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에서 계속
2007년 데뷔해 20년째 연기를 하는 이준혁은 '평범한' 회사 생활의 로망이 있었다. 티빙 오리지널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이하 로또 1등)'를 통해 '회사원' 연기를 했지만 공은태로 살았던 시간은 그 로망과 거리가 멀었다.
"회사원의 로망은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는 루틴이 있는 삶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작품도 계속 밤새우면서 찍었으니 그 삶과는 너무 다르죠. 제가 로망을 느끼기보다 시청자들이 로망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저는 제공자고, 먹는 사람이 맛있어야죠. 하하."
회사원치고 너무 잘생겨서 비현실적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그러자 이준혁은 "외모로 20년간 엄청나게 승승장구 했던 게 아니다. 나는 은태보다 훨씬 오래 '회사 생활'을 했고 나이도 더 많다"라며 "이런 오해는 접어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이준혁의 필모그래피에서 '평범한 직장인'은 낯선 얼굴이다. 그는 "제 커리어에서 가장 이상하지 않은 게 '로또 1등'이고 그다음이 '나의 완벽한 비서'"라고 웃었다.
"저는 이상한 거 많이 했어요. 영화 '범죄도시3' 때 살을 찌운 것도 이상하고, 디즈니 플러스 '비질란테'의 조강옥 같은 캐릭터도 그렇고요. '좋거나 나쁜 동재'도 처음엔 다들 말린 작품이었는데 이상해서 도전한 거예요. 그렇게 이상한 것만 하다 보니 커리어가 너무 이상해지는 것 같아 '나의 완벽한 비서'를 하게 됐죠. 하하."
원하는 작품을 고르기 위해 감수한 것도 있다. 이준혁은 "배우는 선택받는 처지라 원하는 걸 계속할 수는 없다. 대신 조금 덜 받고 덜 가려고 하면 변주를 할 수 있다"라며 "'좋거나 나쁜 동재'도 원래 제 순번보다 뒤에 있던 캐릭터였고 '야구소녀'는 돈이 안 되는 작품이었다. 손해 본 것도 많지만 도전하려면 잃는 건 어쩔 수 없다"라고 털어놨다.

20년간 쉼 없이 작품을 이어온 원동력을 두고 그는 "애정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애초에 배우라는 일을 시작한 것도 "도대체 이 마술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서"였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자극을 주는 건 자신보다 '연기'를 더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톰 크루즈는 수천억이 있을 텐데 왜 저렇게까지 고생할까요? 그게 애정 아닐까요. 얼마 전에도 밤샘 촬영하다가 힘을 얻으려고 극장에 가서 '디거'를 봤어요. 10분에 가까운 장면을 카메라와 합을 맞춰가며 해내는 걸 보는데 감동적이더라고요. 나보다 이 일을 더 사랑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나도 더 사랑할 수 있는데' 싶어요."
동료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그는 질투보다 감사를 느낀다고 했다. 좋은 연기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촬영 현장이 원활하게 굴러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문가'들에게 감동한다고 밝혔다.

이준혁의 '이상한 선택'은 차기작으로도 이어진다. 그는 내년 방송 예정인 SBS 금토 드라마 '각성' 촬영을 최근 마무리했다.
"원래 오컬트도 좋아하고, 최근 몇 년 사이 레퍼런스 삼을 만한 작품들이 별로 없는 걸 하고 싶어요. 그리고 촬영에 들어가면 후회하죠. 사람들이 안 했던 건 다 이유가 있었다고 하고요. 하하."
2026년은 이준혁에게 특별한 한 해다. 올해 초 이준혁은 16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금성대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고, '로또 1등'으로 다시 한번 좋은 성적을 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뭘 어떻게 느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지나간 건 잘 안 보는 성격"이라고 담담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런 그가 '로또 1등'의 주연 배우로서 지친 직장인들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제가 감히 어떻게 위로를 하겠어요. 그래도 여러분이 하는 일이 사회에 기여하고, 굉장히 멋진 일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