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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터뷰] 영화 '영웅' 정성화, 안중근이라는 자부심

[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영웅' 정성화(사진제공=CJ ENM)
▲'영웅' 정성화(사진제공=CJ ENM)

"영화 '영웅'을 선택하기 망설이는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배우 정성화가 말한 첫 번째 이유는 자기 자신이었다. 뮤지컬계에선 이름을 알렸어도 영화계에선 조연에 불과했던 정성화가 처음 주연을 맡은 영화이기에 아무래도 관객들은 고민하지 않겠느냐는 말이었다.

22일 개봉한 영화 '영웅'은 1909년 10월 중국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에서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정성화는 뮤지컬 '영웅'에 이어 영화에서도 안중근 역을 맡아, 한국 오리지널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는 첫 영화, 인생 첫 주연이라는 왕관의 무게를 견뎠다.

정성화는 안중근의 인간적인 면부터 강인한 카리스마를 가진 독립군의 모습까지 밀도 있는 연기력으로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정성화가 말한 관객들이 '영웅'을 선택하기 망설이는 두 번째 이유는 할리우드 대작 '아바타'였다. 정성화는 한국 뮤지컬 영화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면서 '영웅'은 '아바타'와 또 다른 재미가 있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현재 극장가에서 '아바타'의 존재를 부인할 수 없겠죠. 하지만 대한민국 사람들의 취향은 다양하잖아요? 하하. '영웅'은 '아바타' 만큼이나 충분히 극장까지 찾아와 볼 만한 작품이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영웅' 정성화(사진제공=CJ ENM)
▲'영웅' 정성화(사진제공=CJ ENM)

◆ 정성화와의 일문일답

Q. 창작 뮤지컬 '영웅'이 영화화라는 의미가 있는 행보에 함께한 소감은?

정성화 : 오리지널 뮤지컬이 영화화된다는 것은 뮤지컬을 하는 사람들이 꿈꾸는 일이다. 촬영하는 내내 구름 위를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기왕이면 관객 여러분들의 마음에 쏙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화를 보고나니 그때 고생했던 것들이 생각나고, 관객들에게 보여줄 만한 영화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의 평가를 받는다니 두려우면서도 떨리고 영광스럽다.

Q. 뮤지컬 '영웅'에 이어 영화에서까지 안중근 역을 맡았다. 영화와 뮤지컬 속 안중근을 비교한다면?

정성화 : 공연장에서는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줘야 하기 때문에 뮤지컬을 본 관객들은 안중근을 강한 이미지를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비범한 사람의 평범한 모습에 초점을 많이 맞췄다. 덤덤하고 절제된 안중근의 면모를 자주 보여준다.

Q. 연기할 때도 차이가 컸을 텐데?

정성화 : 공연장에서 배우는 홀을 울려야 하는 의무가 있다. A석에 앉은 관객들에게까지 내 연기가 닿아야 한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무조건 넘버를 강하게 부르면 관객들이 어색함을 느낀다. 노래를 포기하고 감정을 내세워야 할 때도 있고, 속삭이듯 불러야 할 때도 있었다. 촬영 현장에서 라이브로 노래를 불렀는데 처음에는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내가 노래를 잘하고 있는지 영 어색했다.

▲'영웅' 정성화(사진제공=CJ ENM)
▲'영웅' 정성화(사진제공=CJ ENM)

Q. 10년 넘게 한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뮤지컬에 이어 영화에서까지 안중근을 계속 연기하는 이유가 있을까?

정성화 : 안중근 의사는 인생의 롤모델이자 선생님이다. 오랫동안 '영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한 번도 '영웅'이 만만한 작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는 안중근이 혼자 불러야 하는 넘버가 많다. 실수를 걱정해야 하고, 노래를 부를 때 에너지도 많이 써야한다. 정말 어려운 과정이고, 매번 도전해야 하는 작품이다. 할 때마다 도전해야 했기에 이 역할을 계속 맡았던 것 같다.

Q. 영화 '영웅'에서도 주인공으로 캐스팅될 거라고 생각했나?

정성화 : 윤제균 감독이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내가 안중근이 될 거라고 생각 못 했다. 내심 내가 안중근을 하면 어떨까 생각한 적은 있었다. 하하. 만약 안중근을 하게 된다면 영광이라고 생각했고, 다른 작은 역할이라도 제안해주시면 무조건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감독님은 처음부터 정성화를 생각했다고 하더라. 막상 주인공 제안을 받으니 무덤덤하고, 오리지널 창작 뮤지컬을 처음 영화로 만드는 작업에 함께 한다는 의미를 생각하니 무게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Q. 뮤지컬 팬들이 만족할 만한 캐스팅이란 평이 많다. 만약 안중근으로 캐스팅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정성화 : 속은 쓰렸겠지만 응원했을 것이다. 다른 분이 안중근 역을 했더라도 많이 응원했을 것이고, 오리지널 뮤지컬의 비하인드를 전해줬을 것 같다. 또 그만큼 더 열심히 뮤지컬 '영웅'에 집중하지 않았을까.

▲'영웅' 정성화(사진제공=CJ ENM)
▲'영웅' 정성화(사진제공=CJ ENM)

Q. 공연은 다음 회차가 있지만 영화는 영원하게 남는다. 영화로 '영웅'을 남긴다는 것에 부담이 컸을 것 같다.

정성화 : 오히려 반대다. 공연은 실수하면 큰일난다. 앞의 넘버에서 실수하면 그 뒤 넘버들이 다 꼬인다. 또 그렇게 실수했다면 관객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자책할 일들이 많아진다. 하지만 영화는 촬영할 땐 다시 한번 연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모든 것들이 끝나면 반대가 된다. 영화는 일수불퇴(一手不退)다. 뮤지컬은 다음 시즌에 부족했던 부분을 고칠 수 있다.

Q. 김고은이 '영웅'에 출연해 든든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정작 영화에선 호흡을 맞추지 않았는데? (웃음)

정성화 : 그러게 말이다. 하하. 설희 역을 김고은 배우가 한다고 했을 때 감사하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나와는 만나는 장면이 없더라. 대신 영화 외적으로 배우들과 감독들이 자주 만났다. 코로나로 개봉까지 연기되고, 개봉을 함께 기다리며 자주 모이니 전우애도 생겼다.

김고은은 영화를 보는데 질투가 날 정도로 노래를 잘하더라. 뮤지컬 영화가 활성화가 된다면, 좋은 역할을 맡을 만한 배우다.

Q. 그동안 한국은 뮤지컬 영화의 불모지에 가까웠는데, 정성화가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성화 : 그간의 한국 뮤지컬 영화들은 뮤지컬의 '쇼' 성격을 그대로 가져왔다. 뮤지컬의 그 특징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어색한 것이다. 이제는 극 속에 녹아든 음악을 선보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영웅'은 '송 모먼트'에 신경을 많이 썼다. 노래가 언제 시작돼야 할지, 어떤 감정으로 시작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영웅' 정성화(사진제공=CJ ENM)
▲'영웅' 정성화(사진제공=CJ ENM)

Q. '영웅'을 통해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정성화 : 외국 뮤지컬 영화는 거의 다 챙겨봤다. 내가 그러는 것처럼 외국에서도 한국의 뮤지컬 영화를 챙겨보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미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선 우리 뮤지컬의 수준을 높게 평가한다. 영화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영웅'을 통해 한국에서도 뮤지컬 영화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서는 뮤지컬 영화는 투자도 잘 안 됐고, 뮤지컬 영화를 제대로 공부한 감독, 음악감독도 많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영웅'으로 이런 인식들이 많이 개선되길 기대한다.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들 중에서 영화로 만들 만한 작품도 많다. 꼭 활성화가 됐으면 좋겠다.

Q. '영웅'은 정성화에게 어떤 의미일까?

정성화 : 안중근 의사가 남긴 말 중 '고막고어자시(孤莫孤於自恃)'라고 있다. 스스로 잘난 체하는 것보다 외로운 것은 없다는 뜻이다. 이는 마치 안중근 의사가 나한테 하는 말 같다. 내가 '영웅'의 안중근을 했다는 것을 내세우지 말라는 이야기 같다. 열심히 내 일을 하다 보면 정성화를 인정하는 사람들이 모일 거라고 믿는다. 겸손한 마음으로 매 작품 임한다.

안중근 의사는 한곳에 머물지 않았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선 어디든 갔다.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찾아다니면서 했다. 나 역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분 좋은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발전하다 보면 어느새 안중근 의사와 같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윤준필 기자 yoon@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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