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는 다른 걸그룹들이 많이 하는 음악이지만 티아라가 하면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지난 10일 열린 걸그룹 티아라의 쇼케이스 현장. 멤버 은정은 신곡 ‘띠아모(TIAMO)’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나 은정의 말은 두 가지 지점에서 설득력을 잃었다. 첫째, ‘띠아모’는 요즘 걸그룹들이 많이 하는 장르의 음악이 아니다. 둘째, 티아라가 했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
‘띠아모’는 티아라가 데뷔곡 ‘거짓말’ 이후 처음으로 시도하는 미디엄 템포의 댄스곡이다. 앞서 ‘보핍보핍’, ‘롤리 폴리’, ‘러비더비’ 등의 히트곡이 빠른 템포와 반복되는 후렴으로 중독성을 담보했다면 ‘띠아모’에서는 음악성을 내세웠다는 설명이다. 실제 티아라 멤버들은 이날 공개된 무대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소화하는 대신 가창에 집중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변신과 완성도는 별개의 문제다. 익숙한 비트와 피아노 연주, 신시사이저의 조화가 제법 매력적인 시작을 알리지만 부서질 듯 가녀린 보컬이 등장하면서 감흥이 한풀 꺾인다. 당초부터 가창력으로 이름을 알린 팀은 아니었다고 해도 데뷔 8년 차에 접어든 걸그룹의 보컬 실력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민망한 수준이다.

“다른 걸그룹이 많이 하는 장르”라는 설명에도 의문이 든다. 우선 미디엄 템포의 노래가 인기를 얻었던 것은 2000년대 중후반의 일이다. 댄스 팝을 기반으로 록, EDM 등의 요소를 섞어 컬러풀한 음악을 만드는 것이 ‘요즘’ 걸그룹의 추세. 여자친구, 트와이스, 아이오아이 등 최근 인기를 얻은 팀을 살펴보면 아티스트와 콘셉트를 최대한 밀착시키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고 있는데, 티아라의 변화는 이 같은 트렌드를 거스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티아라가 하면 다르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것도 아니다. 멤버 효민은 “인생 경험이 더욱 많기 때문에 가사를 소화하는 느낌이 다르다”고 말했지만, ‘띠아모’의 가사에서는 “그대를 사랑한다”는 내용 외에는 별다른 서사가 발견되지 않는다. ‘인생 경험’에 기반을 둔 감정 표현이, 애초에 끼어들 여지가 적다는 의미다. 창의성 없이 반복되는 멜로디 또한 노래의 재미를 깎는 요소다.
1년 3개월 만에 발표한 새 음반이건만 차트 성적은 저조하다. 발매 4일이 지난 14일 기준,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에서 차트 아웃된 상태다. “순위 욕심은 버렸다. 팬들과 추억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지만, ‘순위에 오를 만큼 좋은 노래’ 혹은 ‘추억이 될 만큼 좋은 노래’에 대한 욕심은 필요하다. 티아라의 다음 선택은 어떤 방향을 향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