드는 건 물론, 집안에 필요한 물건들을 손수 만들어온 다운이다. 입소문이 나자, 동네 어르신들은 집에 고장 난 물건이나 다루기 어려운 휴대전화를 들고 직접 다운이에게 맡기곤 한다.
보다 못한 동생 승건이는 어르신들의 수고를 덜고자 직접 찾아가는 방문 서비스까지 나섰다.
집안일이라고 소홀히 할까. 돈 버느라 얼굴 보기 힘든 엄마, 아빠를 대신해 살림살이에 손이 야무져진 지도 오래다. 이런 형제가 요즘 정성을 쏟는 건 바로 미꾸라지잡이. 반짝 해가 나는 날이면 미꾸라지를 잡기 위해 놓아둔 통발을 찾아 농수로를 드나든 지 오래다. 형이 미꾸라지를 잡고, 그림자처럼 형을 노심초사 지켜보는 동생 승건이. 미꾸라지를 잡고 싶은 간절함도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도 최고인 형제다.
야간근무까지 서가며 15년을 쉬지 않고 일해온 부부, 상훈 씨와 인숙 씨. 아이들만은 더 나은 환경에서 살게 하기 위해 악착같이 한 푼 두 푼 모으며 살아왔건만, 상황이 달라진 건 3년 전, 건강했던 엄마에게 루푸스병이 찾아오면서부터였다. 원인불명의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 2년간, 매달 천만 원 가까이 들어가는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아빠는 먹지도, 잠도 자지 못하고 동분서주해야 했다.
병원에서도 손 놓았던 엄마는 아빠의 간절함 덕분인지 다행히 호전된 상태. 엄마가 곧바로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 건, 남편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하루에 서너 시간 쪽잠 자며 일하다 1년 전, 협심증에 쓰러진 아빠. 언제 쓰러질지 모를 두려움과 평생 약을 달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다시 이를 악무는 엄마, 아빠. 이 힘들고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포기할 수 없는 건 애틋한 두 아들이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미꾸라지를 잡아 온 다운이. 어릴 적 미꾸라지를 잡아 판매해온 아빠를 따라다니면서 어깨너머로 배웠다. 3년 전부턴 혼자 통발을 놓고 미꾸라지를 잡아 올 정도로 베테랑이 된 다운이. 돈 버느라 동분서주하는 아빠의 땀 냄새와 흙 범벅이 된 옷가지들을 보며 아빠에게 보탬이 되고자 결심했다. 서 있기만 해도 줄줄 땀이 흐르는 무더위지만, 미꾸라지를 잡아 아빠를 돕고 싶은 간절함이 더 큰 형제다.
하지만, 정작 아빠는 미꾸라지 통에 아들들이 잡아 온 미꾸라지가 차 있을 때면 한숨부터 나온다. 두 아들만은 제 나이에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누리고 살았으면 하는 바람인데, 그마저도 해줄 수 없는 현실에 꾸지람만 늘어놓을 수도 없어 답답하다. 아빠의 걱정을 알지만, 다운인 미꾸라지 잡는 일을 단념하고 싶지 않다. 자신이 힘듦보다 아빠의 땀내가 더 애처롭고, 휘청거리는 가장의 무게를 나눠서 지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