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비즈엔터

[펜타포트②] 누가 누가 잘했나

[비즈엔터 이은호 기자]

매년 더위가 가장 기승을 부릴 적 열리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모두의 축제이자, 편 가르지 않는 것이 숙제, 소리 못 지르는 사람들이 술래가 되는 행사다. 누가 가장 잘 했는지를 뽑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겠지만, 지나가던 관객들의 발걸음을 불러 세우고 몸을 달구고 결국 정신줄마저 놓아버리게 만들었던 순간들을 꼽아봤다.

▲가수 자이언티(사진=예스컴)
▲가수 자이언티(사진=예스컴)

펜타포트의 슈퍼스타: 자이언티
애초 13일 오후 4시 40분 메인 무대인 쉐보레 스테이지에 출연할 예정이었던 자이언티는 지난 주 개인 사정을 이유로 공연 시간을 변경했다. 동시에 공연장 또한 서브 무대인 KB국민카드 스테이지로 달라졌는데, 규모가 줄어들다 보니 몰려든 관객들을 다 수용하지 못해 공연장 너머 잔디밭까지 수많은 관객들이 들어찼다.

자이언티는 출연 가수 중 가장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인물답게 거의 모든 곡에서 ‘떼창’이 터져 나왔다. 가장 최근 발매된 ‘노래’를 비롯해, ‘꺼내 먹어요’, ‘씨스루’, ‘물음표’ 등 입만 열면 히트곡이 쏟아졌다. 밴드 멤버들을 대동하고 무대에 선 자이언티는 가공할 정도의 폭발력으로 관객들을 압도했다. 앙코르곡 ‘양화대교’에 이르러서는 많은 수의 관객들이 다음 무대를 위해 발걸음을 옮겼지만 그의 노래 소리는 저녁 바람을 타고 멀리까지 날아들었다.

▲벤드 DNCE(사진=비즈엔터)
▲벤드 DNCE(사진=비즈엔터)

펜타포트의 금의환향: DNCE 이진주
DNCE는 등장과 동시에 ‘펜타포트’를 순식간에 거대한 클럽으로 바꿨다. 만화영화 ‘라이언킹’ 메인 테마곡을 시작으로 밴드의 히트곡과 팝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 스파이시 걸스, 칸예 웨스트의 노래를 편곡해 메들리로 들려줬다. 베이시스트 콜 휘틀은 맨몸에 앙증맞은 턱받침을 걸치고 기저귀와 다름이 없는 반바지를 입은 채 무대에 올라 공연장 분위기를 순식간에 달궜다.

밴드가 반가운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유일한 여성 멤버이자 기타리스트 이진주는 한국인이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신나요? 놀아볼까요?!” ‘국뽕’까진 아니더라도 왈칵 반가움이 쏟아졌다. 가까운 여동생 혹은 언니가 자수성가해 고향땅을 밟은 느낌이랄까. 이진주는 재기발랄한 연주와 움직임으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밴드 바스틸 (사진=예스컴)
▲밴드 바스틸 (사진=예스컴)

펜타포트의 원어민: 바스틸
‘펜타포트’ 측이 직접 “절정으로 향하고 있”다고 홍보한 토요일 공연의 헤드라이너. 그러나 어쩐 일인지 관객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히트곡 ‘플로스(Flaws)’, ‘샌드 뎀 오프(Send Them Off)’, ‘폼페이(Pompei)’ 등이 관객들의 호응을 불러일으키긴 했지만, 헤드라이너에게 쏟아진 것 치고는 호응의 규모와 크기 모두 아쉬웠다.

하지만 연주와 노래, 연출은 흠 잡을 데 없이 훌륭했다. 보컬 댄 스미스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때론 섹시했고 때론 멜랑콜리 했다. 무대 위 화면에 펼쳐진 환상적인 이미지들은 공연에 흥취를 더했다. 댄스미스는 객석으로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관객들과 호흡했다. “안녕!” “한국 와서 너무 좋아” “한국말 잘 못해서 미안해요” 등 원어민(?) 수준의 한국어를 구사한 것 역시 국내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DJ방탄의 디제잉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관객(사진=예스컴)
▲DJ방탄의 디제잉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관객(사진=예스컴)

펜타포트의 댄싱머신: 회색 티셔츠 관객
하이네켄 그린 스테이지에서는 저녁 시간 DJ 부스가 운영됐다. 12일에는 DJ방탄이, 13일에는 크래커즈 크루 소속 DJ들이 턴테이블 앞에 섰다. 첫날 수줍어하며 춤추기를 망설이던 관객들은 마지막 날 언제 그랬냐는 듯 스테이지를 누볐다. 근처에서 운영되던 하이네켄 맥주 판매 부스도 덩달아 호황을 누렸다.

이틀간 하이네켄 그린 스테이지를 가장 뜨거운 사람을 꼽자면 회색 티셔츠를 입은 남성 관객을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춤추기를 부끄러워하던 때 용감하게 무대로 뛰어든 이 남성은 특히 듀스의 ‘여름 안에서’, S.E.S.의 ‘저스트 어 필링(Just A Feeling)’과 같은 90년대 가요가 재생되자 물 만난 고기처럼 살아났다. 곡이 이어질 때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움직이는 그의 팔과 다리에서는 흡사 전문가의 기운마저 느껴지는 듯 했다.

▲팝가수 찰리XCX(사진=예스컴)
▲팝가수 찰리XCX(사진=예스컴)

펜타포트의 걸크러쉬: 찰리XCX
아아, 확신한다. KB국민카드 스테이지는 찰리XCX를 품기에는 너무 작았다. 2014년 싱글 ‘팬시(Fancy)’로 전 세계 차트를 휩쓸어놨던 이 여인은 올해 ‘펜타포트’ 무대를 말 그대로 씹어 먹었다.

세션 구성은 단순했다. 두 명의 연주자가 등장해 리듬 파트를 맡았을 뿐이다. 하지만 그들의 실루엣은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뿜어냈다. 그리고 두 연주자의 ‘포스’가 그냥 커피였다면 찰리 XCX는 티오피였다. 그녀는 초반부터 절정에 달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관객들을 호령했다. ‘팬시’를 비롯해 tvN ‘꽃보다 청춘’에 삽입돼 국내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아이 러브 잇(I love it)’, 최근 발매된 ‘보이즈(Boys)’ 등을 마구 쏟아냈다. 퍼포먼스가 특히 압도적이었다. 정해진 안무 따위 없었지만 그저 몸을 흔드는 것만으로도 뜨거운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새로운 팝의 여왕, 아니 제왕의 면모였다.

이은호 기자 wild37@etoday.co.kr
저작권자 © 비즈엔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press@bizenter.co.kr

실시간 관심기사

댓글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