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홍선화 기자]
18일 방송되는 EBS '건축탐구 집'에서는 건축가 임형남, 노은주 소장과 함께 1억 원대로 집 짓기에 성공한 두 남자의 집을 만나본다.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가 된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그곳에는 작지만 강한 생명력을 가진 풀꽃의 향기를 내는 집이 있다. 그 집은 주인을 닮아 소박하지만 욕심내지 않은 담백한 느낌을 준다. 집 주변의 자작나무 숲과 집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기도 한 이 집의 건축비는 약 1억 6천~7천이다.
이 집의 주인은 정양원(54), 김고은(51) 부부. 매일 아침이 되면 주인 부부는 바구니 하나를 들고 집을 나선다. 텃밭과 길가에 자란 풀꽃을 따기 위해서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길가에 자란 이름 모를 잡초지만 풀꽃요리연구가 아내의 손을 거치면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요리로 재탄생한다. 사실 ‘부창부수 가’도 요리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손수 지어준 집이다.
내부 마감을 모두 자작나무로 했다는 이 집은 도배도 장판도 하지 않았다. 밋밋했던 외관과 다르게 현관을 열면 남편의 남다른 건축 센스를 엿볼 수 있다. 집을 방문한 임형남, 노은주 소장은 보통의 집 짓는 방식의 틀을 비튼 이 집의 컨셉을 누드라 칭했고 건축비를 아낄 수 있었던 비법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1억 원대로 집을 지을 수 있었던 주인 부부만의 팁과 주인 부부를 닮은 아이디어 넘치는 공간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경안천이 흐르는 광주시 퇴촌면, 전원주택단지 사이에 축대를 높게 올려 눈에 띄는 집이 한 채 있다. 촘촘히 쌓인 축대와 새하얀 벽에서 집주인의 깔끔하고 꼼꼼한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온다. 이 집은 두 아들을 둔 아빠 김일수(49) 씨가 직접 설계하고 지은 집이다.
남편이 지은 집에서 아내 김다혜(40), 큰아들 주언(13), 작은아들 승언(10), 그리고 강아지 두 마리가 그들만의 행복한 미래를 그리며 함께 살고 있다. 빌라에 살면서 의도하지 않게 층간소음의 가해자가 된 부부는 직접 집을 짓기로 했고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을 가족의 보금자리로 선택하게 되었다. 아빠는 건축과 관련된 책을 서른 권 넘게 읽어가며 밤, 낮을 가리지 않고 설계에 열중했다. 아내와 아이들을 모아놓고 살고 싶은 집을 그려보라고 하며 가족들이 원하는 동선을 설계에 그대로 반영했고 건축비를 더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공부하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가족애와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평소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고 꼼꼼하고 부지런한 아빠는 큰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스스로 전업주부의 길을 택했다. 당시 아내의 직장이 더 튼튼해서 이성적으로 결정한 거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만 다이닝 룸, 벽난로, 마당과 같은 가족이 함께 모여 쉴 수 있는 공간에서 아빠가 가족의 행복을 고민했던 흔적이 그대로 묻어 있다. 건축과 가족 이야기를 할 때면 눈이 빛나는 김일수 씨가 1억 대라는 제한된 예산에서 집을 지을 수 있었던 비결과 아기자기하게 활용된 집의 틈새 공간은 어떤 모습일지 확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