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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필의 필람무비] '하얼빈' 영웅 말고, 서른 살 청년 안중근을 아십니까①

[비즈엔터 윤준필 기자]

▲영화 '하얼빈'(사진제공=CJ ENM)
▲영화 '하얼빈'(사진제공=CJ ENM)

안중근 의사의 이름을 들으면 우리는 흔히 '영웅'이라는 단어부터 떠올린다.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그의 모습은 역사 교과서 속에서 언제나 강인하게 그려졌다. 하지만 서른 살 청년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총을 겨누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는 교과서는 거의 없다.

영화 '하얼빈'(제공/배급: CJ ENM)은 우리가 익히 배웠던 안중근 의사의 모습에 새로운 층위를 더한다. 단순히 '영웅'으로서의 안중근을 넘어, 한 청년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어떻게 자신을 초월하는 결정을 내렸는지를 그렸다.

▲영화 '하얼빈'(사진제공=CJ ENM)
▲영화 '하얼빈'(사진제공=CJ ENM)

◆ 청년 안중근을 담아낸 연출 철학

우민호 감독은 오락 블록버스터로 기획됐던 기존의 '하얼빈' 시나리오를 거부하고, 직접 각본을 쓰며 안중근의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췄다. "묵직하게 찍고 싶었다"던 우민호 감독의 연출 철학은 영화 전반에 걸쳐 드러난다. 감독은 안중근의 좌절과 고뇌,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한 결연한 의지를 영화 속에 녹여냈다.

'하얼빈'은 단순히 안중근의 하얼빈 의거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립운동가로서의 고난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기까지의 과정, 그의 내면을 지배했던 두려움과 죄책감, 고뇌를 담백하게 그려낸다.

특히 안중근 역의 현빈은 안중근의 복잡한 내면을 탁월하게 표현했다. 동료를 잃고 방 한구석에 웅크린 채 괴로워하는 모습에서부터, 하얼빈에서 마지막 결단을 내리는 순간까지 관객들은 현빈의 안중근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

▲영화 '하얼빈'(사진제공=CJ ENM)
▲영화 '하얼빈'(사진제공=CJ ENM)

◆ 처절하고 힘겨웠던 독립운동의 길

우민호 감독은 독립운동이라는 선택이 얼마나 처절하고 힘겨운 길이었는지를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 눈 내리는 신아산에서 펼쳐진 전투에서 피와 진흙으로 얼룩진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은 독립이라는 목표가 결코 통쾌한 영웅담으로 그려질 수 없음을 상징한다. 영화 속 전투 장면은 스펙터클을 배제하고, 그들이 치러야 했던 고통을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우 감독은 현빈을 비롯해 독립군으로 출연한 모든 배우들의 클로즈업을 최소화했다. 관객들에게 먼저 떠난 동지의 시점에서 배우들을 바라보도록 했다. 개인의 영웅적 순간보다 독립운동이라는 공동체적 희생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 '하얼빈'(사진제공=CJ ENM)
▲영화 '하얼빈'(사진제공=CJ ENM)

◆ 청년 안중근의 진정한 얼굴

'하얼빈'은 관객들에게 안중근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얼빈'을 통해 관객들은 안중근은 처음부터 영웅이 아니었으며, 자신의 실패를 되새기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청년이었음을 알게 된다.

역설적으로 청년 안중근이 하얼빈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통해 관객은 그의 영웅적 면모를 더욱 깊이 발견하게 된다. 좌절과 고통을 딛고 일어선 안중근의 결단은 단순한 영웅적 행위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넘어선 숭고한 선택임을 느끼게 한다.

윤준필 기자 yoon@bizen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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