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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인터뷰]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 작품이 따뜻한 이유

[비즈엔터 이주희 기자]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사진=부산국제영화제)

대한민국은 자국 영화와 할리우드 영화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다른 나라라고 해봤자 기껏해야 일본ㆍ중국ㆍ프랑스 정도의 영화를 접할 수 있을 뿐이다. 다른 나라의 영화를 볼 기회가 많지 않은 가운데, 그중 인도영화는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의 작품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사실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이 이처럼 타국의 팬들에게 지지를 받는 이유는 그의 영화가 보편적인 감성을 다루기 때문이다. 특히 ‘문나 형님, 의대 가다’(2003, 이하 ‘문나 형님’), ‘세얼간이’(2009),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2014, 이하 ‘피케이’) 등 감독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감당하지 못 할 만큼 대책이 없지만, 사랑스럽다.

그리고 이번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감독의 신작 ‘산주’ 역시 그렇다. ‘산주’는 배우 산자이 더트의 성장과 영광, 그리고 몰락을 따라가는 전기 영화로, 슈퍼스타이자 희대의 바람둥이면서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힌 한 인물의 모습을 2시간 30분 동안 담아낸 영화다.

주인공은 실제 인도배우인 산자이 더트를 모티프로 한 인물. 데뷔 이후 승승장구했지만 마약과 여성 편력으로 논란을 몰고 다니다가 1993년 뭄바이 폭탄테러가 발생됐을 때 반테러리즘법으로 불법 무기 소지 혐의를 받았다.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의 ‘문나 형님’ ‘피케이’ 등에 출연했던 배우이기도 하다. 굴곡진 삶을 살아가며 인도 안에서도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 배우를 히라니 감독은 어떻게 그려냈을까.

Q.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 히라니 감독의 영화를 2작품이나 볼 수 있다. 신작 ‘산주’부터 데뷔작 ‘문나 형님’까지 각 섹션에 초청되었는데, 소감이 어떤가.

A. 개막날부터 부산에 왔는데 행사의 활발함에 놀랐고, 다들 내 작품 ‘세얼간이’에 대해 알고 있어서 반가웠다.

Q. 한국은 첫 방문이다.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고, 부산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갖게 되었나.

A. ‘러블리 시티(Lovely City)’다.(웃음) 사람들 모두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어서 좋았다. 내가 부끄러움이 많은 편이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났다. 다양한 국가에서 온 사람을 만나게 되어 마치 서너 개의 행사에 참여한 것 같다. 나는 이번에 부산 오는 것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인도에서는 ‘산주’가 3개월 전에 개봉을 했기 때문에 이번엔 여행 온 기분이다. 오늘 아침엔 해변에 다녀왔는데 멋졌다. 먹자골목도 갔다. 바닥에 앉아서 밥을 먹는 식당도 있더라. 재밌기도 하고 좋아서 가족과도 한 번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산주' 포스터)
(사진='산주' 포스터)

Q. 산주’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데뷔작인 ‘문나 형님’에 출연했던 배우가 ‘산주’의 실존인물인데, 실존인물을 대상으로 영화를 만드는 게 어렵지 않았나.

A. 산자이 더트가 현재 생존해 있고 유명한 배우라 인도 사람들은 다 그의 얼굴을 안다. 그래서 섭외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덜 알려진 배우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란비르 카푸르 배우로 캐스팅을 결정했다. 외형을 닮게 하는 것만 3개월이 걸렸다. 게다가 우리는 거꾸로 촬영했다. 늙었을 때부터 젊은 모습 순으로 찍었다. 처음엔 살을 찌워 노년을 찍고, 한 달 뒤 살을 빼서 중년을 찍고, 또 한 달 뒤 청년 시절을 찍었다. 그래서 총 1년이 걸렸다.

Q.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산주’에서 산자이 역을 맡았던 배우와 실존인물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떤 아이디어로 이 장면을 만들게 되었나.

A. 보통 전기영화면 에필로그에 실존인물의 사진을 싣는 경우가 있는데, 산자이 더트가 배우니까 더 재밌게 표현할 수 있겠다 싶었다. 실제 산자이 더트가 비슷하게 노래를 부른 것을 듣고 거기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하지만 오리지널송은 술 먹고 부른 거라 비방이 너무 많다.(웃음) 내가 예쁘게 ‘슬로우 다운(slow down)’ 시킨 버전이다. 사실 그는 ‘크레이지 맨(Crazy man)’이고 ‘크레이지 라이프(Crazy life)’를 살았다.(웃음)

Q. 주인공이 소총을 소지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는데, 무기법이 아닌 테러법으로 재판을 받으며 20년이 넘도록 고생했다. 실존인물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소재를 선택한 것인가.

A. 감정만으로는 영화를 만들 순 없다. 하나의 영화를 만드는데 2년 반 정도 걸리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내가 담아내고 싶었던 것은 주인공 부자의 관계, 그리고 언론이 자극적으로 기사를 내는 것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Q. 산자이 더트는 논쟁적인 인물이다. 객관적인 사실로 보면 나빠 보이지만, 그의 속내를 들어보면 마음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인물에 대한 중립성은 어떻게 가지고 갔나.

A. 처음에 산자이를 만나 직접 25일간 이야기 들었다. 그렇게 본인이 자신의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고, 다음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가족. 그 다음엔 경찰관, 변호사, 기자들 6개월 동안 만났고, 그 사람들의 시각을 영화에 넣었다.

Q.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작가의 태도도 그렇지 않나. 작가 또한 처음 산자이를 만났을 때와 마지막에 태도가 달라지는데, 히라니 감독 역시 극중 작가의 태도로 실제 산자이를 바라봤나.

A. 정확히 맞다.(웃음) 그 작자의 역할이 ‘나’가 맞고, 작가가 했던 과정을 그대로 내가 거쳤다. 사실 인도에서는 ‘네가 그 (아름다운) 여자로 묘사된 거란 말이야?’라고 농담하기도 한다.(웃음)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사진=부산국제영화제)

Q. ‘세얼간이’ ‘피케이’ ‘산주’ 등 모두 ‘가짜’와 ‘진짜’에 대해 다룬다. ‘세얼간이’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 ‘페케이’는 가짜 신, ‘산주’에선 가짜 뉴스가 등장한다. 꾸준히 ‘진짜와 가짜’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무엇인가.

A. 매우 흥미로운 분석이다. 전엔 이런 질문을 받아본 적 없다.(웃음) 생각해 본 적 없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거짓된 신문이나 신, 언론매체 등이 나를 짜증나게 하는 요소다. 영화의 소재는 내 안에서 나오는 건데, 평소에도 내가 거짓된 것을 싫어해서 소재로 선택된 것 같다.

Q. 여러 작품에서 우정ㆍ가족 등의 관계를 따뜻하게 그려내는데. 결국 중요한 건 사람간의 관계라고 생각하는가.

A. 인간관계에 대해 관심이 많다. 특히 이번엔 부자관계를 흥미롭게 파악했다. 부자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어린 시절엔 아버지를 동경하지만 나이가 들면 무시하게 될 때도 있다. 하지만 더 나이가 들면 다시 좋은 분이었다고 느끼게 된다.

Q. 캐릭터 중 산주만큼 중요한 인물이 친구 캄리(비키 카우샬 분)다. 산주와 아버지, 산주와 여자친구 사이에 늘 캄리가 끼어든다. 이 친구의 역할을 어떻게 잡았나.

A. 그 친구는 극에 설명된 것처럼 진짜 미국에 사는 친구다. 미국에 가서 3일 동안 얘기를 들었다. 단, 핑키 얘기는 말 안 해줬다. (극중 핑키는 캄리가 짝사랑하는 여자지만, 산자이가 대신 만남을 가진다.) 내가 계속 물어보니 ‘bastard!’라고 한 마디 하더라.(웃음) 그래도 영화를 만들고 나서 보여주니까 계속 울기만 했다.

Q. 감독을 좋아하는 한국 팬들이 많다. 한국인들은 히라니 감독의 작품으로 인도 문화를 알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인도 대표 영화감독으로서 자신의 영향력을 어떻게 생각하나.

A. 몰랐던 이야기다. 오늘 옷 좀 잘 입고 올걸 그랬다. 앞으로 처신 잘 해야겠다.(웃음)

Q. ‘세 얼간이’가 한국에선 2011년에 개봉했는데, 뮤직 시퀀스 부분을 뺀 편집본이었다. 2016년에야 오리지널 버전으로 재개봉 됐다. 당시 수입사가 임의대로 해당 부분을 뺀 것에 대한 논란이 인적도 있었는데, 발리우드 특유의 이러한 특성을 감독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A. 뮤직 시퀀스는 요새 인도 영화에서 많이 없어지고 있다. 몇 년 전만해도 인도영화에는 노래가 들어 있어야 했다. 인도인들은 죽을 때도 노래할 정도로 늘 노래를 한다. 그래서 인도인은 뮤직 시퀀스에 익숙해져있는데 다른 문화권은 잘 모르겠다.

Q. 영화의 예술성과 상업성의 균형은 어떻게 맞춰가고 있나.

A. 어떤 영화를 만들더라도 시작 할 땐 내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든다. 관객에게 맞춰주는 순간 영화는 망쳐진다. 단단하게 영화를 만들고, 이후에 남들이 좋아해주길 바랄 뿐이지 관객을 위해서만 만들진 않는다. 한국에선 ‘세얼간이’가 인기지만, 인도에선 ‘문나 형님’이 더 인기가 많다. 어차피 각 나라마다 좋아하는 게 다르기 때문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한다.

Q. 차기작은 어떤 작품이 될까.

A. 지금 각본 작업 중인 것이 있다. 인도 한 도시를 중심으로 중국, 케냐 등 여러 나라의 도시에 관한 작품을 하려고 한다. 착수한지 6개월 정도 됐는데,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말해 달라.(웃음)

이주희 기자 jhymay@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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