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싸이가 돌아온다. 지난 2015년 발표한 정규 7집 ‘칠집싸이다’ 이후 1년 5개월 만에 내놓는 음반이다. 싸이는 두 차례에 걸쳐 피처링에 참여한 아티스트 라인업을 공개했다. 지드래곤, 태양을 비롯해 아이콘 바비‧비아이, 배우 이성경까지, 아티스트 면면이 화려한데다가 ‘YG패밀리’라는 ‘프리미엄’까지 더해지면서 싸이의 정규 8집은 주인공 싸이를 빼놓고 얘기할 때에도 흥미로운 음반이 됐다.
지드래곤의 랩이야 들으나마나 감각적일테고, 태양은 말할 것 없이 노래를 잘 했겠지. 가장 궁금한 건 역시나 싸이 자신의 속내다. ‘강남스타일’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야심은 이제 조금 식상한 감이 있고, 전작 ‘대디(DADDY)’나 ‘나팔바지’가 그의 향후 행보에 대한 이렇다 할 지표를 마련해주지 못했다. 8집에 담긴 싸이의 속셈은, 정녕 무엇이란 말인가.
싸이를 대표하는 단어는 ‘B급’이다. 그러나 이것은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의미의 B급이 아니라 콘셉트와 애티튜드, 정서 전반에 흐르는 키치함을 말한다. 직설적이되 상스럽지 않고, 야하지만 선정적이지 않게 노래할 줄 아는 영리함. 그 영리함과 노하우가 갈무리돼 탄생한 노래가 ‘강남스타일’이었다.
하지만 ‘강남스타일’이 ‘예상하지 못했던’ 성공을 거두면서, 싸이에게는 후속 음반의 성공 가능성을 ‘예상 가능한’ 수치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더해졌다. 끝도 없이 “마더파더 젠틀맨”을 반복하는 ‘젠틀맨’은 ‘강남스타일’의 ‘쌈마이’ 후크를 닮았다. 90년대 갱스터 랩의 거장 스눕독이 등장해 과음 후 구토하는 싸이의 등을 두들겨주는 ‘행오버’의 뮤직비디오나, 노인으로 분장한 싸이가 관절이 부서져라 춤을 추는 ‘대디(DADDY)’의 뮤직비디오는 그동안 보여줬던 싸이의 코믹 B급 정서를 이어가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싸이 특유의 B급 정서를 지켜가면서도 준수한 완성도를 보여야 하고, 게다가 전작에 버금가는 파급력을 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싸이의 어깨는 여간 무겁지 않을 것이다. 다만 지금은 익숙한 흥행공식을 따른 후속 음반들이 ‘강남스타일’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되돌아볼 때다. 사람들이 열광한 것은 싸이의 B급 감성을 겨냥한 ‘공식’인가 혹은 B급 감성을 이해하는 ‘파격’인가.
같은 작곡가와 작업을 반복하며 히트곡을 만들어 내고, 대형 기획사를 만나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하고, 또 소속 가수들에게 피처링 도움을 얻으면서, 싸이의 새 음반이 실패할 가능성은 0에 수렴할 만큼 줄었다. 거침없던 2000년대 초반 시절과 비교한다면, 지금의 싸이는 분명 세련되고 어딘가 모르게 정돈된 느낌마저 준다. 하지만 번뜩거리던 날 것의 감정은 희미해져 간다. 정규 8집 ‘4X2’는 과거의 ‘날 것’으로 돌아가는 음반일까, 혹은 ‘날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지향점을 향해 가는 음반일까. 싸이는 아직 아무것도 일러주지 않았다. 싸이의 속내에서는 어떤 셈이 벌어지고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