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사랑은 비를 타고', '맘마미아!', '위대한 쇼맨', '라라랜드' 등 한국에서 히트한 뮤지컬 영화는 많은데, 정작 성공한 국내 뮤지컬 영화는 없다. 시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기분 좋은 성적표를 받은 영화는 없었다. 한국 영화계에서 '뮤지컬 영화'는 불모지와 다름없었다.
'영웅'은 이러한 편견에 도전한 영화였다. 최근 종로구 한 카페에서 비즈엔터와 만난 윤제균 감독은 "선입견을 깨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라고 밝혔다.
"뮤지컬 '영웅'의 감동이 '영웅' 영화화의 시작이었어요. 공연의 감동을 스크린에 옮기고 싶다고 결심한 순간 다른 선택지는 없었어요. 만약 제가 뮤지컬을 보지 않고,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그리겠다고 생각했더라면 제 스타일대로 휴먼 드라마 '영웅'이 탄생했을 겁니다. 하하."
랩은 팝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1990년대 초, 서태지와 아이들은 한국 대중가요에서도 랩이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윤 감독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사례를 들며 "그동안 안 했던 것일 뿐 하면 잘할 수 있는 걸 서태지와 아이들이 보여줬던 것"이라며 한국 영화에서의 뮤지컬 영화 역시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윤 감독의 첫 번째 과제는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넘버를 고르는 것이었다. 원작에는 28개의 넘버가 있는데 영화에는 이 중 16개의 넘버가 들어갔다. 넘버를 고른 기준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가였다.
"'배고픈 청춘이여'는 원작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넘버에요. 하지만 그걸 뺄 순 없어요. 마두식(조우진)과 안중근이 재회해 회포를 푸는 장면이 빠질 순 없었기 때문입니다.
영화에만 있는 스페셜 넘버 '그대 향한 나의 꿈'은 '이토의 야망'과 대비되는 조선의 입장을 담은 노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추가했어요. 설희(김고은)의 각오를 가사에 담아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윤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한국 최초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를 만든다는 책임감을 갖고 '영웅'을 만들었다. 윤 감독은 원작 '영웅'의 감동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선 넘버를 촬영 현장에서 녹음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라이브 녹음 방식을 고수했다.
라이브 녹음은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다. 스태프들이 입고 있는 옷에서 마찰음이 행여나 발생할까 봐 겨울철 촬영 현장에서 패딩 점퍼도 입지 못했다. 온열기 역시 소음 때문에 사용할 수 없었다. 여기에 발소리도 최소화하기 위해 신발 위에 헝겊을 덧씌우고, 바닥에는 담요를 깔았다.
배우들은 인이어(In-Ear)를 착용해 연주곡을 들으며 넘버를 불렀다. 노래와 연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함이었다. 덕분에 후반 CG 작업에서 할 일이 많았다. 배우들이 착용한 인이어를 지우고, 사전에 360도로 촬영해둔 배우들의 귀 모양을 씌웠다.
한 번에 찍은 넘버도 없었다. 완곡을 적게는 3~4번, 많게는 열 번 넘게 가창한 적도 있었다. 그만큼 찍으면 배우들이 탈진하기 일쑤다. 영화 마지막 정성화의 독창 '장부가'는 보충 촬영에 추가 촬영까지 진행, 정성화가 노래를 부른 것만 30번 이상이 넘었다.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블라인드 시사도 수차례 진행했다. 배우들이 넘버를 부를 때 가사가 자막으로 보이는 버전의 '영웅'도 준비했으나, 윤 감독은 "사전 시사에 참여한 관객들은 자막이 없는 영화를 더 선호했다"라며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에 집중하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라고 밝혔다.
윤 감독은 도전 정신을 가지고 한국의 첫 번째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 '영웅'을 연출했다. 그는 원작 뮤지컬에 민폐를 끼치지 않아 다행이라면서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영웅'의 진짜 주인공, 독립운동가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독립운동가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절대 잊지 않고 있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이러한 마음이 '영웅'을 통해 관객에게 조금이라도 닿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