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엔터 홍선화 기자]
'건축탐구 집'이 서산 ‘청운재’를 찾아 고향집 고친 남편의 딴살림 집을 탐구해본다.15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아내가 선물한 남편의 드림랜드를 찾아간다.
◆고향집 고쳐 딴살림 차린 10남매 막내아들
충청남도 서산시, 전원일기가 떠오르는 정겨운 시골 마을이 있다. 시골 마을에 흔한 빨강, 파랑의 원색 지붕 대신, 자연과 은은하게 어우러지는 쑥색 함석지붕을 한 단아한 집 한 채가 눈에 띈다. 쑥색 지붕에 쨍한 파란 대문까지 시골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색감이 가득한 이 집은 신문사 기자인 박민용 씨가 나고 자란 고향집을 4년에 걸쳐 직접 고친 집이다.
한때는 십여 년간 방치된 폐가였던 집. 민용 씨는 어떻게 이 집을 고칠 생각을 하게 된 걸까? 9녀 1남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민용 씨는 학창 시절엔 이 시골집을 어서 떠나고만 싶었다는데... 시간이 흘러 아버지 어머니가 차례로 세상을 뜨시며 정든 고향집이 빈집이 되고 사람 온기 없는 집이 갈수록 폐허가 되어가자, 명절에 산소 벌초하러 내려올 때마다 민용 씨는 어린 시절 숙제를 못 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집을 고치기로 결심했다. 문제는 비용. 용돈을 받아서 쓰는 입장이다 보니 아내의 허락이 절실했다. 갑작스럽게 말하면 반대할 수 있으니 “시골집 고쳐야 하는데~” 라는 말을 습관처럼 반복하며 가스라이팅 아닌 가스라이팅을 했다고 결국 '내무부 장관'의 허락을 받아 직접 철거부터 공사까지 하며 비용을 아끼기 시작했다. 평생 이런 일은 처음이었기에, 초록 검색창과 동영상 사이트를 샅샅이 뒤져가며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전문 장비도 없어서 대부분 작업을 그라인더 하나로 해결했다고 한다.
평일 퇴근 후, 그리고 매주 주말마다 집과 직장이 있는 수원에서 고향집이 있는 서산까지 무려 4년을 오가며 집을 고쳤다. 정년을 몇 년 앞둔 민용 씨에게 다시 태어난 시골집은 제2의 인생을 위한 더없이 훌륭한 동굴이 되어주고 있다. 두 칸짜리 방을 터서 15년 전부터 취미로 시작한 캘리그래피 작업실과 갤러리로 꾸민 덕분에 혼자만의 여유로운 공간에서 캘리그래피 작업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수강생을 모아 강의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청운재’라 이름 붙인 이 집의 앞마당과 뒷마당을 예쁘게 꾸미다 보니 화초 가꾸기에 일가견이 생긴 것은 물론, 아름다운 고향집의 사계와 자신의 일상을 촬영하는 일도 새로운 취미가 되었다. 촬영한 영상을 SNS에 올리다 보니 구독자도 늘고 영상 촬영, 편집 강의 요청까지 들어와 쏠쏠한 부수입이 되어주고 있단다.
고향 집에 딴살림을 차려 주말마다 각집살이를 하는 덕에 부부간의 대화도 늘고 부부 사이도 더 애틋해졌다고. 각자 다른 서로의 취미생활을 지지해 주고, 주말 동안 서로 뭐 하고 지내는지 텃밭의 상추 오이는 얼마나 컸는지 시시콜콜한 대화를 더 많이 나누게 되어 서로에게 윈윈이 된 딴살림이란다. 뒤늦게 아버지의 큰 선물이라 느낀다는 민용 씨의 딴살림 집을 탐구해 본다.
◆아파트 5분 거리에 놀이섬을 지은 남편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퇴근길의 부부가 인사를 나눈 후 각자 다른 길로 향한다. 알고 보니, 부부는 같은 집에 살지 않는다. 아내의 응원 아래 '딴살림'을 차린 남편 이연석 씨, 그리고 그 결정을 허락해 준 아내 김민정 씨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붉은 벽돌집이 가득한 원주 구도심 동네에 새하얀 집 한 채가 눈에 띈다. 전면이 라운드 형태로 포근하게 감싸안아 주는 듯한 구조의 모던한 집이다. 이 집의 특별한 점은, 가족이 아닌 남편 혼자 거주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처음 연석 씨가 집을 짓는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이제 아이들도 다 컸고, 부부 둘이서 조용히 살려나 보다’라고 생각했다고. 그러나 그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아니요, 나 혼자 살려고요.”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아내가 허락했어?”
게임, 노래, 만화, 피규어 수집 등 취미 부자인 연석 씨. 가족이 함께 사는 아파트에서는 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아 언제부턴가 혼자만의 공간을 꿈꾸었다. 하지만 꿈은 그저 꿈일 뿐이라 여겼는데 연석 씨의 그 오랜 소원을 과감하게 밀어붙인 건 아내 민정 씨였다.
부부 교사인 연석 씨와 민정 씨는 대학 시절 캠퍼스 커플로 만났다. 민정 씨는 소년처럼 해맑으면서도 자기가 맡은 일은 완벽하게 해내는 연석 씨에게 반했다. 결혼 후 두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도 그는 일과 가정에 모두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남편이었고, 특히 일하는 아내를 위해 청소, 빨래, 식사 준비까지 집안일을 도맡고, 육아와 아이들 공부까지 챙기며 늘 가정에 최선을 다했다. 연석 씨가 직접 수학을 가르치며 성적을 관리한 큰아이가 대학생이 되자 민정 씨는 모든 면에서 100점인 남편에게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혼자 사는 집’ 프로젝트. ‘어차피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고 원소로 돌아가는데’ 살아 있는 동안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야 한다는 아내 민정 씨의 지론대로 한껏 대출을 받아 가족이 사는 아파트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정말로 집 한 채를 새로 지었다.
그렇게 완성된 이곳은 남편만의 음악 감상실부터, 어릴 적 문방구 앞 참새방앗간이던 오락기, 혼자서 맘껏 노래 부를 수 있는 코인노래방 부스까지 갖춘, 연석 씨만의 완벽한 드림랜드다. 주변의 결혼한 남자 교사 동료들이 모두가 부러워한다는 연석 씨의 딴살림 집을 탐구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