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 5화에는 주인공 나화진(김무열 분)보다 더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 아들을 과잉보호하며 교사에게 악성 민원을 일삼는 학부모 '우진 엄마'다. '우진 엄마'로 화면을 장악한 배우는 바로 박지연이다.
박지연은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 밤낮없이 메시지를 보내고, 급기야 담임 교사를 '정서적 아동 학대'로 허위 고소하는 '우진 엄마'의 광기를 보여줬다. 브레이크 없는 악행은 전 세계 시청자들의 뒷목을 잡았다. 끝까지 자신을 정당화하던 '우진 엄마'는 상처받고 있는 아들의 울음 섞인 고백 앞에 무너졌다. 서늘한 광기를 보여주던 그는 아이의 웃음소리를 잊고 살았다는 부끄러운 눈빛을 마지막에 보여주며 한 인물의 결을 빠짐없이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참교육'이 공개된 후 박지연이 너무 연기를 잘해 소름 돋았다는 반응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쏟아졌다. 그런데 박지연은 혜성처럼 등장한 신스틸러가 아니다. 2009년 영화 '전우치'로 데뷔해 지금까지 약 10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참교육'은 박지연의 '발견'이 아니라 박지연을 '확인'하는 작품이다.

그의 치밀한 열연은 그가 걸어온 길 전체에 있다. 박지연은 어느 작품에서든 캐릭터를 만들지 않았다. 2022년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에서 소년형사합의부 주임 '우수미'를 연기했을 때, 당시 박지연은 비즈엔터에 이렇게 말했다.
"어떤 캐릭터를 만들겠다는 생각보다 내가 연화지방법원 소년형사합의부에 주임으로 일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캐릭터에 다가갔다."
지문에 구체적인 행동이 적혀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던 '우수미'를 연기하기 위해 박지연은 현장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직접 찾아 만들어냈다. 실제 법원에서 일하는 참여관을 만나 자문했다.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아닌 그 인물로 존재하려는 태도는 박지연을 매번 '그 사람 자체'로 보이게 한다.

ENA '아이쇼핑'에서는 희소병을 앓는 딸을 지키려는 '은조 엄마'로 분해 절절한 모성애를 보여줬고, JTBC '미혼 남녀의 효율적 만남'에서는 호텔 레스토랑을 이끄는 카리스마 셰프이자 사랑 앞에 서툰 주인공 이의영(한지민 분)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건네는 '박서빈'을 연기하기도 했다. 이밖에 '굿파트너', '지옥에서 온 판사',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등 같은 배우의 진폭이라곤 믿기 어려울 만큼 박지연의 스펙트럼은 경계가 없다.
과거 박지연은 비즈엔터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이야기의 맛을 살리는 소금 같은 배우"라 불렀다. 도드라지지 않지만 빠지면 서사가 무너지는 존재. 그러면서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했다.
소금은 도드라지지는 않아도, 음식에 빠지지 않는 조미료다. '참교육'으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박지연은 소금처럼 줄곧 그 자리에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