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일 밤은 ‘고민 예능’의 장이다. SBS ‘동상이몽’과 KBS2 ‘안녕하세요’가 고민을 주제로 엎치락뒤치락 시청률 혈투를 벌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예능은 고민의 무게가 깊을수록, 해당 사연자의 고민거리가 심각하고 시청자 공분을 자아낼수록 힘을 얻는다. 시청률이 바로 그 지표인데, 지난 9일 방송 이후 ‘안녕하세요’에 시청률 1위를 내주던 ‘동상이몽’은 6일 방송된 ‘현대판 콩쥐’ 사연이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5.0%를 기록, ‘안녕하세요’를 0.2%p 차이로 꺾고 월요일 심야 예능을 제패했다.
방송 후 약 15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동상이몽’ 현대판 콩쥐 사연은 많은 이들의 화제 중심에 서있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5자매 중 넷째가 ‘팥쥐’같은 세 언니들에게 구박과 멸시를 당한다. 각종 심부름부터 허드렛일까지 모두 넷째의 몫이다. 가족 외식에선 넷째를 아예 부르지도 않는다. 사실상 ‘따돌림’ 수준이다. 언니들의 이런 행태를 부모까지 거든다. 심지어 넷째가 서울 소재의 대학교에 합격했음에도 어머니는 아예 보낼 생각이 없다.
비정상적이고도 무서운 ‘현대판 콩쥐’ 사연. 끝은 어떨까? 흔한 전래동화의 권선징악 이야기처럼, 갑자기 언니들이 행동을 고쳐보겠단다. 방송 내내 넷째의 불만에도 되도 않는 변명과 깐족거림을 멈추지 않던 언니들이, 방송 말미가 되자 MC 유재석의 정리 멘트에 갑자기 개과천선해 “집안일을 도와가면서 같이 할 생각이 있다”, “넷째의 마음이 너무 예뻐서 시키는 걸 당연시했던 게 미안하다”, “내가 졸업하면 학비를 대줄테니 급하게 생각하지 않길” 등의 아름다운 멘트를 던진다. 화룡점정으로, 하하 호호 웃으며 박수를 짝짝 치며 방송은 끝난다.

방송 마무리를 위해 급조된 듯한 ‘훈훈한 분위기’는 꽤 위화감을 준다. 독자적으로 해결이 안 돼서 방송에까지 들고 나온 고민이, 갑자기, 순식간에 해결된다. 때문에 몇몇 시청자들은 조작 방송이 아니냐, 너무 꾸며낸 티가 난다며 비난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동상이몽’만 이런 걸까? 고민예능은 사실 어느 정도의 궤를 같이 한다. ‘안녕하세요’의 경우도, 막장이라고 꼽히는 의견들이 착착 나오면 패널들은 분개하고, 방송 말미 갑작스럽게 고민 당사자들끼리 합의를 본다. 큰 논란이 됐던 ‘안녕하세요’의 처제 사랑 형부 편은 방송 후 약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간간히 온라인 상에서 회자된다. 방송 당시 해당 사연은 시청자 분노를 자아내며 ‘안녕하세요’ 화제성을 대폭 키우는 일등공신이 됐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화제를 끌기 위해 더 센 사연을 갖고 오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사실, 고민의 크기가 클수록 ‘막장’이라는 반응은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방송이 거듭될수록 느껴지는 묘한 기시감은, 시청자들의 분노만 키우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다는 점에 있다. 해결책은 당사자나 시청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방송은 그저 판을 마련해줄 뿐, 아무런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는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방송 마무리를 위해 급하게 조성된 훈훈한 분위기와, 화제를 끌기 위한 막장 사연은 곧 고민 예능의 한계로 이어진다. 제작진은 뒷짐 지며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시청자 반응을 지켜본다. 반응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일단 화제만 되면 제작진으로선 ‘본전치기’에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가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통용되는, ‘무관심보다는 욕이 낫다’는 말은 이들 고민 예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런 한계점에 대해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한 예능국 관계자는 “고민 예능은 기본적으로 예능이라는 분류에 속해있다. 그런 만큼 너무 심각하고 진지하게 풀어선 안 된다. 이는 고민 예능이 갖고 있는 하나의 숙제와도 같은 것”이라고 언급했다. 예능이라는 갈래에 속한 이상, 전문가 조언과 실질적인 행동 교정 등이 포함되면 다큐멘터리 장르로 넘어간다는 게 중론이다.
‘동상이몽’ 측은 이번 ‘현대판 콩쥐’ 사연의 조작설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동상이몽’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동상이몽’ 사연은 조작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거다”면서 “전에도 이런 논란이 있었지만, 조작이나 과장이 아니고 관찰카메라와 있는 그대로의 대화를 담는 것뿐이다. 출연진들이 카메라가 있어 오버를 한다거나 하는 건 제작진이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 아닌가. ‘동상이몽’ 제작진 자체에서는 어떠한 가이드라인이나 조작, 과장 등을 지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괜한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덧붙였다.
조작이 아니라 해도, 예능이라는 장르적 한계점이 있다고 해도 계속되는 ‘고민 예능’의 논란은 시청자로서 그다지 달갑지 않은 부분이다. 방송 정서를 위해 수박 겉핥기식의 의미 없는 결론은 결국 ‘고민 예능’을 좀먹는 악수(惡手)가 될 터. 이는 ‘고민 예능’ 스스로가 자신의 한계점을 돌파해야 한다는 하나의 숙제다. 지금이야말로 ‘고민 예능’이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활로를 모색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