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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後] ‘신비한 동물사전’, 다시 호그와트 마법 주문을 외워봐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를 떠나보내며 아쉬웠던 건 팬들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 시리즈로 10년 동안 통장을 두둑하게 채운 제작사 워너브라더스와 전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원작자 J.K 롤링에게도 해리와의 이별은 큰 후유증을 남겼을 테다.

워너와 J.K 롤링에게 배울 점이라면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아쉬움을 감상에서 끝내지 않았다. ‘해리의 마법’을 다시 살려낼 방법을 강구했다. 아이디어는 번뜩인다. 훗날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교과목으로 쓰이는 ‘신비한 동물사전’에 주목한 것. 이 교과서의 저자인 뉴트 스캐맨더를 통해 ‘해리 포터’ 시리즈와의 평행우주를 형성하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그러니까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은 조앤 K. 롤링의 상상력과 ‘해리 포터’ 시리즈의 유산과 에디 레드메인의 묘한 매력이 대규모 자본을 만나 빚어낸 또 한 번의 마법이다. “루모스 맥시마!” 마법은 다시 시작됐다.

1926년 뉴욕. 영국 마법사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가 의문의 가방 하나를 들고 뉴욕을 찾는다. 가방 안은 뉴트가 전 세계를 여행하며 모은 신비한 동물들의 주거지다. 늘 일부가 말썽이다. 동물 몇 마리가 가방에서 탈출을 감행, 뉴욕을 쑥대밭으로 만들기 시작한다. 도망친 동물들을 찾아 뉴욕을 누비던 뉴트는 노마지(‘머글’의 미국식 표현=인간) 제이콥 코왈스키(댄 포글러)와 엮이게 되고, 마녀 티나(캐서린 워터슨)-퀴니(앨리슨 수돌) 자매를 연이어 만난다. 이 와중에 악한 마법사 그린델왈드의 힘이 점점 강해지기 시작한다.

무대가 영국에서 미국으로 옮겨졌다. 마법학교에서 벗어나 인간세계로의 적극적인 진입도 시도했다. 상상력의 범위가 넓어지는 기틀이 배경에서 마련한 셈이다.

제목이 선포하듯 신비한 동물들이 확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영화다. 그렘린을 닮은 데미가이즈(DEMIGUISE)가 큰 눈망울을 무기로 귀여움을 발산하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그루트를 연상케 하는 나무 수호신 보우트러클(BOWTRUCKLE)이 잔망스러운 동정심을 유발한다. 금은보화라면 사족을 못 쓰는 니플러(NIFFLER), 용과 새를 이종교합 한 듯한 오캐미(OCCAMY) 등이 시종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들 동물들을 만난 후 “이건 꿈일 거야, 내 상상력은 볼품없거든”이라고 말하는 노마지 제이콥의 대사가 J.K 롤링과 워너의 자신감으로 읽히는 이유다.

마법 동물들만큼이나 흥미로운 것은 에디 레드메인의 얼굴과 동작이다. ‘에디 레디메인의 연기사전’이라 부를만한 독창적인 순간이 수두룩하다. 코뿔소를 닮은 에럼펀트(ERUMPENT)에게 구애 춤을 추는 레드메인의 동작은 단연 압권이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 ‘대니쉬 걸’ 등을 통해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건 알았지만, 판타지 물에서도 이런 마법 같은 연기력을 보여주는 건 반칙 같다는 생각마저 인다. 특히 그가 제이콥 역의 댄 포글러와 형성하는 우정이 강력한 감동을 전하는데, 영화의 진짜 힘은 CG 마술이 아닌, 노마지들에게서 온다는 사실을 새삼 입증한다.

‘해리 포터’가 처음 당도했을 때의 충격에 비해 첫인상이 다소 희미한 건, 이 영화의 아쉬움이다. 관객들의 정보량이 많아진 탓이다.

‘신비한 동물사전’이 전하는 메시지는 확고하다. 영화는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해 지니는 증오를 경계한다. 반 마법사/마녀 정서를 통해 서로 다른 문화의 공존을 이야기 한다. 이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트럼프 시대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하기도 하는데, 이 테마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것이라는 점에서 신선하다고 할 것은 못된다. 소수자들의 존재론적 고민들은 ‘엑스맨’ ‘어벤져스’ 등이 끊임없이 노래하고 있는 테마 아닌가. 매우 영리하게 만든 높은 완성도의 영화이긴 하나, 모범생이 만든 모법답안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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