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이성미 기자]
9일 방송되는 KBS 1TV '동네 한 바퀴'에서는 사계절 내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호반의 도시, 춘천으로 향한다.
◆3년 차 귀농 부부의 숲속 빵집
도심의 팍팍한 일상 대신 한적한 시골살이를 꿈꿔왔다는 안경훈&김현지 부부를 만났다. 조건에 맞는 땅을 찾아다닌 것만 2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다가 젊은 부부가 만난 땅이 지금의 춘천이다. 시골에서 손님들에게 화덕으로 구운 빵과 농사지은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대접하는 게 로망이었다는 부부. 그 다짐 아래 시작한 농사는 무럭무럭 자라는 잡초 앞에 두 손 두 발을 들었단다. 남편 경훈 씨가 직접 만든 화덕에 이른 아침 빵을 굽다 보면, 화려한 도시 생활과 번듯한 대기업을 포기한 일이 젊은 시절 가장 잘한 일이라 느껴진다. 서른여덟 동갑내기 부부의 숲속 빵집에는 세상에서 가장 고소한 향이 진동한다.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코색! 형형색색 4색 빛깔의 컬러 방울대추토마토 농사에 한창인 농사꾼 부자(父子)를 만났다. 컬러 방울대추토마토로 대한민국을 뒤집어 놓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농사짓고 있다는 아버지 이재환 씨. 더덕 농사부터 배추 농사까지, 농사꾼으로서 보낸 세월만 30년이란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컬러 방울대추토마토 농사에 도가 튼 지금, 밤낮으로 고생하며 농사짓는 아버지를 돕겠다며 아들 이규호 씨가 춘천에 내려왔다. 아버지 걱정하는 아들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재환 씨는 농사의 효율을 위해 현대화를 주장하는 아들의 이야기에도 심드렁한 반응이다.
◆춘천 닭갈비 역사의 산증인- 닭갈비 철판 공구상 시윤 씨의 외길 인생
춘천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 단연 ‘닭갈비’ 아닐까? 1970년대, 춘천에서 닭갈비가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하며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맛본 사람이 있다. 올해로 44년 차, 춘천 닭갈비를 주름잡은 닭갈비 철판 장인, 정시윤 씨. 한때 춘천뿐만 아니라 제주도부터 캐나다까지 주문이 밀려드는 탓에 온종일 철판을 두들기던 시절도 있었다. 오랜 세월이 지나 하나둘 철판 공구상이 사라지는 동안에도 시윤 씨는 꿋꿋이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로지 닭갈비 철판만 바라보고 산 인생, 철판 장인 정시윤 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허전했던 콘크리트 벽면이 춘천의 예술을 덧입었다. 그 길이만 300m, 전국 최대 하천 내 산책로로 꼽히며 춘천 시민을 비롯한 춘천 찾은 관광객들의 발길까지 사로잡은 ‘춘천가는 예술 기차’. 10개의 구간에 총 10가지 주제로 꾸며진 퇴계천길 터널로는 춘천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코미디의 황제 이주일의 벽화부터, 춘천 사는 시민들의 얼굴을 생생히 표현한 벽화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피란민 친정엄마의 추억이 담긴 이북식 평양 만두
춘천에서 강원도식 만두가 아닌, 이북식 평양 만두로 승부를 건 이가 있다. 하루에 한 그릇도 팔지 못하던 때가 있었지만, 김예경 씨가 이 평양 만두 장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어릴 적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던 친정어머니의 피란 이야기. 그런 날이면 예경 씨 가족의 식탁엔 어머니의 오랜 추억 담긴 평양 만두가 올라왔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그 맛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만 같아 그리운 마음에 시작한 만두 장사이다.
춘천 산골짜기, 관광지 하나 없는 산길에 거대한 중국집이 들어섰다. 외관은 중국집을 연상케 하지만, 사실 서른 살 청년 사장 박상원 씨가 운영하는 카페다. 한·중·일 3국의 특색을 담은 인테리어부터 들기름과 아이스크림의 독특한 조합으로 만들어낸 대표 메뉴, ‘들기름 막국수 아이스크림’까지. 뭐 하나 범상치 않은 이 카페는 상원 씨의 오랜 고민과 정성이 담겨 있다. 샘솟는 아이디어 앞에, 무궁무진한 꿈을 펼치는 청년 사장을 만났다.
▶42년 차 심마니 김영애 씨
올해로 42년 차, 춘천 산자락을 누비는 심마니 김영애 씨를 만났다. 어렸을 적부터 줄곧 산을 타며 시간을 보냈다는 영애 씨. 약초 캐러 산에 올라간 길에 그만 길을 잃어버렸단다. 그 앞에 구세주처럼 나타난 한 사람. 당시엔 산신령처럼 보였다는 심마니 남편이다. 그러나 행복했던 시절도 잠시, 남편이 천식으로 세상을 떠나며 영애 씨는 홀로 산속의 농막을 지키고 있다. 춘천 산에선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남편과의 추억이 곳곳에 가득이라는 영애 씨. 단풍 짙게 물든 가을 산에 오르는 요즘 특히 남편과 함께했던 순간이 떠오른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