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작가가 동생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좇는다. 점점 꺼져가는 눈으로.
영화 '눈동자'는 2010년 스페인 영화 '줄리아의 눈'을 원작으로 한 스릴러다. 유전병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작가 서진(신민아 분)이 쌍둥이 동생 서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고 직감하고 홀로 진실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상황과 점점 좁아지는 시야, 그리고 자신이 범인의 다음 표적이 되어간다는 공포가 겹치며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이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염지호 감독의 연출이다. 시력을 잃어가는 주인공의 시점을 영리하게 활용해 보이지 않는 것에서 오는 공포를 극대화했다. 보는 내내 긴장이 풀릴 틈이 없고, 예상치 못한 순간마다 심장이 쫄깃해진다.
반전이 있다.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일찍 눈치챌 수도 있지만 그게 이 영화의 매력을 반감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추리하는 재미 자체가 이 영화를 끌고 가는 힘이고, 반전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집착'이라는 이 영화의 진짜 주제가 더 오래 남는다.

신민아는 쌍둥이 자매 서진과 서인을 1인 2역으로 연기했다. 두 인물의 결이 확연히 달라 같은 배우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다. 특히 시력을 잃어가는 서진으로서의 연기는 단순한 묘사를 넘어 실제로 보이지 않는 듯한 긴장감을 전달해 극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린다.
담당 형사 도혁 역의 김남희와 미경 역의 김영아는 서진 곁에서 안정감을 더하는 든든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현빈 역의 이승룡은 이 영화가 말하는 집착의 민낯을 가장 선명하게 구현해낸 인물로 그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불쾌한 긴장감이 감돈다.

솔직히 말하면 보는 내내 편하지 않다. 시력을 잃어가는 주인공의 시점에 깊이 끌려 들어가다 보면 함께 갑갑하고 괴롭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이 영화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좋은 스릴러는 관객을 안락한 자리에 두지 않는다.
꺼져가는 눈으로 진실을 좇는 여자의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가장 선명한 공포를 만들어낸다. 긴장감을 즐기는 스릴러 팬이라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5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