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걸그룹 카라 출신 강지영은 지난 2013년 출연한 MBC ‘라디오스타’에서 애교를 보여 달라는 MC들의 요청에 “애교가 없다”고 난처해 하다가 눈물을 보였다. 같은 날 출연한 구하라는 열애설을 언급하는 규현에게 물병을 던지고 눈물을 흘렸다. 한승연은 MC들을 향해 “너무하시다”고 말했다.
장면2) 걸그룹 레드벨벳 아이린은 지난해 12월 ‘라디오스타’ MC 윤종신이 배우 박보검과 열애설을 묻자 “열애설이 없었다”고 답했다. 김구라가 “개인기 같은 것 없냐. 개인기를 한 번 하면 이 친구가 어떤 친구인지 알 수 있지 않겠냐”고 요구했을 때는 “개인기가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언급된 네 사람 모두 방송 이후 즉각 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카라는 당시 일본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국내에 복귀해 새 음반을 발매한 상황이었다. ‘뜨고 나니 변했다.’ 당시 시청자들에게 가장 지배적으로 공유되는 의견이었다. 아이린 역시 구설수에 올랐다. 성의가 없었다는 비난이 대부분이었다.
논란의 근간에는 ‘게스트는 MC의 요구에 충실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설령 MC가 요구한 것인 맥락 없는 애교 혹은 개인기이거나 원치 않는 사생활 공개일지라도 말이다. MC의 요구가 정당한 것이었느냐는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라디오스타’에서는 이 같은 경향이 특히 도드라진다. MC들의 역량에 재미의 상당 부분을 의지하고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디오스타’에서 MC들의 말과 요구는 불가항력적이다. 동시에 그들의 말과 요구에 대한 타당성 검증은 점점 더 불필요한 것이 된다.
김구라는 언급하기에는 껄끄럽지만 모두가 궁금해 하는 돈 문제, 혹은 집안 얘기들을 테이블 위로 척척 올리는 사람이다. 타인의 재력 혹은 배경에 대한 그의 폭로성 발언은 때로는 시원하지만 때로는 무례하다.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은 연예인을 언급하고 그에 대한 에피소드를 폭로하는 경우도 흔하다. 당사자의 해명은 들을 수 없거나 너무 늦게 이뤄진다. 김국진, 김구라, 윤종신은 자주 40대 남성의 시각으로 연애와 결혼에 대해 혹은 여성에 대해 말한다. 혹 그 자리에 여성 게스트가 자리했더라도 그들의 의견을 반박하기란 어렵다. MC들의 모습은 권위적이지 않지만 MC라는 직책 자체가 권력이다.
MBC 예능국의 권석 국장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라디오스타’는 지상파에서 하기 힘든 독설을 처음 시도했다. 원조 사이다 토크”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사이다 토크가 진짜 사이다가 되려면 MC와 출연진이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라디오스타’에서는 그것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면 MC들의 독설은 ‘사이다’가 아니라 ‘막말’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