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방송되는 KBS 1TV '동네한바퀴'에서는 이민의 아픔과 개항의 역사까지 수많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인천으로 향한다.

일본식 목조건물이 줄지은 개항장거리. 1883년에 현재의 인천항인 제물포가 개항되자 가장 먼저 설치된 일본 조계지의 모습을 재현한 이색적인 장소다. 그중에서도 거리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마치야 양식의 목조건물이 있다. 현재는 단팥죽과 나가사키 카스텔라를 판매하는 카페로 변신한 130년 역사의 이 건물은 해방 직전까지 해운회사에 인력을 공급하던 하역업체의 사무실 겸 숙소로 쓰였다. 한국인 노동자들이 생활했던 2~3층의 다다미방과 창고, 옛 낙서까지 그대로 보존하며 개항의 역사를 안고 있는 이곳에서 잊지 말아야 할, 그 시절 인천을 만나본다.

인천에서도 구도심으로 꼽히는 동인천동이 고향인 청년 사장 한진규 씨. 고향을 떠나온 외국인들의 입맛을 저격하며 동시에 한국 어르신들의 취향까지 사로잡겠다는 열정으로 퓨전 멕시코 타코 음식점을 열었다. 현지식 비리아 타코는 물론, 일본식 라멘을 곁들인 비리아 라멘까지. 각국의 음식을 본인만의 스타일로 현지화시켜 새로운 인천의 맛을 만들고 있다는 청년 사장. 멕시코 타코 이외에도 미국식 햄버거, 일본식 온면, 러시아, 터키 음식점까지 글로벌 인천에 발맞춰 국내외 남녀노소 모두의 입맛에 맞는 세계 음식 거리를 만들고 싶다는 청년 사장의 도전을 응원한다.

철재와 목재 등을 하역하는 장소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불가했지만 140년 만에 시민 공원으로 탈바꿈된 1·8부두에는 태평양 횡단 요트인 ‘이그나텔라호’가 전시되어 있다.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을 기념하며 이민 역사의 시작이었던 ‘갤릭호’의 항로를 거슬러 항해했던 요트다. 재외동포청 인천 개청을 축하하기 위해 재외동포의 시작인 인천항에 설치되었다는데. 일제에 의해 강제로 열린 개항의 역사를 위로하며 제2의 제물포 르네상스에 도전하는 인천을 마중한다.

어촌마을이던 제물포는 1883년 개항으로 순식간에 항구도시로 발전하며 해외 이주민들의 입구였던 동시에 한인 이민자들을 떠나보낸 곳이다. 1902년 빈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으러 갤릭호에 탑승한 102명의 승선자. 대한민국의 첫 공식 이민이었던 하와이 호놀룰루를 시작으로 1905년까지 3년 동안 64회에 걸쳐 7,415명이 고국을 떠났지만 두려움과 설렘을 갖고 낯선 땅을 밟은 이민자들은 절망적인 현실을 마주했다. 무더운 사탕수수 농장, 에네켄 농장 등에서 관리인의 감시를 받으며 노예와 다를 바 없이 노동력을 착취당했다. 혼자였으면 무너졌을 테지만 함께였기에 견딜 수 있던 이민자들은 하와이, 멕시코, 독일 등 세계 각지에서 디아스포라를 형성하며 버텨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고국의 독립을 위해 애썼던 선조들의 지난날을 뒤돌아보며 한국의 뼈아픈 이민사와 이민자들의 삶의 긍지를 회고한다.
◆가나 가족의 소울 푸드, 아프리카 식당
한 걸음마다 새로운 세계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국제도시 인천에는 가나 현지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있다. 카사바를 찧어 만든 반죽을 향신료를 넣어 푹 끓인 소스에 찍어 먹는 푸푸(FUFU)와 빨갛게 물들인 콩밥에 여러 고기를 함께 먹는 와체(Wakkye) 등 낯설지만 먹음직스러운 아프리카 전통 음식을 선보이는 부부. 고향인 가나에서 과학 교사였던 남편이 석사학위를 위해 한국으로 먼저 유학길을 떠나고 이후에 아내와 아이들이 차례로 한국에 입국했다. 음식부터 추운 겨울까지 한국살이에 완벽 적응한 부부는 K-학교 시스템에 반해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정착을 결심했다. 머지않아 대중화가 될 가나의 국가대표 음식을 맛본다.

인천은 사람뿐만 아니라 철새들에게도 열려있는 쉼터가 됐다. 람사르 습지인 인천 송도 갯벌은 국제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저어새의 80%가 인천에서 번식하는 국내 최대 번식지다. 인천 갯벌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행동하는 탐조팀과 남동유수지에서 플로깅을 하며 철새들과의 공존을 그려본다.

부평구청과 굴포천 사이의 청리단길에서 프렌치 비스트로를 운영하는 한불 부부를 만난다. 프랑스 남부 툴루즈 출신의 남편이 만든 정통 프랑스 샤퀴테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수제로 만든 하몽이나 살라미, 잠봉 같은 육가공품을 통칭하는 샤퀴테리는 프랑스에서 식사 전 가족들이 둘러앉아 대화하며 먹는 애피타이저의 개념이라는데. 어릴 적 그 시간을 가장 좋아했던 남편은 할머니부터 물려받은 요리법과 손맛으로 손님들에게 추억의 맛을 전하고 있다. 호주에서 아내에게 첫눈에 반해 한국까지 따라온 남편의 사랑이 가득 담긴 샤퀴테리를 음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