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편에서 주지한 바, 잭 리처(톰 크루즈)의 가장 큰 특징은 흔적 남기지 않기다. 거주지, 신용정보, 이메일, 휴대폰 기록은 물론 신발 자국도 지워버리는 유령과도 같은 잭 리처. 그런 그에게 딸이 있었다?(언제 이런 크나큰 흔적을!) 이건 잭 리처 본인에게도 상당히 당황스러운 일 같다. 딸이라 주장하는 소녀의 등장에 과거 스쳐지나간 여자들을 스캔해 보지만, 나오는 건 한숨뿐인 걸 보면. 어쨌든, 이건 2편을 읽는 핵심 키워드다. 유령처럼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던 잭 리처에게 모른 척 할 수 없는 ‘관계’라는 게 생겼으니 말이다.
잭 리처는 자신의 후임인 투수부대 수사관이 된 수잔 터너(고비 스멀더스)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그녀에게 호감을 느낀다. 터너에게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제안하는 리처. 저녁 식사를 약속한 날, 터너에게 문제가 생긴다. 군사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 것. 이상함을 감지한 리처는 사건에 뛰어드는데, 마침 그의 딸이라고 주장하는 사만다 듀튼(다니카 야로쉬)이 등장하면서 일이 더 꼬인다. 세 사람은 보이지 않은 힘을 추격하기 시작한다.
리 차일드의 소설 ‘잭 리처’는 지금까지 21편의 시리즈가 출간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얻은 스테디셀러다. 영화 ‘잭 리처: 네버 고 백’은 그가 쓴 21편 중 18번째 편인 ‘네버 고 백’에 빚지고 있는데, 제작진이 그 많은 시리즈 중 ‘네버 고 백’을 고른 이유도 아마 ‘관계’에 있을 것이다. 원작에서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사만다 듀튼의 비중을 늘린 것 역시, 부성이라는 감정을 이용, 목석같은 잭 리처의 내면을 조명해 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렇다면 ‘잭 리처: 네버 고 백’의 성공여부는, (이 영화의 특징인 아날로그 액션 외에도) 잭 리처를 중심으로 얽힌 ‘관계’들이 얼마나 밀도 있고 그럴싸하며 흥미롭게 그려지는 가에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영화는 이 부분에서 실패한다. 영화는 수잔 터너라는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만다 캐릭터 사이에 잭 리처를 던져놓고, 인물간의 주고 받는 화학작용 속으로 관객을 끌고 가려하지만, 몰입하기엔 관계 설정이 다소 진부하고(갑자기 나타난 딸이라니) 진행도 충분히 예상가능해서(티격태격하다가 친해지는) 긴장감이 별로 유발되지 않는다.
또 하나는 잭 리처다.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잭 리처’는 캐릭터 자체가 소재이자 주제인 작품이다. 톰 크루즈가 연기하는 이 인물은 액션 영화에 최적화 돼 있기는 하나, 그렇다고 딱히 큰 장점을 꼽기에도 애매한 구석이 있다. 인상 깊었던 욕실 격투 신이 있었던 1편에 비해 이번 편은 액션마저도 너무 평이해서 심드렁하게 보게 되는데, 절도감은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에 못 미치고, 정보력은 ‘007’ 제임스 본드에 뒤처지며, 인간적인 매력도 ‘미션 임파서블’의 이단 헌트를 뛰어넘지 못할 뿐 아니라 어떤 부분에서는 너무 중첩된다. 이단 헌트라는 대표 브랜드를 지닌 톰 크루즈가 왜 ‘잭 리처’를 계속 떠나지 못하는지, 의문이 남는다. 1편을 끝으로 돌아가지 말았어야(never go back) 했던 건 아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