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장' 서수민이 대형 신인의 탄생을 알렸다. 서수민은 SBS 새 금토드라마 '김부장'에서 소지섭이 목숨 걸고 지키려는 딸 ‘김민지’ 역을 맡아 섬세한 감정 조율과 안정적인 대사 톤으로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부장'은 김부장의 딸 김민지의 실종으로 시작되는 드라마다.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아빠 김부장이 평온했던 일상을 버리고 다시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가 된 이유, 그가 끝까지 지키려는 세계 한가운데 김민지가 있다.
복수극에서 딸이 평면적이면 아빠의 싸움도 공허해진다. 지켜야 할 대상이 또렷하게 살아있어야 그 대상을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아빠의 선택에 설득력이 생긴다. 김민지는 단순히 '사라진 딸'이 아니라 '되찾을 만한 딸'로 보여야 한다.
서수민은 그 요구를 감당했다. 지난달 26~27일 방송된 '김부장' 1~2화에서 김민지는 학교의 절대권력 주혜리(유지안 분)에게 지속적으로 학교 폭력을 당한다. 서수민은 이 순간을 과장 없이 받아냈다. '홀애비 냄새 난다'라는 폭언을 들어도, 체육복을 몰래 쓰레기통에 버려도 꾹 참고 감내하는 표정에서 애잔함이 배어 나왔다.
그러나 주혜리가 선을 넘는 순간 김민지의 눈빛이 달라졌다. 참기만 하던 얼굴 위로 투지가 차오르고 끝내 주먹으로 맞섰다. 이 장면은 김민지는 연약한 딸이 아니라 주인공만큼이나 강인한 딸이라는 걸 보여준 장면이었다. 서수민은 두 가지 얼굴을 오가며 '김부장' 서사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감정의 결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던 장면은 김부장과 김민지의 귀갓길이었다. 김민지가 주혜리를 폭행해 김부장과 주혜리의 아빠 주강찬(주상욱 분)이 교장실에 모였고, 김부장은 주강찬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김민지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불합리한 상황에 대한 억울함과 자신을 온전히 믿어주지 않고 주강찬에게 비굴한 모습을 보인 아빠에 대한 서운함을 쏟아냈다. 이어 아빠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진심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흘리는데 서수민은 원망과 사랑이 뒤엉킨 사춘기 딸의 감정을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짚어냈다. 이 장면에서 서수민은 데뷔작이라고 믿기 힘든 대사 톤과 감정 처리를 보여줬다.
'김부장'의 시청률은 첫 방송 9.5%에서 2회 15.7%로 뛰어올랐다. 2020년 '펜트하우스' 이후 SBS가 오랜만에 손에 쥔 흥행작이다. 물론 이 숫자가 온전히 한 신인의 몫일 리 없다. 잘 짜인 서사와 주인공 소지섭의 지분이 더 클 것이다. 하지만 그 출발점에 서수민이 있었다.

연기력을 단정하기엔 분명 이른 시점이다. 데뷔 전 유튜브 영상이 회자되고 누군가를 닮았다는 말도 오가지만, 그런 이야깃거리는 빠르게 사라진다. 서수민은 견뎌야 할 무게가 분명한 자리에서 본인의 필모그래피를 쌓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는 그 무게에 짓눌리지 않았다. '김부장'의 남은 이야기에서 서수민이 김민지로 남을 수 있을지, 화제의 인물에서 화제를 끌고 가는 인물이 될 수 있을지는 이제부터 그의 몫이다.

